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허락해준 친정팀을 외면했다. 1년간 미국 야구를 짧게 경험한 일본인 투수 우와사와 나오유키(31)가 친정팀 니혼햄 파이터스가 아닌 소프트뱅크 호크스로 복귀했다.
‘데일리스포츠’를 비롯해 일본 언론에 따르면 우와사와는 “소프트뱅크에 입단하게 돼 기쁘다. 구단의 열정에 마음이 움직였다. 이 결정이 옳았다고 말할 수 있도록 결과로 보여주고 싶다”며 “물론 고민이 있었고, 쉬운 결정이 아니라 고민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밝혔다.
친정팀 니혼햄에 대해선 “굉장히 감사하다. 파이터스가 나를 야구선수로 키워주셨다. 홋카이도 팬들뿐만 아니라 (2군 구장이 있는) 가마가야 팬들까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계속 응원해주셨다. 미국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도 파이터스 덕분이다”고 감사 인사를 전하며 “어떻게든 미국 야구에 적응하려고 노력했지만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었고, 매일 고뇌하는 날이 이어졌다. 잘 풀리는 일이 거의 없었지만 미국에서 24시간 야구만 생각하는 생활을 하면서 많이 배웠다. 그런 경험을 살려 앞으로 야구 인생을 나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미카사 스기히코 소프트뱅크 단장은 “우와사와는 퍼시픽리그를 대표하는 훌륭한 투수다. 우리 선발진의 일원으로 내년 리그 우승과 일본시리즈 제패에 기여할 것으로 봤다. 미국에서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런 경험으로 더 좋아질 거라고 확신했고, 적극적으로 협상했다”며 “파이터스 이미지가 강한데 빨리 우리 팀에 적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니혼햄으로부터 포스팅 허가를 받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여러 구단의 메이저리그 계약 제안을 뿌리치고 투수 육성에 일가견 있는 탬파베이 레이스에 가기 위해 마이너리그 계약을 감수했다. 계약금은 불과 2만5000달러로 니혼햄은 그 중 25%에 해당하는 6250달러를 포스팅비로 받았다. 우리 돈으로 약 900만원에 불과한 금액. 니혼햄은 금전적 이득을 포기한 채 우와사와의 도전을 응원하며 앞길을 열어줬다.
마이너리그 연봉은 22만5000달러이고, 메이저리그 승격시 250만 달러로 늘어나는 스플릿 계약이었다. 70이닝부터 160이닝까지 10이닝마다 10만 달러씩 총 100만 달러 인센티브도 있었다. 최대 350만 달러 계약으로 니혼햄이 받을 포스팅비도 최대 53만1250달러로 증가할 수 있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시범경기에서 4경기(2선발·9⅔이닝) 1패1홀드 평균자책점 13.03으로 난타당한 우와사와는 탬파베이의 개막 로스터에 들지 못했다. 이 경우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 있는 계약 조항을 써서 개막 직전 보스턴 레드삭스로 트레이드됐지만 5월초 콜업 후 구원 2경기(4이닝 1실점) 등판이 전부였다. 7월에 양도 지명(DFA) 처리된 뒤 보스턴 산하 트리플A 우스터로 이관됐고, 그곳에서 시즌을 마쳤다. 트리플A 성적도 20경기(6선발·59이닝) 5승4패 평균자책점 7.63으로 나빴다.
미국 야구의 벽을 실감하며 일본 복귀를 결정했는데 그 팀이 니혼햄이 아닌 소프트뱅크라서 놀라움을 자아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포스팅으로 나간 선수가 반드시 원소속팀으로 복귀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케이스는 우와사와 포함 7명이 있었지만 미국에서 단 1년만 뛰고 다른 팀으로 복귀한 건 처음이다. 귀국 후 니혼햄 구단 시설에서 운동을 하는 등 친정 복귀 시그널을 보였는데 갑자기 소프트뱅크를 택했다. 니혼햄도 오퍼를 했지만 구체적인 조건은 드러나지 않았다.
당연히 우와사와를 향한 여론이 악화됐다. 니혼햄 출신 메이저리거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포스팅 규칙상 문제없는 행위다. 계약은 개인의 문제이고, 우와사와는 잘못이 없다. 비난받을 이유도 없다”고 옹호했지만 팬심은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니혼햄을 의식했는지 우와사와는 이날 기자회견 내내 표정이 굳어 있었다. 기념 촬영으로 미카사 단장이 모자를 씌워줄 때에만 옅은 미소를 지었다. 비난 여론 속에 돌아온 우와사와가 내년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