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FA' 강백호 품에 안은 한화, 포지션 교통정리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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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11월 21일, 오후 03:33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 강백호가 한화이글스 유니폼을 입었다. 한화는 지난 20일 강백호와 4년 최대 100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FA 계약을 맺었다.

올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 문턱에서 아쉽게 고개 숙였던 한화는 리그 최고의 왼손 거포 중 한 명인 강백호를 영입함으로써 더욱 폭발적인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구축하게 됐다.

한화이글스와 4년간 최대 100억원에 이르는 FA 계약을 맺은 강백호. 사진=한화이글스
하지만 동시에 행복한 고민도 안게 됐다. 우선은 강백호의 새 구장 적응 문제다. 한화의 홈구장인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는 오른쪽 외야에 높이가 8m나 되는 ‘몬스터 월’이 떡 버티고 있다.

왼손 타자의 경우 힘껏 잡아당긴 홈런성 타구가 담장을 맞고 나오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프로 데뷔 후 8시즌 동안 통산 136홈런을 기록한 강백호의 경우 홈런 생산에서 상단 부분 손해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홈런을 빼면 오히려 강백호에게 유리할 수도 있다. 강백호는 파워히터이기는 하지만 전형적인 홈런타자도 아니다. 통산 타율이 0.303에 이를 정도로 정교함도 갖추고 있다. 부상없이 풀타임을 소화한다면 한 시즌 30개 이항 2루타도 가능하다.

반대로 생각해 외야 거리가 짧고 펜스가 높다면 뜬공으로 아웃될 타구도 펜스를 맞고 안타가 될 수 있다. 강백호가 이를 전략적으로 잘 이용한다면 2루타 생산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기록상으로 강백호는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 전혀 부담감이 없다ㅓ, 올 시즌 3경기에 출전해 14타수 6안타 타율 0.429 1홈런 7타점으로 강한 모습을 보였다. 올해 전 구장을 통틀어 타율이 가장 높았던 곳이 대전이었다.

또다른 고민은 포지션이다. 이는 KT위즈 시절부터 강백호에게 늘 따라다녔던 꼬리표다. 강백호는 뛰어난 타격 실력에도 불구, 확실한 포지션이 없었다. 고교 시절에는 투수와 포수를 주로 맡았다. 프로에 와선 1루수, 우익수 등을 전전하다가 나중엔 포수 마스크까지 썼다. 지명타자로도 많은 경기에 나섰다.

한화도 강백호를 영입한 만큼 KT와 똑같은 고민을 해야 한다. 일단 구단 측은 “감독님의 구상이 중요하다”며 “자료를 통해 포지션 별 기록들을 정리하고, 스프링캠프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원론적인 답을 내놓았다.

현재 강백호에게 가장 유력한 포지션은 1루수다. 현재 한화의 1루수는 베테랑 채은성이 맡고 있다. 하지만 채은성은 상황에 따라 우익수로 이동할 수 있다. 원래 LG트윈스 시절에는 우익수가 주포지션이었지만 포지션 중복 문제 해결을 위해 1루수로 옮겼다.

강백호가 외야로 나갈 수도 있다. 프로 입단 후 가장 먼저 맡았던 포지션이 우익수였다. 하지만 이 경우 한화는 외야 수비 불안을 감수해야 한다. 좌익수 문현빈도 외야로 전향하지 얼마 안돼 수비도 아직 불안한 편이다.

포수는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희박하다. 한화는 최재훈이라는 확실한 주전포수가 버티고 있는다. 강백호의 타격 재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한화가 강백호에게 백업이라도 포수를 맡기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화 입장에선 강백호가 붙박이 지명타자로 나서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아질 26살 밖에 안된 강백호를 반쪽 선수로 만드는 것은 팀과 개인에게 모두 큰 손해다. 게다가 내부 FA인 손아섭이 잔류할 경우 지명타자 자리가 겹치는 문제도 생긴다.

결국 최종 결정은 김경문 감독이 내려야 한다. 김경문 감독은 선수를 평가하는 눈이 탁월한 지도자다. 스프링캠프에서 강백호의 포지션을 정하면 그의 스타일대로 우직하게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강백호 본인도 확실한 포지션을 찾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100억원짜리 선수로서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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