2년 만에 천하장사에 복귀한 ‘모래판의 괴물’ 김민재. 사진=이석무 기자
통산 두 번째이자 2년 만에 천하장사에 등극한 김민재. 사진=대한씨름협회
‘씨름선수’ 김민재는 지난 1일 전남 영암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4 천하장사 씨름대축제 천하장사(등록 선수 140㎏ 이하·비등록 선수 무제한) 결정전(5판3승제)에서 김지율(24·울주군청)을 3-0으로 누르고 황소 트로피를 품었다.
울산대 재학 시절인 2022년 처음으로 천하장사에 등극한 김민재는 이듬해 영암군민속씨름단에 입단하면서 민속씨름에 본격 뛰어들었다. 실업팀에 입단하자마자 각종 대회를 휩쓸면서 모래판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김민재는 이번 천하장사 대회 포함, 5연속 우승(출전 대회 기준) 및 7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4대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설날, 단오, 추석, 천하장사대회 타이틀을 싹쓸이했다. ‘그랜드슬램’이다. 올해 승률이 무려 88.9%다. 지난해 6관왕과 대학 시절 천하장사 우승을 포함, 개인 통산 14차례나 우승(백두장사 12회·천하장사 2회)을 맛봤다.
20대 초반의 ‘MZ세대’인 김민재는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천하장사가 되는 순간에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김기태 감독을 모래판에 눕히는 세리머니를 한 뒤, 김 감독에게 큰절을 올렸다. 그의 눈에는 기쁨의 눈물이 쏟아졌다. 김민재는 눈물의 의미에 대해 “감독님이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을 텐데 제가 마지막에 우승을 해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김민재는 수없이 우승을 이뤘지만 항상 ‘부족하다’고 말한다. 작년과 올해 2년 연속 6관왕을 차지했지만, 그는 만족하지 않는다. 결과가 좋아도 내용이 기대에 못 미치면 늘 아쉬움이 남는다.
김민재는 “지난해 후반기부터 허리 부상이 있었고 경기 내용이 안좋았다. 원하는대로 안 되다보니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며 “다행히 올해 초부터 예전 느낌이 나기 시작했고 좋았던 감이 다시 돌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전라남도 장흥군 출신인 김민재는 어릴 때부터 ‘장사’로 불렸다. 초등학교 3학년때 장흥군에서 열리는 아마추어 어린이 씨름왕 대회에서 2~3살 많은 형들을 이기고 우승하면서 주목받았다. 그 때부터 씨름선수는 그의 천직이 됐다.
김민재는 힘이 세다. “어릴 적부터 턱걸이 등 손으로 당기는 힘은 타고났던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힘만 세다고 씨름을 잘할 수는 없다. 김민재의 진짜 강점은 스피드와 영리함이다. 평소 체중이 140kg이 넘는데 100m를 12초 대에 달린다. 씨름 아이큐도 탁월하다보니 상대 힘과 기술을 역이용하는데도 능하다.
김민재는 겨우 22살이지만 ‘전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준비를 하고 있다. 바로 ‘모래판의 황제’ 이만기 장사다.
김민재는 백두장사만 놓고 보면 개인 통산 12번 등극했다. 이만기가 보유한 최다 우승 기록 18회에 근접했다. 올해처럼 내년에도 6관왕 이상 달성한다면 이만기의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꼭 내년이 아니더라도 아직 20대 초반이고 기량이 계속 좋아지고 있는 만큼 최다 우승 기록은 시간문제다.
김민재도 ‘대선배’ 이만기를 넘어서고 싶다는 목표를 숨기지 않는다. 그는 “이왕 목표를 세울 거면 최대한 크게 세워야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며 “씨름하면 누가 뭐래도 이만기 장사님이니까 그래서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모래판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지만 자만이나 방심은 없다. 그것이 김민재의 진짜 강점이다. 들뜨지 않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2025년을 준비한다는 생각이다. 김민재는 “올해 했던 것은 다 잊고 내년부터 다시 1년 차의 마음으로 돌아가겠다”며 “은퇴할 때까지 흔들리지 않고 매년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