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 지각변동 초래할까 '핵폭탄급' 새 규정 등장..."115%까지 써도 된다? 대신 편법은 절대 안 된다"

스포츠

OSEN,

2025년 11월 22일, 오전 10:46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정승우 기자] 프리미어리그가 재무 규정을 전면 손질했다. 다음 시즌부터는 구단이 호텔이나 여자 팀 같은 자산을 '스스로에게 되파는' 편법으로 규정을 피해 가는 길도 사실상 봉쇄된다.

영국 'BBC'는 22일(한국시간) "프리미어리그가 새 시즌부터 호텔, 여자 팀 등 자본 자산을 계열사에 매각해 재무 규정을 우회하는 행위를 금지하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이는 곧 도입될 새 재정 시스템, 이른바 '스쿼드 코스트 레이쇼(Squad Cost Ratio·SCR)'와 맞물린 변화다.

프리미어리그 20개 구단은 최근 런던에 모여 기존 수익성과지속가능성규정(PSR)을 대체할 새 틀을 논의했고, 세 가지 안건 가운데 SCR이 14대 6 찬성으로 통과됐다. 규정 변경에 필요한 최소 찬성표가 14표인 만큼, 간신히 문턱을 넘은 셈이다.

SCR의 핵심은 '스쿼드 관련 비용 상한'이다. 2026-2027시즌부터 구단은 선수단과 감독에게 쓰는 전체 비용을 구단 수익의 85% 이내로 맞춰야 한다. 다만 유럽대항전에 나서는 팀은 UEFA 규정에 따라 70% 상한을 따르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스쿼드 비용에는 선수·감독 급여, 이적료 상각분, 에이전트 수수료 등이 모두 포함된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이번 개편의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그간 허용됐던 '자본 자산 매각' 꼼수에 제동을 건다는 점이다. 지난해 첼시는 PSR을 맞추기 위해 스탬포드 브리지 인근 호텔 두 곳을 계열사에 넘기는 방식으로 장부상 수익을 만든 바 있다. 올여름 에버턴은 여자 팀을 모기업에 매각했고, 아스톤 빌라도 비슷한 구조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새 규정에 따라 앞으로는 이런 방식이 PSR·SCR 계산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오직 축구 운영으로 벌어들인 수익만 평가 기준에 들어가게 된다.

리그는 동시에 '지속가능성 규정'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각 구단이 단기·중기·장기 재무 계획과 지출 구조를 제출·관리하도록 하는 장치로, 곧 출범할 독립축구규제기구(IFR)의 요구 사항과도 맞닿아 있다. 반면 최하위팀 중계권 수입을 기준으로 상위 구단 지출 상한을 묶는 '앵커링(anchoring)' 안건은 7표 찬성에 그치며 부결됐다.

리그는 성명에서 "새 SCR 규정은 모든 클럽이 더 큰 성공을 꿈꿀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동시에, UEFA의 기존 SCR 규정에 맞춰 리그 재무 시스템을 단순화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리그는 투명한 시즌 중 모니터링과 제재, 성적 부진으로 인한 리스크 보호, 수익을 앞당긴 투자 허용, 축구 외 분야에 대한 투자 여력 강화, 축구 관련 비용에 초점을 맞춘 규정 단순화를 핵심 요소로 꼽았다.

PSR이 3년 단위 수익·지출 전체를 보는 '손익 중심 규정'이었다면, SCR은 시즌 단위 '선수단 비용 비율'에만 초점을 맞춘다. 유럽대항전에 나서는 팀들은 UEFA의 70% 상한, 리그에서는 85% 상한이라는 이중 잣대를 동시에 맞춰야 하는 구조가 된다. 이 때문에 같은 시즌에도 UEFA에서는 제재를 받고, 프리미어리그에선 규정을 지킨 것으로 간주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유럽 무대에 나서는 팀들의 수익이 워낙 크다는 점을 고려해, 리그는 85%라는 비교적 높은 상한을 선택했다. 첼시와 아스톤 빌라는 이미 2024-2025시즌 UEFA 규정 위반으로 상당한 벌금을 부과받은 바 있고, 그때는 상한선이 80%였다.

프리미어리그는 여기에 '완충 장치'도 깔았다. BBC는 "다년간 누적해 사용할 수 있는 30% 추가 허용분을 두어, 구단이 일정 부분은 상한을 넘어서 투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둔 것이다. 이 여유분은 수익 변동이나 성적 부진이 있을 때 일정 수준 초과 지출을 허용하는 '버퍼' 역할을 한다. 매년 3월 재정 평가를 실시해, 같은 시즌 안에 승점 삭감 등 스포츠 제재 여부를 가릴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상한선 구조는 초록·빨간 두 구간으로 나뉜다. '그린'은 85%다. 이 수준을 넘어가면 벌금 등 재정 제재를 받지만, UEFA보다는 덜 가혹한 수준이다. '레드'는 85%에 30% 허용분을 더한 지점이다. 이를 초과하면 고정 6점 승점 삭감에, 기준을 넘어선 650만 파운드당 승점 1점씩 추가 삭감이 뒤따른다.

