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조형래 기자] 투자에 실패해도 끊임없이 투자를 이어갔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다시 한 번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을 뒤흔들었다. 우승에 대한 욕망을 더 이상 숨기지 않는다.
한화는 지난 20일, FA 시장 최대어 강백호와 4년 총액 100억원(계약금 50억원, 연봉 30억원, 옵션 20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2018년 KT 위즈에서 데뷔한 뒤 통산 타율 3할3리 136홈런 565타점 OPS .876의 성적을 기록한 리그 대표 거포를 한화가 품었다. 계약까지 긴박했다. 미국 출국을 앞두고 있었던 강백호와 만나서 하루 만에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한화는 다시 한 번 FA 시장의 주인공이 됐다. 이미 지난 3년 동안 319억원을 쏟아 부었다. 2022년 시즌이 끝나고 채은성(6년 90억원), 이태양(4년 25억원), 오선진(1+1년 4억원)을 데려오며 외부 영입 한도 3명을 꽉 채웠다. 2023년 시즌을 마친 뒤에는 안치홍(4+2년 72억원)을 데려왔다. 그리고 지난해 시즌이 끝나고 심우준(4년 50억원), 엄상백(4년 78억원)까지 영입했다.
하지만 한화는 올해도 FA 시장에 나설 의지가 있었다. 다만, 경쟁균형세 문제 때문에 섣불리 움직이기 힘들었다. 지난해 기준, 한화는 연봉 상위 40명의 총액이 107억 1046만원이었다. 경쟁균형세 상한액에 7억 1592만원이 남았다.
다가올 2026시즌 부터는 경쟁균형세 상한액이 137억 1165만원으로 대폭 증액된다. 하지만 기존 FA 선수들의 연봉 구조도 감안해야 했다. 그런데 2차 드래프트에서 FA 선수들이었던 안치홍과 이태양이 각각 키움과 KIA의 선택을 받았다. 경쟁균형세에 상당한 여유가 생겼다.
강백호 영입에 탄력을 받을 계기가 마련됐고 한화는 2차 드래프트 직후 강백호에게 연락해 100억원을 베팅했다. 당초 미국 쇼케이스를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하려고 했지만 한화의 제안을 받은 뒤 결국 KBO리그 잔류를 선택했다. 원 소속팀 KT 위즈도 강백호의 잔류를 시도했지만 결국 한화의 제안을 받았다.

한화 구단은 “19일 2차 드래프트 종료 후 만나 영입 의사를 전했고, 20일 오후 선수가 구단 사무실에 방문해 최종 조율 및 계약을 마쳤다. 미국 진출 의사도 알고 있었지만 우리 구단에 꼭 필요한 선수였던 만큼 영입 노력은 해보자는 의미에서 만남을 가졌다. 선수가 구단의 조건을 받아들여 영입에 성공할 수 있었다”면서 “강백호는 리그에 최근 희소성을 가진 좌타 거포로 우타 거포인 노시환과 타점 생산 능력이 뛰어난 채은성, 타격 능력이 성장중인 문현빈까지 함께 타선을 꾸린다고 하면 위압감 있는 타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영입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좌타자인 강백호에게 불리할 수 있는 우측 ‘몬스터월’의 존재에 대해서도 한화는 고민했는데, 한화는 “강백호의 136개 홈건 중 56개가 좌월, 중월 홈런이다. 여기에 우중월 홈런까지 더하면 82개에 달한다”며 “또 반드시 홈런이 아니더라도 강한 타구로 주자들을 불러들이는 것이 중요한 만큼 타선이 강해진다는 것에 더욱 의의를 뒀다”며 홈런 뿐만 아닌 타선의 전체적인 강화가 목적이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화는 확실한 목적성을 갖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올해 정규시즌 2위, 그리고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아깝게 우승에 실패했다. 눈앞에서 우승을 놓쳤기에, 열망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올해 타선에서 아쉬움을 해소하며 방점을 찍을 수 있는 해결사로 강백호를 점찍었다.
이번 강백호 100억 계약이 또 의미가 있는 건, 한화는 투자에 실패해도 끊임없이 투자를 모색하고 강해질 방안을 모색했다는 것. 사실, 2차 드래프트로 팀을 떠난 안치홍의 4+2년 72억원 계약과 지난해 유격수 심우준과의 4년 50억원, 투수 엄상백과의 4년 78억원 계약은 사실상 실패에 가까웠다. 모두 제 몫을 하지 못한 채 전력의 중심에 서지 못했다. 200억원을 투자했는데 1군 전력의 중심이 되지 못했다면 실패라고 평가해야 했다. 외부 FA 투자에 거부감이 생길 수 있었다. 그런데 한화는 개의치 않고 100억원을 더 투자했다. 한화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대권의 강력한 후보로 재차 부상 중이다.
강백호는 “아직 얼떨떨하고, 새로운 구단 점퍼도 어색하지만 한화이글스에서 좋은 조건으로 좋은 환경에서 야구를 해 나갈 수 있도록 저의 가치를 인정해 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지난 해 한화이글스가 좋은 성적을 냈는데 내년부터 저도 힘을 보태 더 훌륭한 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국내에 남는다면 원소속 구단을 우선적으로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한화이글스라는 좋은 팀에서 저를 원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제 계약을 마무리 했으니 좋은 조건으로 저를 인정해주신 만큼 저도 그 선택에 후회가 없으시도록 최선을 다 하는 선수, 팬들이 더 좋아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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