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선발 같은 5선발' LG 송승기 "햇병아리가 성장했죠" [인터뷰]

스포츠

뉴스1,

2025년 11월 21일, 오전 06:00

LG 트윈스 투수 송승기. 2025.11.19/뉴스1 © News1 이상철 기자

지난해 정규시즌 3위에 그쳤던 LG 트윈스가 올해 통합 우승을 달성할 수 있던 데에는 '강력한 신무기'가 있었다.

다른 구단은 제대로 선발진을 꾸리기도 힘들었는데, LG는 남부럽지 않은 선발 투수 5명을 보유했다. 그중에서도 풀타임 첫 시즌에 5선발로서 웬만한 1선발 활약을 펼쳤던 '5년 차' 왼손 투수 송승기(23)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송승기는 2021년 신인 2차 9라운드 전체 87순위로 LG의 지명을 받았다. 상위 라운드 지명을 받았던 동기들과 비교해 크게 주목받지 못했고, 지난해까지 1군 성적도 8경기 1패 평균자책점 4.82로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러나 스프링캠프에서 5선발로 낙점된 송승기는 시즌 첫 선발 등판 경기부터 7이닝 1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대단한 호투를 펼쳐 자기 경쟁력을 입증했다.

깜짝 활약이 아니었다. 이후 LG 마운드를 지탱한 그는 28경기 11승6패 평균자책점 3.50으로 활약, LG의 정규시즌 우승을 견인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불펜으로 보직을 바꿔 통합 우승에도 힘을 보탰다.

송승기는 "내 야구 인생에서 새로운 경험을 했고, 좋은 추억도 쌓았다. 잊지 못할 한 해"라면서 웃은 뒤 "풀타임 첫 시즌부터 이렇게까지 잘할 거라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다. 커리어 하이급 성적을 내서 내년 시즌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고 푸념했다.

그는 "돌이켜봐도 어떻게 저리 잘 던진 건지 놀랍다. 묵묵하게 내가 할 일만 하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공을 던졌는데, 시즌 초반 페이스는 정말 대단했다"고 스스로 감탄했다.

역투하는 LG 트윈스 투수 송승기. 2025.10.27/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물론 시즌 내내 위기가 없던 건 아니다. 8월 들어 체력이 떨어져 경기 초반부터 흔들리고 심한 기복을 보이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버텨내며 꿋꿋하게 5선발 자리를 지켰다. 전폭적인 믿음을 보낸 염경엽 감독은 "1선발 같은 5선발"이라고 송승기를 극찬했다.

송승기는 "지난해 상무 소속으로 퓨처스리그 투수 트리플크라운(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1위)을 달성했다. 1군과 2군 무대는 다르지만, 그래도 구속도 올라가고 성적도 좋아서 자신감은 있었다"며 "스프링캠프 때 5선발로 일찌감치 낙점받아 놀랍기도 했다. 부담감도 살짝 있었지만 감독님께 감사한 마음이 컸다. 꼭 그 기대에 보답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선발진이 강한 팀 특성상, 송승기는 한국시리즈에서 불펜으로 보직을 옮겼다.

처음 밟아본 포스트시즌 무대에서도 배짱 두둑한 투구를 펼쳤다. 송승기는 1차전에서 1이닝 무실점, 2차전에서 2이닝 3탈삼진 무실점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3차전에서는 팀이 3-1로 앞선 8회 구원 등판해 세 타자를 상대로 안타 2개를 맞았다. 이후 배턴을 받은 유영찬까지 난조를 보여 LG는 3-7로 역전패를 당했다.

송승기는 "불펜에서 몸을 푸는 데 공이 정말 좋았다"며 "하지만 막상 마운드에 올라가서 공을 던져보니 느낌이 달랐다. 첫 타자 김태연 선수에게 2루타를 맞았을 때 '쉽지 않겠다'라는 직감이 들었다"고 한국시리즈 3차전을 복기했다.

아쉬움이 컸고 스스로 화도 많이 났지만, 냉철하게 부족했던 부분을 깨달았다. 그는 "나는 투쟁심이 강한 편이다. 한국시리즈 3차전 영상을 계속 보며 (다음에는 어떻게 던져야 할지) 복기했다. 언젠가 불펜 투수를 맡게 될 때 값진 경험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포효하는 LG 트윈스 투수 송승기. 2025.10.27/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송승기는 우승 반지가 두 개 있다. 2023년 군 복무 전에 1군에서 딱 한 경기를 뛰었는데, 동료들이 통합 우승을 일궈 그 역시 우승 반지를 받았었다. 2년 전에는 사실상 무임승차를 했지만, 이번에는 자기 손으로 팀을 정상에 올렸기 때문에 이번 우승이 각별할 수밖에 없다.

그는 "우승 확정 후 불펜에서 마운드로 뛰어가는데, 한 시즌 동안 겪었던 일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감정이 복받쳐 울컥했다"며 "선발 풀타임 첫 시즌에 이런 뜻깊은 경험을 하게 돼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않았던 자기의 야구 인생 역전에 만족감도 표했다.

그는 "불과 1년 전에는 햇병아리 수준이었다. 지금은 경험도 쌓고 자신감을 얻어 여유가 생겼다. 마운드 위에서 타자를 기세로 몰아붙일 수도 있다"며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한 단계 성장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LG의 다음 시즌 목표는 '2연패'다. 2015년과 2016년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두산 베어스 이후 어떤 우승팀도 이듬해 정상을 지킨 적이 없다.

LG는 외부 전력 영입보다 기존 우승 전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스토브리그를 보내는 중이다. 그런 LG가 내년에도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주축 선수들의 꾸준한 활약이 필요하다.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마운드 한 축을 지탱했던 송승기의 어깨도 더 무거워졌다.

그는 "올해 생각보다 훨씬 잘해서 걱정은 있지만, 그래도 내년에도 이만큼 성적을 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LG 트윈스 투수 송승기. 2025.6.22/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내부 경쟁도 치열해졌다. KBO리그는 내년부터 아시아쿼터 제도를 도입했고, 각 팀은 외국인 투수를 최대 3명까지 보유할 수 있다.

LG는 키움 히어로즈에서 활약했던 호주 출신 라클란 웰스를 아시아쿼터로 영입했고 기존 외국인 투수 앤더스 톨허스트, 요니 치리노스와 재계약도 추진 중이다. 여기에 신구 토종 에이스 임찬규와 손주영이 건재하고, 병역을 이행 중인 김윤식도 내년 시즌 도중 합류할 예정이다.

송승기는 "선발 투수를 계속 맡고 싶은 의욕이 있다. 마음 독하게 먹고 치열하게 경쟁을 펼칠 것"이라면서 "그러나 내 뜻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불펜으로 이동해야 한다면, 현실을 직시하고 맡은 역할에 맞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한국시리즈를 통해 불펜 투수로서 경쟁력을 보여준 건 고무적이라 생각한다"며 "(보직이 바뀔 수는 있어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마운드에 올라 매 경기 묵묵하게 내 공을 던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한 시즌 동안 좋은 모습을 더 길게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rok1954@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