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짓는 한화, 웃지 못한 롯데…2차 드래프트 엇갈린 명암

스포츠

뉴스1,

2025년 11월 19일, 오후 04:42

키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는 안치홍. /뉴스1 DB © News1 김기태 기자

선수가 대거 빠져나간 팀은 웃고, 출혈이 거의 없는 팀은 낙담한 듯 표정 관리가 어려워 보였다. 프로야구 2차 드래프트 현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특히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명암이 크게 엇갈렸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9일 오후 '2025 KBO 2차 드래프트'를 진행했다. 비공개로 실시된 이번 KBO 2차 드래프트에서는 10개 구단 총 17명의 선수가 지명됐다.

2년 전 김강민(SSG→한화)의 이적만큼 큰 충격을 준 이동은 없었지만, 이번에도 안치홍(한화→키움), 이용찬(NC→두산), 이태양(한화→KIA), 임기영(KIA→삼성) 등 한때 팀의 핵심 전력이던 베테랑 선수들의 이적이 적잖았다.

한화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출혈'만 있었다.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4명을 다른 팀에서 지명했고, 1~3라운드 지명권을 모두 패스해 전력 보강을 전혀 하지 않았다.

한화 입장에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올 시즌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한화는 이번 FA 시장에서도 추가 전력 보강을 노리고 있는데, 'FA 이적생' 안치홍과 이태양을 내보내면서 총연봉에서 여유를 갖게 됐다.

KIA 타이거즈로 이적한 이태양. /뉴스1 DB © News1 박지혜 기자

2024시즌을 앞두고 FA로 한화에 합류한 안치홍의 올해 연봉은 5억 원, 계약 기간은 2년이 더 남아 있다. 2023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계약한 이태양은 올해 연봉 2억 7000만 원에 내년까지가 계약 만료다.

둘 다 큰 기대를 갖고 FA 계약했지만 활약상은 기대 이하였다. 안치홍은 올해 정규시즌에서 66경기에 출전해 0.172의 타율에 2홈런 18타점에 그쳤고, 이태양은 14경기 11⅓이닝을 소화하며 1패 평균자책점 3.97을 기록했다.

안치홍과 이태양 모두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하는 등 이미 '전력 외'로 분류된 것과 다름없었다. 게다가 두 베테랑의 포지션에서 두각을 나타낸 젊은 선수들이 여럿 있었기에 내년 시즌에도 많은 출전 시간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두 선수가 빠져나간 한화는 최소 7억 원 이상의 총연봉을 아끼게 됐다. 여기에 투수 배동현(3라운드, 키움), 외야수 이상혁(4라운드, 두산)까지 총 4명을 내보내면서 양도금으로만 11억 원을 받게 됐다.

한화는 이번 FA 시장에서 외야수 박해민을 비롯한 외부 수혈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번 2차 드래프트로 샐러리캡과 '실탄'을 모두 확보함에 따라 영입전에서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 /뉴스1 DB © News1 김성진 기자

반면 롯데는 '울상'이다. 롯데 역시 한화처럼 '전력 외 베테랑'을 다른 팀에서 지명해 주기를 내심 바랐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키움이 4라운드에서 투수 박진형을 지명한 것이 유일했다.

이번 2차 드래프트를 앞두고 롯데가 내야수 노진혁과 투수 한현희를 보호 명단에서 제외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선수 모두 올해 정규시즌에서 사실상 제 역할을 못 해줬다.

노진혁은 28경기에 출전해 0.270의 타율에 1홈런에 그쳤고, 정규시즌 막판 9월엔 무기력한 삼진을 당한 뒤 곧바로 교체돼 다음 날 2군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한현희는 아예 1군 등판이 3경기 밖에 없었고 8⅔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부상 등의 이슈가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구위 하락 등으로 인해 좀처럼 김태형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내년에도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는 노진혁. /뉴스1 DB © News1 민경석 기자

올해 노진혁의 연봉은 7억 원, 한현희는 10억 원에 달했다. 이 둘이 빠져나갔다면 롯데 입장에선 숨통이 크게 트일 수 있었지만, 반대로 이들을 데려가려는 구단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금액일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전력 외 베테랑'을 안고 가게 된 롯데는 올해 FA 영입전에서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졌다. 모기업의 투자 의지가 크게 약화된 상황에서 샐러리캡의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롯데는 다시 1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내년 시즌을 끝으로 노진혁, 한현희와 함께 포수 유강남의 계약도 끝나기에, 샐러리캡엔 한층 여유가 생긴다.

다만 당장 다가오는 2026시즌도 올해와 크게 달라진 전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번 2차 드래프트에서도 김주완(1라운드), 김영준(2라운드, 이상 LG), 최충연(삼성) 등 3명의 젊은 투수를 지명해 미래를 도모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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