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서정원 청두 룽청 감독의 분노가 폭발했다. 그가 결국 구단에 대한 불만을 기자회견에서 언급했다.
중국 '즈보'는 17일(한국시간) "서정원 감독이 포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 6개월 간 구단의 행태를 참아왔다. 선수들 이적이나 임대에 대해선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라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서정원 감독은 18일 열리는 톈진 진먼후와 경기를 하루 앞두고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작심발언을 터트렸다. 그는 "오늘 여기에 와서 시합을 준비했어야 하는데 지금 이런 말을 해서 죄송하다. 매우 유감스럽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확실히 문제가 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6개월 동안 계속해서 클럽을 참아왔다. 감독으로서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그냥 방관만 할 수는 없다"라며 "겨울부터 클럽은 우리 코칭스태프를 신뢰하지 않았다. 나중에는 의료진을 해고하고, 통역을 해고했다. 모든 코치 계약은 3월에야 체결됐다"라고 폭로했다.
심지어 선수단 운영도 서정원 감독의 손을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결정은 거의 없다. 후반기는 3선 전술 싸움이다. 하지만 구단은 선수들 임대 이적을 포함해 내게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았다. 나도 알지 못한다. 감독으로서 나는 이런 상황을 용인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최후 통첩까지 날렸다. 서정원 감독은 "그래서 나는 분명히 하고 싶다. 구단이 코칭 스태프에 만족하지 않는다면, 가능한 한 빨리 우리에게 알려달라. 우리는 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가능한 한 빨리 나와 소통하기를 바란다"라고 선언했다.
끝으로 그는 "청둥싱청그룹(구단 모기업)의 구단 지원에 감사드린다.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께도 감사드린다. 현재 우리는 우승을 다투고 있고, 그 목표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매우 어렵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전반적으로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부산 아이파크 출신 호물로도 분노를 참지 못했다. 그는 "진실을 이야기할 때다. 경기장 안팎 사람들의 관계가 일부 끊어졌다"라며 "구단은 지난 5년간 우리가 쌓아올린 성과와 노력이 인정받아야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내가 입단했을 때 이 팀은 2부였다"라고 꼬집었다.
서정원 감독은 2020년 12월 청두에 부임한 뒤 4년 반 동안 팀을 훌륭히 지휘 중이다. 그는 곧바로 청두를 1부로 승격시켰고, 지난 시즌엔 구단 역대 최고 성적인 중국슈퍼리그(CSL) 3위를 기록하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진출까지 일궈냈다.
이번 시즌에도 16라운드 기준 리그 3위를 달리고 있는 청두. 1위 베이징 궈안과 승점 차는 단 4점이다. 전반기엔 구단 역사상 최초로 선두를 달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베이징을 추격하는 입장이다.
이처럼 청두를 강팀으로 만든 서정원 감독이지만, 구단과 불화를 겪고 있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보드진이 우승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재계약 조건을 어기는 등 서정원 감독의 입지를 흔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중국 팬들도 "참 대단한 보드진이다. 성과도 있고, 팬도 있다", "성적이 안정됐는데 감독을 소중히 여기지 않다니 대단하다", "눈시울이 촉촉해진다. 누구라도 화를 낼 수밖에 없다"라며 서정원 감독의 편을 들었다.
한편 서정원 감독의 아내인 윤효진 씨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난 당신들이 그를 존경하길 바란 적이 없다. 그러나 4년 반 동안 매 순간 팀을 우선시하고 한마음 한뜻으로 정성을 다하는 사람에게 조금의 이해와 선의조차 없다"라고 분개했다.
또한 그는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가. 그의 손발을 잘라내고 입을 막고, '내가 나갈테니 목숨만은 건지게 해달라'라고 말하라고 강요하는 건가? 그가 중국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철저히 고립시키는 게 정말 합리적인가?"라며 "그가 가장 가슴 아파하는 건 자신의 운명이 아니라 그가 자신처럼 여기던 '원팀'이 찢어지고 파괴되는 것"이라고 청두 구단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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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즈보 닷컴, CSL, 서정원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