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지애(왼쪽)가 함께 훈련하며 동고동락한 가나자와 시나가 8년 무관을 끝내자 함께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신지애 가족 제공)
◇신지애와 함께 들어 올린 첫 우승 트로피
우승 직후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활짝 웃었던 가나자와는 신지애를 본 뒤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JLPGA와의 인터뷰에서 “정말 기쁜 마음이 가득하고, ‘드디어 우승했구나’ 생각이 들었다. 웃고 있었지만, 신지애 선수가 웃는 걸 보는 순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주니어 시절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고, 지난 3년 동안 호주에서 함께 훈련하면서 기술적인 조언은 물론 체력 훈련 등 여러 면에서 세밀한 지도를 받았다”고 신지애와의 특별한 인연을 소개했다.
신지애는 가나자와에게 큰 영향력을 발휘한 인물 중 한 명이다. 그에게 있어 신지애는 ‘하늘 같은 존재’였다. 프로 데뷔 후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던 가나자와에게 신지애는 기술적 조언뿐 아니라 체력 훈련과 멘탈 관리까지 세세히 지도하며 동기를 불어넣었다. 가나자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체력 부족으로 마지막 날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신지애와 함께 한 훈련 덕분에 73홀을 싸울 힘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신지애는 ‘관리의 신’이다. 프로 통산 65승을 쌓으면서 단 한 번도 큰 슬럼프 없이 꾸준함을 유지한 비결은 철저한 자기 관리였다. 식단, 체력, 투어 일정까지 모든 걸 완벽하게 계획하는 그는 후배들에게 교과서 같은 존재다. 고진영, 윤이나 등 숱한 후배들이 그를 ‘가장 존경하는 선수’로 꼽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무대에서 30승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현역 최고 선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신지애는 가나자와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신지애는 SNS를 통해 “(트로피에) 우리가 함께 이름을 새길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 오늘 승리가 어떤 느낌인지 기억하자”고 마음을 전했다.

신지애(왼쪽)와 가나자와 시나가 우승트로피를 함께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KPS 제공)
가나자와 옆엔 또 한 명의 든든한 한국인이 있었다. 일본에서 ‘큰언니 리더십’으로 선수들에 도움을 주는 김애숙 KPS 대표다. 김 대표는 1985년부터 JLPGA 투어에서 활약한 프로골퍼 출신이다. 지금은 매니지먼트 회사 대표로서 안선주, 신지애, 배선우 등 수많은 한국 선수들의 일본 진출을 돕고 있다. 일본 생활 40년이 넘는 그는 현지 사정에 밝아 선수들이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하고, 때론 엄격한 지도자 역할도 한다.
가나자와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김 대표에게 골프를 배웠다. 국가대표를 거쳐 JLPGA 투어 입성까지 김 대표와 함께했다. 자연스럽게 신지애와 친해졌고, 그의 영향으로 한국식 훈련법도 익혔다.
우승의 순간 김 대표는 현장에 없었다. 같은 기간 한국에서 열린 신한동해오픈을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자가 우승 경쟁에 나서자 멀리서 응원했다. 김 대표는 “막상 우승 소식을 들으니 손이 떨렸다”며 감정을 억눌렀다. 누구보다 가나자와의 긴 무관의 시간을 지켜봤기에, 그 눈물의 의미를 더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만 15세의 나이로 J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살롱파스컵을 제패한 아마추어 이효송의 프로 전향을 도와 최연소 입회 승인을 성사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후배들을 위해, 그리고 일본 무대에 도전하는 선수들을 위해 헌신을 멈추지 않는 그는 가나자와에게도 든든한 울타리였다.
가나자와 시나의 첫 우승은 단순히 한 선수의 기록이 아니다. 신지애라는 살아 있는 전설의 영향력, 김애숙 대표의 헌신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