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중국 언론이 자국 축구계의 현실을 이야기했다.
중국 '소후'는 11일 "일본전,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대패를 막는 것부터 시작이다. 새로운 얼굴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이 대회가 가진 의미"라고 전했다.
중국 축구대표팀이 오는 12일 오후 7시 24분 열리는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2차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맞대결을 벌인다. 첫 경기에서 각각 전혀 다른 흐름을 보여준 두 팀은, 이번 맞대결을 통해 실질적인 전력 차를 다시 한번 마주하게 될 전망이다.
중국 언론이 내세운 현실적인 목표는 단순하다. "참사 재발 방지, 그리고 세대교체 실험"이다.
소후는 "이번 일본 대표팀 역시 유럽파 없이 J리그 선수들로만 구성됐지만, 내용은 다르다. 무려 12명의 선수가 A대표팀 첫 발탁이라는 점에서 '실험 성격'이 짙지만, 이들 모두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활약 중인 실력자들이다. 히로시마의 혼혈 공격수 저메인 료, 측면의 중무장 나카무라 소타, 가시와의 투톱 카키타 유이와 구보 토지로 등은 이미 J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이다. 사실상 J리그 올스타팀이라는 평가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일본은 1차전에서 중국 홍콩을 상대로 6-1 완승을 거뒀다. 전반 25분 만에 4골을 몰아친 저메인 료는 대회 역사에 남을 만한 대기록을 작성했고, 오랜만에 복귀한 소마 유키는 네 개의 어시스트로 측면을 완전히 장악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실력뿐 아니라 분위기에서조차 비교가 되지 않는 상대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엔트리 전원이 출전해 경험을 쌓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며 로테이션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이들의 전력은 교체 여부와 무관하게 강력하다. 소후는 "이들이 '3군'이라는 표현은 어디까지나 일본 축구의 깊이를 보여주는 기준일 뿐, 동아시아 무대에선 여전히 우승 후보"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일본과의 역대 전적에서 열세다. 최근 18강 월드컵 예선에서는 0-7 대패를 포함해 2전 전패를 당했다. 가장 최근의 승리는 무려 1998년 다이너스컵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고, 무승부조차도 2022년 동아시아컵 당시 0-0이 전부다.
1차전에서 한국에 0-3으로 완패한 중국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급하게 지휘봉을 잡은 데얀 주르예비치 감독 체제에서 전술 변화도, 정신력 개선도 없었다. 준비 기간이 짧았다는 점은 고려할 여지가 있지만, 중국 대표팀은 여전히 방향을 잃은 모습이었다.
매체는 "특히 좌우 측면에서의 붕괴는 뼈아팠다. 정통 측면 수비수 없이 한국을 상대로 중원 장악을 시도하다가 오히려 완전히 밀린 것이다. 우미티장 왼쪽 풀백은 반복적으로 허를 찔렸고, 중원 조합 역시 상대의 압박에 무력했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희망적인 신호는 단 하나, 최근 훈련에서 중국이 포백이 아닌 스리백(혹은 5백) 전환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중원 평행 전술을 포기하고 수비 숫자를 늘리는 전략은, 지금으로서는 일본을 상대하기 위한 유일한 선택지에 가깝다"라고 전했다.
이어 "변화가 있다면, 선수 구성도 일부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 중앙 수비는 주천걸과 장셩룽이 다시 맡을 가능성이 높고, 우미티장은 측면이 아닌 중앙으로 자리를 옮길 수도 있다. 윙백 자리엔 수비 능력이 상대적으로 나은 왕스친 기용 가능성이 제기된다"라며 "중원은 과제가 많다. 가오 텐은 후방에서의 역할 수행에 어려움을 겪었고, 상하이 선화에서처럼 수비 부담을 나눌 파트너가 없을 경우 제 몫을 하기 어렵다는 점이 드러났다. 차라리 그의 위치를 앞당기고, 다롄 잉보의 미드필더 랴오진타오에게 기회를 주는 편이 실험과 실리에 모두 부합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소후는 "공격진 구성에서는 왕 위동의 속도가 여전히 유효한 반격의 무기다. 중원 장악이 어려운 경기일수록, 왕 위동의 스피드는 가치가 올라간다. 중앙 공격수는 여전히 장 위닝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지만, 두 선수가 동반 선발로 나선다면 중원 수비력은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라며 왕 위동을 키 플레이어로 꼽았다.
물론, 전술적 조정이 경기 결과를 뒤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다. 문제는 의지와 태도다. 소후는 "첫 경기 한국전에서 중국은 패배는 물론이고, 투지와 조직력 면에서도 완패했다. 한국보다 범한 파울이 적었다는 사실은 열세의 증거이자 각성의 신호"라며 대표팀의 정신력을 문제삼았다.
매체는 "이번 일본전에서 중국이 얻어야 할 것은 승리가 아닌 존엄의 회복"이라며 "더 이상의 참사를 막고, 새로운 선수들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무엇보다 포기하지 않는 대표팀의 이미지를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 시작은 오직 하나, 현실을 인정하고 주도권이 아닌 생존을 위한 축구를 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