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왕조 내야진의 완전한 해체를 맞이했다. 작년 11월 ‘부동의 주전 3루수’ 허경민이 4년 총액 40억 원에 KT 위즈와 FA 계약하며 팀을 떠났고, ‘천재 유격수’ 김재호는 11월 21년간의 프로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허경민과 김재호 모두 지난 2014년부터 무려 10년 동안 내야진의 한 축을 담당했던 스타플레이어다.
허경민의 빈자리는 주전 2루수 강승호로 메우기로 결정했다. 두산에는 이유찬, 박계범, 박준영, 오명진, 박지훈 등 3루 수비가 가능한 내야수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공격보다 수비에 특화된 선수들이 많아 감독이 고민을 거듭했고, 2루수 강승호에게 3루수 전향을 제안했다.
2루수 전문 요원인 강승호의 커리어 통산 3루수 출전 기록은 30경기(선발 8경기) 112이닝이 전부. 588경기 4374⅔이닝을 소화한 2루수와 극명히 대비된다. 강승호의 한 시즌 3루수 최다 출전은 SK 시절이었던 2018년 15경기(선발 4경기) 60이닝이다.
그런데 왜 강승호일까. 이승엽 감독은 “고과 1위인 강승호라면 지금보다 훨씬 높은 커리어를 해낼 수 있는 선수다. 수비도 보면 LG에서 유격수, SK에서 3루수를 해봤다. 본인도 생각이 있다”라며 “아무래도 3루수보다는 2루수가 해야 할 일이 더 많다. 3루수로 가면 타격이 더 좋아질 것으로 본다. 또 요즘 트렌드가 노시환, 문보경, 김도영, 최정, 김영웅 등 장타력 있는 3루수가 많지 않나. 강승호도 거기에 합류할 수 있다”라고 바라봤다.
강승호의 3루수 전향으로 유격수와 더불어 2루수 자리에도 공백이 생긴 두산.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개막까지 내야 두 자리의 주전을 단번에 찾는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기에 사령탑은 캠프에 앞서 대대적인 오디션 개최를 결정했다. 무려 7명의 선수가 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이 감독은 “키스톤 콤비에 쓸 수 있는 자원은 많다. 박준영, 이유찬, 박계범, 오명진, 박지훈, 여동건, 박준순 등 7명이 경쟁을 펼칠 것”이라며 “일단 무엇보다 유격수 자리가 빨리 잡혀야 한다. 유격수가 축을 이뤄야 나머지 포지션도 원활한 운영이 가능하다. 주전 유격수를 찾는 게 급선무다”라고 힘줘 말했다.
다만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는 박준영이 빠진 채 6명이 오디션에 참가할 전망. 박준영은 허리 통증이 발생하며 퓨처스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미야코지마로 향한다. 박준영은 지난해에도 김재호 후계자로 낙점됐지만, 햄스트링 부상에 시달리면서 65경기 타율 2할2푼6리 7홈런 28타점에 그쳤다.
이 감독은 “지난해 박준영을 생각했지만, 풀타임을 치를 수 없는 몸 상태였다. 이번 캠프에서는 1년 내내 유격수 포지션을 맡아줄 강한 선수를 물색할 것”이라며 “그렇다고 불안한 부분은 없다. 가용할 선수는 많고, 키스톤콤비를 아직 정하지 않은 것뿐이다”라고 치열한 주전 경쟁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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