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 1루 나갔는데…왜 초구에 번트 대는 거야" 존재감 이 정도라니, 중견수 수비는 적응 시간 필요하다

스포츠

OSEN,

2025년 5월 11일, 오후 06:00

[사진] LA 다저스 김혜성.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이상학 기자] LA 다저스 김혜성(26)의 존재감이 몰라보게 커졌다. 김혜성이 주자로 나간 상황에서 초구부터 번트가 나온 것에 해설자도 아쉬워했다. 

김혜성은 1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벌어진 2025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원정경기에 8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시즌 타율은 3할1푼3리에서 3할1푼6리(19타수 6안타)로 소폭 상승. 다저스는 0-3으로 패했다.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지 일주일밖에 안 지났지만 짧은 기간 스피드로 강한 인상을 남겼고, 이날도 주루 이야기가 계속 나왔다. 

김혜성은 이날 2021년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수상자로 지난겨울 6년 2억1000만 달러 FA 대박도 친 특급 투수 코빈 번스를 맞아 3회 무사 1루 첫 타석 때 2루 땅볼을 쳤다. 선행 주자가 아웃되면서 김혜성이 1루에 나갔다. 

타자가 오타니 쇼헤이였지만 번스는 1루에 있는 김혜성이 신경쓰인 듯 초구 던지기 전부터 1루에 견제구를 던졌다. 이어 1~2구 연속 볼을 던진 뒤 3구째 던지기 전에 연이은 견제구로 투구판 이탈 규정을 위반했다. 피치 클락이 도입된 2023년부터 투수는 한 타석에 견제구는 2회까지 가능하며 3회째 던졌을 때 아웃을 잡지 못하면 보크로 인정된다. 

다저스 전담 방송사 ‘스포츠넷LA’ 중계진 캐스터인 스티븐 넬슨은 “세 번째 견제가 실패했고, 김혜성은 자동으로 2루에 간다. 두 번의 견제 이후 다시 시도를 했으나 반드시 아웃시켜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동 진루”라고 설명했다. 

통산 284홈런을 기록한 신인왕 출신 해설가 에릭 캐로스는 “1루가 비어있었고, 오타니 상대로 볼 2개를 던졌다. 오타니에게 좋은 공을 줄 생각이 없었고, 1루에 있는 루키라도 잡아보려 한 것이다. 모두가 실수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들은 오타니에게 공을 던질 생각이 없었다. 나라도 안 던졌을 것이다”며 의도적인 보크였다고 분석했다. 

1~2구 연속 볼로 불리한 카운트가 되자 연속 견제사를 잡으려고 시도했지만 김혜성이 빠른 귀루로 걸리지 않았다. 2사 2루가 되자 번스는 오타니에게 3구째 바깥쪽 완전히 빠지는 볼을 던진 뒤 자동 고의4구로 1루를 채웠다. 이어 무키 베츠를 중견수 뜬공 처리하며 이닝을 넘겼다. 번스는 이날 7이닝 5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2승(1패)째를 따냈다. 
[사진] LA 다저스 김혜성.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혜성은 5회초 번스의 2구째 한가운데 몰린 커브를 받아쳐 중전 안타로 연결했다. 김혜성이 1루에 나가자 캐로스는 “김혜성이 도루를 시도할 가능성 높다”며 주루 플레이를 기대했지만 다음 타자 오스틴 반스가 초구에 희생 번트를 대며 1사 2루로 상황이 바뀌었다. 

캐로스는 “팀 차원에선 좋은 모습이지만 초구에 번트는 아쉽다. 김혜성이 도루를 할 수 있는 기회였다. 번스는 지난해 가장 많은 도루(41개)를 허용한 투수였다”며 슬라이드 스텝이 느린 번스 상대로 발 빠른 김혜성에게 도루를 시도할 기회가 가지 않은 것에 무척 아쉬워했다. 계속된 1사 2루에서 오타니와 베츠 모두 2루 땅볼로 물러나면서 김혜성은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중견수 수비에선 아직 어려움이 있었다. 지난 8일 마이애미 말린스전에 이어 시즌 두 번째 선발로 나선 중견수 자리에서 김혜성은 2개의 뜬공 아웃을 처리했지만 머리 위로 넘어가는 타구도 2개 있었다. 

[사진] LA 다저스 김혜성.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3회말 코빈 캐롤의 시속 105.1마일(169.1km) 좌중간 타구는 잘 따라갔지만 글러브를 맞고 떨어졌다. 캐로스는 “캐롤이 잘 친 타구였지만 김혜성이 잡을 줄 알았다. 스타트가 좋았지만 놓쳤다”고 말했다. 

8회말 케텔 마르테가 비슷한 코스로 또 타구를 보냈다. 시속 108.5마일(174.6km) 타구였지만 김혜성의 타구 판단이 아쉬웠다. 첫발을 앞으로 밟다 사이드로 가면서 뒤로 쫓아가는 게 늦었고, 타구가 머리 위로 넘어갔다. 전문 중견수였다면 잡을 수 있는 타구. 

캐로스는 “앞으로 한 발, 옆으로 두세 걸음을 움직이고 뒤로 갔다. 3회 캐롤 타구 때도 그랬는데 빅리그 수준에선 스피드로만 잡을 수 없다”며 “지금은 경험을 쌓을 시기다. 선수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 처음에 잘 안 될 수도 있지만 성장할 수 있게 기회를 줘야 한다. 다저스는 포스트시즌에 나가갈 것이다. 누구도 못 나간다고 말할 수 없다. 그렇기에 지금 이 시기는 누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아내야 한다”는 말로 김혜성에게 적응을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waw@osen.co.kr

[사진] LA 다저스 김혜성.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