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손흥민이 떠난 자리는 그라운드만 비운 게 아니었다. 토트넘의 공격력이 아니라, 수익 구조가 먼저 무너지고 있다. ‘득점 0’보다 더 뼈아픈 건 ‘스폰서 0’이라는 현실이다.
영국 매체 풋볼인사이더는 8일(한국시간) “토트넘 홋스퍼가 2026-2027시즌을 끝으로 메인 스폰서 AIA와 결별할 예정이며, 새로운 유니폼 파트너 계약을 추진 중이다”고 단독 보도했다. 핵심은 액수다.
토트넘이 원하는 규모는 6000만 파운드(약 1150억 원). 손흥민 시절을 기준으로 하면 당연했던 금액이지만, 지금은 ‘성과 없는 구단이 부르는 희망가’처럼 들린다.
AIA는 토트넘의 스폰서가 아니라, 손흥민의 스폰서에 가까웠다. 2013년부터 이어진 관계, 2019년 재계약 당시 8년 3억2000만 파운드(약 6141억 원) — 이 거대한 금액의 중심에는 ‘아시아 마케팅의 핵심’ 손흥민이 있었다.
유럽 구단이 아시아 기업과 장기 계약을 체결할 때 가장 먼저 계산하는 건 브랜드 시너지, 그리고 “아시아 팬이 누구를 보러 경기장을 찾는가”였다.
UCL 결승 진출 시즌, 포체티노 체제의 전성기, 그리고 손흥민이 떠나기 직전 유로파리그 우승까지. AIA 로고가 가장 많이 노출된 시대는 손흥민이 가장 많이 득점한 시대와 겹친다. 마케팅 교과서에 넣어도 될 만큼 명확한 상관관계였다.
하지만 상징은 언제나 사라지는 쪽이 먼저였다.
문제는 손흥민의 이적이 ‘전력 공백’으로만 평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토트넘은 곧바로 현실을 체감했다. 전 세계 유니폼 판매량·SNS 글로벌 팔로워 증가세·아시아 지역 광고 매출이 한꺼번에 꺾였다. 그 여파는 경기장까지 번졌다.
영국 이브닝스탠다드는 “토트넘이 챔피언스리그 홈경기 티켓 가격을 인하했다. 두 경기를 연속으로 수천 석이 비었고, 도르트문트전은 ‘B등급 경기’로 격하됐다”고 전했다. 쉽게 말하면, 예전에는 ‘꽉 찼다 → 프리미엄 가격’이던 토트넘이 이제는 ‘빈다 → 할인가 적용’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토트넘이 직면한 문제는 단순한 인기 하락이 아니다. "손흥민 없는 토트넘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줄었다"는 것이다.
손흥민은 단순한 에이스가 아니라, 구단 전체의 ‘외화벌이 시스템’이었다. 그의 존재는 곧 아시아 시장 진입권이었고, 스폰서십 협상에서 “우린 손흥민이 있다”는 한 줄이 계약서를 두꺼워지게 만들었다. 이제 그 라인이 사라졌다.
토트넘은 현재 글로벌 IT·금융·스포츠 브랜드들과 접촉 중이지만, 협상 테이블에서 더 이상 “아시아 시장 1위급 스타 보유”라는 카드를 제시할 수 없다. 브랜드가 아니라 구단 스스로 몸값이 깎이는 구조다. 즉, 토트넘은 ‘손흥민 프리미엄’이 빠진 금액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풋볼인사이더도 이를 인정했다. “토트넘은 리브랜딩을 통해 글로벌 시장 회복을 노리고 있지만, 손흥민이 존재하던 시절과 같은 브랜드 파워를 재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AIA와 토트넘의 계약은 2027년 만료된다. 그러나 이별은 이미 시작됐다. 토트넘이 새 스폰서를 찾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손흥민 이후 구단 가치는 그대로가 아니다”라는 증거다.
손흥민은 득점왕, 주장, 레전드를 넘어 구단 브랜드 가치까지 끌어올린 존재였다. 그가 남긴 것은 트로피보다 큰 유산 — “토트넘이 얼마나 빛날 수 있는지” 그 기준이었다.
그리고 지금, 토트넘은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손흥민이 빠진 자리를 메울 수 있는 ‘새 얼굴’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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