단순하게 보면, 다음 시즌 모든 구단은 기본적으로 '85% + 최대 30% 허용분', 즉 실질적으로 115%까지는 쓸 수 있는 출발선에 서게 된다. 85%를 넘으면 벌금을 피할 순 없지만, 115%를 넘지 않는 이상 승점 삭감까지 이어지지는 않는 구조다. 이 허용분은 2027-2028시즌으로 갈수록 줄어들 예정이다.

예를 들어 한 구단이 내년 시즌 선수단 비용을 수익의 105%까지 사용했다면, 30% 허용분 가운데 20%를 이미 쓴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면 2027-2028시즌에 스포츠 제재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상한은 95%로 내려간다. 반대로 85% 미만으로 지출을 관리하면, 다시 허용분을 최대 30%까지 회복할 수 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어떤 구단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까. BBC는 "재무 상태가 양호한 상위권 다수는 기존 PSR 유지에 크게 불만이 없었다"라고 전했다. 상업 수익이 큰 빅클럽들은 SCR 전환에도 큰 타격이 없지만, 상대적으로 수익이 적은 중·하위권 클럽들은 임금 총액을 수익과 연동하는 구조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본머스, 브렌트포드,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 크리스탈 팰리스, 풀럼, 리즈 유나이티드 등 6개 구단이 SCR 도입에 반대표를 던졌다. 본머스의 홈구장 수용 인원은 1만 1천 석 남짓에 불과하지만, 선수단에는 프리미어리그 수준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풀럼 역시 비슷한 처지다. 이런 클럽들은 '수익 대비 스쿼드 비용 비율'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다만 BBC는 "이들 역시 영리한 이적 시장 운용을 통해 SCR 안에서도 버텨낼 수 있다"라며 "85% 상한과 30% 허용분은 충분한 적응 기간을 제공한다"라고 짚었다.

반대로 아스톤 빌라와 뉴캐슬 같은 구단은 PSR이 야심 찬 투자에 족쇄를 채웠다며 불만을 표해 왔다. 다만 이들 역시 유럽대항전에 나서는 이상 UEFA의 70% 상한을 따라야 하기에, SCR 도입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앵커링이 부결된 배경도 흥미롭다. 전체 20개 구단 중 7개만 찬성표를 던졌고, 상위권 구단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맨체스터 시티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향후 수익이 더 커질 경우, 자칫 상한을 넘길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반대에 섰고, 아스날과 리버풀은 찬성했다. TBA(Top-to-bottom anchoring)로 불리는 이 안은 리그 최하위 팀이 받는 중계권료의 다섯 배를 상한선으로 두겠다는 구상이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올 시즌 20위 팀이 약 1억 2,000만 파운드(약 2,315억 원)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상한은 6억 파운드(약 1조 1,574억 원) 수준이 된다. 하지만 SCR 상한과 UEFA 규정을 동시에 적용하면 현실적으로 이 수치에 도달할 구단은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리그는 상위 몇몇 팀의 지출이 하위권과 지나치게 벌어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이 안을 테이블에 올렸다. 반대 측은 "장기적으로 레알 마드리드 같은 구단과 선수 영입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라며 우려를 제기했다.

선수협(PFA) 역시 앵커링에 반대 입장을 냈다. 임금 총액을 강하게 묶는 구조가 사실상 '연봉 상한제'로 작동할 수 있고, 이는 법적 분쟁 소지가 있다는 논리였다. 향후 중계권 계약 규모가 줄어들 경우, 상한선이 자동으로 내려가는 구조 역시 리스크 요인으로 꼽혔다.

반면 지속가능성 규정은 별다른 이견 없이 통과됐다. 어차피 곧 출범할 독립축구규제기구가 각 구단에 단·중·장기 재무 전망과 운영 계획 제출을 요구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구단들은 클럽 운영에 필요한 자금 조달 능력과 재정 계획을 상세히 제시해야 하고, 규정을 위반할 경우엔 지출 제한이나 부채 구조 조정 같은 교정 조치를 통해 다시 기준선에 맞추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프리미어리그는 새 SCR 체계가 "UEFA 규정과 발맞추면서도 리그 특유의 경쟁력과 투자 매력을 동시에 지키기 위한 절충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각 구단은 선수단에 쓸 수 있는 돈, 쓸 수 없는 돈을 더욱 명확하게 구분해야 하는 시대를 맞게 됐다. /reccos23@osen.co.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