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로 이적한 강백호. (한화 제공)
KT 위즈에서 동고동락했던 이들이 나란히 한화 이글스로 이적해 재회했다. 셋이 맺은 계약 총액만 228억 원에 달하는 만큼, '전 KT 3인방'의 활약은 내년 시즌 '대권'을 노리는 한화의 성적과도 직결될 수밖에 없다.
한화는 지난 20일 강백호와 4년 최대 100억 원의 FA 계약을 맺었다. 박찬호(두산 베어스)와 함께 이번 스토브리그 최대어로 꼽히던 강백호는 내년 시즌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됐다.
한화는 최근 3년간 아낌없는 지출로 전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채은성(6년 90억 원)을 시작으로 안치홍(4년 55억 원)을 영입했고,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류현진에겐 8년 170억 원을 안겨 복귀시켰다.
최근 2년간 영입한 FA는 모두 KT 출신이다. 한화는 작년 스토브리그에서 유격수 심우준과 4년 최대 50억 원, 투수 엄상백과 4년 최대 78억 원에 계약했다.
상당한 금액을 투자한 데다 유망주(투수 한승주, 외야수 장진혁)를 보상 선수로 내주는 출혈도 있었지만, 실질적으론 플러스였던 계약이다.
이번 FA 시장에서 잡은 최대어 강백호 역시 KT 출신이다. 심우준, 엄상백을 연이어 놓친 KT는 강백호만큼은 잡겠다는 의지로 나섰지만 끝내 한화의 '100억 대' 베팅을 당해내지 못했다.
한화 이글스 심우준. /뉴스1 DB © News1 김기남 기자
올해 정규시즌 2위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한 한화는 향후 몇 년간 '윈나우' 기조를 이어갈 참이다.
류현진, 채은성, 최재훈 등 베테랑이 건재하고 문동주, 문현빈, 노시환 등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올라온 현시점에서 반드시 우승을 일구겠다는 각오다. 강백호를 공격적으로 영입한 것 역시 이런 의지가 정확히 반영된 것이다.
한화의 의지가 현실화하려면 FA로 합류한 'KT 3인방'의 활약이 절실하다.
올해 한화 소속으로 첫 시즌을 치른 심우준과 엄상백은 냉정히 말해 기대에 못 미쳤다.
심우준은 94경기에서 0.231의 타율에 2홈런 22타점 11도루에 그쳤다. 수비에선 몫을 해냈으나 공격력이 너무도 빈약했다.
엄상백은 더 심각했다. 그는 28경기에서 2승7패 1홀드 평균자책점 6.58에 머물렀다. 후반기엔 선발 로테이션에서 밀려나 불펜 추격조 역할을 했고, 플레이오프에서의 부진으로 한국시리즈 엔트리엔 아예 포함되지 못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한화 이글스 엄상백. / 뉴스1 DB © News1 김진환 기자
한화는 내년 시즌 이들의 반등을 절실히 바라고 있다. 심우준이 주전 유격수, 엄상백은 5선발 혹은 준수한 롱릴리프 역할을 해줘야 경기 운용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이번에 영입한 강백호도 데뷔 이후 4년과 이후 4년의 모습이 상반된다. 첫 4년간은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비교될 정도로 정확도와 장타를 모두 갖춘 신성이었으나, 이후 4년은 부상과 부진이 거듭되면서 그다운 활약을 못했다.
그나마 2024년엔 포수 포지션을 병행하며 전 경기에 출장, 0.289의 타율과 26홈런으로 부활의 조짐을 보였으나 올해는 또다시 부상 등에 시달리며 95경기 출장에 0.265의 타율과 15홈런에 그쳤다.
원소속팀 KT가 막판 4년의 아쉬운 모습에 투자를 주저했다면, 한화는 강백호가 초창기 보여줬던 퍼포먼스를 기대하며 화끈한 투자를 했다. 내년에 27세가 되는 젊은 나이이기에 여전히 전성기 성적을 기대할 만하고, 강백호가 중심 타선에 자리를 잡는다면 한화의 전체적인 타선 힘도 배가될 수 있다.
심우준과 엄상백, 강백호는 2021년 KT의 창단 첫 통합우승을 함께 경험하기도 했다. 한화에 몇 없는 '우승 DNA'를 가진 이들인 셈이다.
길었던 암흑기를 뒤로하고 올해 부활의 날갯짓을 편 한화. 이들은 'KT 3인방'의 우승 DNA와 함께 숙원을 풀 수 있을까.
starburyny@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