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맨체스터 시티가 중동의 '모래 바람'에 스러졌다. '아시아 유일 생존팀' 알 힐랄이 맨시티까지 집어삼켰다.
알 힐랄은 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캠핑 월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16강전에서 맨시티를 4-3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8강에 오른 알 힐랄은 인터 밀란(이탈리아)을 꺾고 올라온 플루미넨시(브라질)과 준결승행 티켓을 놓고 다투게 됐다. 만약 4강 무대를 밟으면 파우메이라스(브라질) 혹은 첼시(잉글랜드)와 격돌한다. 반면 맨시티는 이번 대회 처음으로 4실점을 허용하며 예상보다 빠르게 짐을 싸게 됐다.
시모네 인자기 감독이 지휘하는 알 힐랄은 4-2-3-1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마르쿠스 레오나르두, 말콤-세르게이 밀린코비치사비치-모하메드 칸노, 나세르 알 다우사리-후벵 네베스, 헤낭 로지-모테브 알 하르비-칼리두 쿨리발리-주앙 칸셀루, 야신 부누가 먼저 출격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맨시티는 4-1-2-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제레미 도쿠-엘링 홀란-사비뉴, 티자니 라인더르스-베르나르두 실바, 일카이 귄도안, 라얀 아이트누리-요슈코 그바르디올-후벵 디아스-마테우스 누네스, 에데르송이 선발로 나섰다.
이른 시간 선제골이 나왔다. 전반 9분 아이트누리가 박스 왼쪽으로 파고든 뒤 컷백 패스를 시도했다. 수비가 걷어낸 공이 굴절되면서 근처에 떨어졌고, 이를 실바가 그대로 밀어넣으며 골망을 흔들었다. 알 힐랄 선수들은 아이트누리의 핸드볼이라며 강력하게 항의해 봤지만, 주심은 비디오 판독(VAR) 끝에 득점 인정했다.
맨시티가 계속해서 몰아쳤다. 중원 싸움에서부터 압도하며 알 힐랄 수비를 여러 차례 흔들었다. 하프 스페이스를 공략하는 공격 전개로 좋은 기회도 만들었다.
그러나 부누의 선방쇼에 막혀 좀처럼 추가골을 만들지 못했다. 전반 24분 사비뉴와 29분 실바의 결정적 슈팅 모두 부누를 넘어서지 못했다. 전반 30분 코너킥 공격에서 나온 그바르디올의 헤더도 부누가 몸을 날려 쳐냈다. 결국 전반은 맨시티가 1-0으로 한 골 앞선 채 끝났다.
알 힐랄이 후반 시작과 동시에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후반 1분 맨시티 출신 칸셀루가 우측에서 땅볼 크로스를 올렸고, 에데르송이 안정적으로 쳐내지 못했다. 굴절되면서 발생한 혼전 상황 속에서 레오나르두가 높이 떠오른 공을 머리로 밀어넣으며 동점골을 작렬했다.
알 힐랄이 역습 한 방으로 순식간에 역전했다. 후반 7분 코너킥 수비에 성공한 뒤 칸셀루가 길게 스루패스를 찔러넣었다. 중앙선 뒤에서 출발한 말콤은 그대로 수비 라인을 무너뜨렸고, 홀로 질주한 뒤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맨시티가 다시 균형을 맞췄다. 후반 10분 왼쪽에서 실바가 코너킥을 올렸다. 수비 맞고 골문 앞에 떨어진 공을 홀란이 골키퍼 다리 사이로 차 넣으며 2-2 동점을 만들었다.
양 팀이 결승골을 위해 치열하게 맞붙었다. 후반 29분 도쿠의 골문 앞 헤더는 부정확했고, 후반 34분 칸노의 결정적인 헤더 시도도 빗맞으며 무산됐다. 후반 39분 아칸지의 헤더는 골대를 때렸고, 이어진 홀란의 슈팅은 골라인을 넘기 직전 수비가 몸을 날려 걷어냈다. 결국 90분 내에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서 경기는 연장으로 향했다.
맨시티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홀란과 라인더르스를 대신해 라얀 셰르키, 오마르 마르무시를 투입하며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하지만 오히려 알 힐랄이 다시 역전골을 터트렸다. 연장 전반 4분 쿨리발리가 공에서 빙글 돌면서 왼쪽에서 올라온 코너킥을 머리로 절묘하게 마무리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승부수를 던졌다. 그는 연장 전반 10분 필 포든을 넣으며 공격 숫자를 늘렸다. 그 과정에서 후반 8분 교체 투입했던 수비형 미드필더 로드리를 재교체까지 단행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용병술이 적중했다. 연장 전반 14분 셰르키가 수비 뒤로 침투하는 포든의 앞으로 절묘한 로빙 패스를 배달했다. 이를 포든이 정확한 왼발 슈팅으로 연결하면서 이날 경기의 3번째 동점골을 넣었다.
하지만 최후의 승자는 알 힐랄이었다. 연장 후반 7분 밀린코비치사비치가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머리에 맞혔다. 에데르송이 첫 슈팅은 막아냈지만, 레오나르두가 세컨볼을 몸으로 밀어넣으면서 다시 앞서나가는 골을 터트렸다. 알 힐랄 팬들은 카메라를 보고 목을 조르는 제스처를 취하며 기뻐했다. 치열했던 경기는 그대로 알 힐랄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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