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보드진의 인내심이 상상 이상이다. 최악의 부진을 이어가는 후벵 아모림 감독을 여전히 믿고 있다는 소식이다.
영국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15일(한국시간) "아모림은 구단 역사상 33년 만에 최악의 시즌 시작을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맨유 수뇌부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맨체스터 더비에서 0-3으로 패배하면서 맨유에서 장기적인 미래에 대한 의문이 더 커졌다"라고 보도했다.
맨유는 같은 날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프리미어리그(PL) 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맨체스터 시티에 0-3으로 대패했다.
이날 패배로 맨유는 1승 1무 2패, 승점 4에 머무르면서 리그 14위까지 추락했다. 이는 구단 역사상 1992-1993시즌 이후 최악의 출발이다. 맨유는 지난 라운드 번리를 상대로 극적인 시즌 첫 승을 거두며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는가 싶었지만, 더비 경기에서 무릎 꿇으며 고개를 떨궜다.
다소 일방적인 경기였다. 맨유는 경기 초반 전방 압박으로 맨시티를 잘 괴롭히는가 싶었지만, 제레미 도쿠를 제어하지 못하면서 전반 18분 필 포든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이후로는 넓은 뒷공간을 노출하며 후반 8분과 23분 엘링 홀란에게 연속골을 얻어맞고 무너졌다.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도 문제였다. 맨유는 90분간 슈팅 12개를 날렸고, 결정적인 찬스도 몇 차례 맞이했다. 그러나 무딘 결정력으로 한 골도 넣지 못하며 무득점 굴욕을 면치 못했다. 경기장을 찾은 알렉스 퍼거슨 경과 짐 랫클리프 구단주가 좌절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경기 후 혹평이 쏟아졌다. 맨유 출신 게리 네빌은 '스카이 스포츠'를 통해 "맨시티가 너무 쉽게 맨유를 이겼다"라며 "예전 같으면 화가 나거나 좌절했을 것이다. 지금은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게 더 나쁘다. 그저 또 패했다는 생각뿐이다. 첼시전에서 또 진다면, 그때는 정말 큰 질문들이 쏟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한 명의 '맨유 전설'인 로이 킨도 비판을 참지 않았다. 그는 첫 실점부터 "맨유 수비는 기본조차 지키지 못했다. 미드필더 두 명은 가만히 서 있었고 루크 쇼는 아예 포기해 버렸다. 잉글랜드 대표로 수백 경기를 뛴 선수가 위치 선정조차 하지 못했다"라며 "너무 쉽게 뚫렸다. 마치 수건을 던진 것 같았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모림 감독의 거취도 더욱 위태로워지고 있다. 그는 맨유 부임 후 프리미어리그 31경기에서 고작 승점 31점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그는 "내가 여기에 있을 때까지는 내 최선을 다할 거다. 난 정말로 경기들에서 승리하고 싶다. 팬들보다 내가 더 고통받고 있다"라는 망언으로 팬들의 화만 돋우고 있다.
게다가 아모림 감독은 자신의 고집을 꺾을 생각도 없다. 그는 "비판을 이해한다. 많은 문제가 있다"라면서도 "난 변하지 않을 거다. 내 철학을 바꾸고 싶을 땐 그렇게 하겠다. 그렇지 않다면 사람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외쳤다. 또한 "난 내 방식을 믿는다. 내가 바꾸고 싶을 때까지 내 방식대로 플레이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럼에도 맨유 보드진은 여전히 아모림 감독을 굳게 믿고 있는 분위기다.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아모림은 리그 31경기에서 8승이라는 끔찍한 기록을 남겼다. 그와 가까운 소식통은 아모림이 31경기에서 16번이나 패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자리가 진정으로 위협받고 있지 않다는 점이 '믿을 수 없다'라고 인정한다"라고 전했다.
결국 맨유 팬들은 아모림 감독의 3-4-2-1 포메이션을 한동안은 더 지켜보게 될 전망이다. 매체는 "맨유는 올여름 2억 2532만 파운드(약 4257억 원)를 투자해 4명을 영입했지만, 개막 후 리그 4경기에서 단 한 번만 이겼다. 360분 동안 오픈 플레이 골은 하나밖에 없다. 리그컵에서도 4부리그 팀을 만나 굴욕적으로 탈락했기에 유일한 우승 기회는 FA컵뿐"이라고 짚었다.
/fineko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카이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