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은 19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에버튼 구디슨 파크에서 열리는 2024-2025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에버튼과 원정 경기에 나선다. 이 경기에서는 양민혁의 토트넘 명단 포함 및 데뷔전이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2006년생 윙어 양민혁은 지난해 7월 토트넘과 공식 계약을 맺었다. 그는 2024시즌 준프로 신분으로 강원FC 유니폼을 입자마자 K리그1을 휩쓸었고, 데뷔 4개월 만에 토트넘 입단까지 성공한 것. 양민혁은 후반기에도 맹활약을 이어가며 38경기 12골 6도움로 K리그1 영플레이어상까지 손에 넣었다.
양민혁은 쉴 틈도 없이 영국 런던으로 날아갔다. 그는 강원의 역대 최고 성적(준우승)을 이끈 뒤 곧바로 토트넘에 합류했다. 리그 전 경기를 치를 정도로 꽉 찬 프로 첫 시즌을 치른 만큼 휴식이 예상됐으나 지난달 토트넘에서 조기 합류를 요청한 것.
런던에 도착한 양민혁은 지난 1월 1일부터 공식적으로 토트넘 훈련을 시작했다. 그는 손흥민 옆에서 몸을 풀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갔고, 연습 경기에서 골망을 흔들기도 했다. 영국에서도 손흥민과 양민혁의 투샷이 관심을 받았다.
또한 양민혁은 등번호 18번을 받았다. 그는 아카데미 선수들이 아니라 주로 1군 멤버에게 주어지는 등번호 18번까지 배정받으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특히 토트넘의 18번은 구단 역대 최다 득점자 해리 케인이 어릴 적 사용하던 번호이기 때문. 케인 외에도 위르겐 클린스만, 저메인 데포, 페르난도 요렌테 등 주요 공격수들이 거쳐갔던 번호다.
하지만 양민혁은 지금까지 PL 경기에서 모두 명단 제외됐고, 리버풀과 카라바오컵 준결승 1차전에선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끝까지 벤치를 지켰다. 결승 진출이 걸린 중요한 경기였던 만큼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아쉬운 건 양민혁이 5부리그 탬워스와 FA컵 경기에서도 명단 제외됐다는 것. 영국 현지에서도 양민혁이 토트넘 데뷔전을 치를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당시 '풋볼 런던'은 "양민혁이 이번 주말 토트넘에서 인사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1월 1일에 공식적으로 토트넘에 합류했으며 새로운 팀원들과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방식에 대해 알아가는 데 몇 주를 보냈다"라며 "양민혁은 리버풀전에서 1분도 뛰지 못했다. 탬워스전에서는 교체로든 선발로든 출전할 가능성이 꽤 높다고 봐야 한다"라고 전망했다.
'토트넘 뉴스' 역시 "토트넘 팬들은 양민혁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면 의심할 여지 없이 매우 기뻐할 것"이라며 "탬워스와 경기는 현실적으로 예견된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 이를 통해 양민혁은 큰 압박이 없는 환경에서 데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주축 선수들을 대거 선발 기용했고, 양민혁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대신 2007년생 마이키 무어가 선발 출격했고, 2005년생 센터백 알피 도링턴과 2007년생 미드필더 칼럼 올루세시, 2005년생 공격수 윌 랭크셔가 벤치에 앉았다. 양민혁의 이름은 어디에도 없었다.
차라리 U-21 팀에서 경험을 쌓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앞서 '디 애슬레틱' 역시 양민혁의 아카데미행을 점친 바 있다. 매체는 지난달 말 "현재 양민혁은 새로운 나라에서 삶에 적응하며 영어 레슨에 집중하고 있다. 그가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1군 스쿼드에서 포스테코글루의 폭넓은 옵션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그레이나 베리발보다는 아카데미 선수들 수준에 더 가까울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이달 초 양민혁에게 시간을 줘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양민혁은 매우 어리고, 여기서 맞닥뜨리게 될 수준과는 매우 거리가 먼 지구 반대편에서 왔다. 그냥 그에게 적응할 시간을 주는 것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프로 무대인 K리그를 수준 낮은 곳이라고 폄하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이 있기 때문에 클럽 안팎에서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거다. 우리는 양민혁이 빠르게 적응하도록 도우려 한다. 아직 구체적 계획은 없다. 그냥 그가 어떻게 적응하는지 지켜 보자"라고 선을 그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최근 들어 양민혁의 아카데미행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가 팬들의 기대와 달리 토트넘 1군 무대에 데뷔하는 대신 U-21 팀에서 경험을 쌓으며 영국에 적응할 수 있다는 것. 단 조기 합류를 요청한 양민혁이기에 이런 대우가 말이 안 된다는 지적도 많다.
토트넘 내부 사정에 능통한 폴 오키프는 개인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한 팬에게 "양민혁이 이제 막 영국에 왔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가 계속 뛰지 못하는 이유가 있나? 순전히 전략적 이유인가 아니면 부상 같은 다른 이유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오키프는 "순전히 양민혁을 영국과 영국 축구에 적응시키려는 것"이라면서 "좋은 질문이다. 토트넘은 아마 그 방안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며 양민혁이 토트넘 1군을 떠나 아카데미 선수들과 함께 뛰며 적응기를 가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렇지만 노리치 U-21와 경기에서 나오지 못하면서 양민혁은 이제 토트넘과 에버튼의 PL 22라운드 출전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현재 토트넘은 공격진에 부상자가 여럿 있기 때문. 윌손 오도베르, 티모 베르너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고 있고, 히샬리송도 이제 막 장기 부상에서 돌아온 만큼 제 컨디션이 아니다.
여기에 브레넌 존슨까지 추가됐다. 그는 아스날전 이후 종아리에 문제가 생겼고, 에버튼전 출전이 불투명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존슨이 종아리 통증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손흥민 역시 힘든 일정으로 어려움을 소화하고 있다.
여기에 미키 무어도 꾸준히 기회를 얻는지라 양민혁도 벤치에서 기회를 얻을 확률이 높아졌다. 여러모로 토트넘의 이해할 수 없는 일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양민혁이지만 그가 과연 팀원들의 부상을 바탕으로 이겨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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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토트넘 홋스퍼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