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일본의 괴물투수 사사키 로키 영입 사가는 ‘예상대로’ LA 다저스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다저스가 사사키를 품게 되면서 뜨거웠던 스토브리그도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누구보다 열망했지만 또 신중하면서 당돌하게 접근했던 사사키다.
지바 롯데가 포스팅을 승낙하면서 메이저리그 도전의 꿈을 이루게 된 사사키다. 사사키의 엄청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사실 사사키는 구직자였다. 25세, 프로 경력 6년 미만의 국제 아마추어 선수로 분류된 사사키는 구단 친화적인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사키의 특급 재능을 모셔오기 위해 구단들은 기꺼이 ‘을’이 되기를 자처했다. 결국 다저스가 최종적으로 650만 달러의 계약금을 안기면서 사사키를 품었다.
사사키는 첫 미팅 과정에서 모든 구단과 협상 시간을 2시간으로 제한했다.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와서맨 스포츠 에이전시의 사무실에서 미팅이 진행됐다. 최소 20개 구단이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보냈는데, 와서맨 스포츠의 대표 에이전트인 조엘 울프는 “마치 로키 영화제를 보는 것 같았다”라며 구단들이 보낸 다양한 자료들의 수준들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사키는 모든 구단들에게 숙제를 내줬다고 했다. 영입 과정에서는 이 숙제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ESPN’은 이 숙제의 정체를 공개했다. 매체는 ‘사사키에게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 첫 8개 구단들에게 숙제를 내줬다. 그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분명했다. 지난해 일본에서 자신의 패스트볼 구속이 떨어진 원인을 분석하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숙제였다’라며 ‘이를 지켜본 사람들은 이 천재 투수가 자신감 넘치면서도 자기 자신을 잘 이해하고 있고 장기적인 관점을 가진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라고 전했다.
실제로 사사키는 최근 2년 동안 옆구리 부상과 우측 팔과 어깨의 피로 증세로 결장한 기간이 있었다. 이 여파가 구속에 영향을 끼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실제로 지난해 사사키의 구속은 약 2마일(약 3.2km) 가량 떨어졌다는 데이터가 있다. ‘MLB.com’도 ‘사사키는 2021년 19살에 데뷔했을 때부터 최고의 투수였고 괴물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메이저리그로 넘어오기 위한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그의 퍼포먼스가 조금 떨어졌다. 그의 투구 스타일과 레퍼토리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지 물음표가 붙는다’라면서 ‘과거와 비교했을 때 사사키의 공은 예리하지 않았다. 평균 구속도 98.9마일(약 159.2km)에서 96.9마일(약 156km)로 떨어졌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런 데이터들을 사사키 스스로도 의식하고 있고 ‘자기 객관화’가 명확하게 되어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사사키를 오랫동안 지켜본 구단 고위관계자는 ’ESPN’에 “23살의 선수가 메이저리그의 8개 구단 프런트를 상대로 당당히 그런 질문을 던질 용기를 갖는 것은 흔치 않다”라며 “보통 그 나이대 선수들은 그런 상황에서 압도 당하거나 간신히 버티는 경우가 많다”라며 범상치 않은 사사키의 마음가짐을 전했다.
매체는 ‘사사키가 구단을 선택하는 기준이 단일요소에 결정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구단의 위치나 시장 규모, 일본인 동료의 존재, 지속적인 승리 가능성도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다’라면서도 ‘하지만 사사키가 다저스를 택한 결정적인 요소는 사사키를 더 나은 선수로 만들어줄 수 있는 팀이라는 게 중론이다’라고 전했다. 한 스카우트는 “그는 정말 훌륭한 선발 투수가 되고 싶어한다. 스스로 아직 경지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며 자기 객관화가 잘 되어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2년 뒤에 메이저리그 도전을 택했으면 사사키는 지난해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다저스와 12년 3억25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것처럼 초대형 계약이 가능했다. 하지만 사사키는 한 시즌이라도 더 빨리 메이저리그 무대에 노크하기를 바랐다. 매체는 ‘전통적인 FA 선수로 진출했으면 9자리 수 계약(1억 달러 이상) 계약을 따낼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사사키는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선택해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으며 가능한 한 빨리 세계 최고의 타자들과 맞서고 싶어했다’라며 ‘이런 선택은 그의 자세가 칭찬받을 만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엄청난 재능에도 아직 완성된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킨다’고 전했다.
사사키의 엄청난 재능을 인정하면서도 사사키가 당장 메이저리그에서 특급 1선발로 군림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으로 갈린다. 아직 내구성도 증명이 되지 않았고 또 일본프로야구에서 규정이닝을 던지며 제대로 검증되지도 않았다.
한 스카우트는 “2025년 사사키가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다. 사사키를 당장 상위 선발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100% 정직한 판단은 아닐 것이다”고 전하면서 “이마나가, 센가, 야마모토 등을 뛰어넘을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당장은 아니다”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매체는 ‘일본 투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을 거두며 사사키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지만 이들은 20대 중후반에 진출했다. 더 많은 프로 경험과 이닝을 쌓은 뒤였다. 이들은 완성형 선수였지만 사사키는 아직 아니다”라며 좀 더 육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여러 의구심들이 있지만 특급 재능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고, 모두가 군침을 흘린 매물이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사사키 스스로도 철저한 자기 객관화로 자신을 최고의 선수로 만들어 줄 구단을 찾았다는 것도 맞다. 결국 다저스가 사사키 자신을 키워줄 ‘육성 플랜’의 모범답안을 제출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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