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되기 위해" 日호리구치, 9년 만에 UFC 돌아온 이유[이석무의 파이트클럽]

스포츠

이데일리,

2025년 11월 22일, 오후 02:14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일본 종합격투기 파이터 호리구치 쿄지(35)가 9년 만에 다시 UFC 옥타곤으로 돌아온다.

일본 종합격투기 경량급의 베테랑인 호리구치는 오는 23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ABHA 아레나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 나이트 : 사루키안 vs 후커’ 대회에서 플라이급 랭킹 11위 타기르 울란베코프(러시아)를 상대로 대결한다.

호리구치는 이번이 두 번째 UFC 도전이다. 통산 전적 34승 5패 1무효를 기록 중인 호리구치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UFC 8경기에 출전해 7승 1패라는 탁월한 성적을 거뒀다. 유일한 쓴맛은 2015년 4월 플라이급 타이틀전에서 당시 챔피언 드미트우스 존슨(미국)에게 도전했다가 당한 서브미션 패배였다.

9년 만에 UFC 무대에 복귀하는 호리구치 교치가 화상인터뷰 도중 아내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화상인터뷰 캡처
존슨에게 패배한 뒤 UFC 3연승을 이어갔던 호리구치는 갑작스레 일본 무대로 복귀했다. 이후 일본 라이진과 미국 벨라토르에서 챔피언에 오르며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이후 라이진과 벨라토르에서 경기를 펼쳤던 호리구치는 UFC에서 화려한 부활을 노린다. 20대 중반의 젊은 신예는 어느덧 30대 중반이 됐아. 하지만 여전히 종합격투기에 대한 열정이 살아있었다. UFC 챔피언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호리구치는 이데일리와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최강의 격투가를 목표로 한다면 결국 UFC 챔피언이 돼야 한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원래 호리구치는 울란베코프와 지난 6월에 싸울 예정이었다. 하지만 당시 울란베코프가 계체에 통과하지 못하면서 경기가 취소됐다. 이후 5개월 만에 다시 경기가 잡혔다.

호리구치는 울란베코프에 대해 “타격도 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레슬링이 강한 선수”라며 “키가 크고 리치도 길어서 상대하기 까다로운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목표는 분명했다. 그는 “이번 경기는 확실하게 KO 한 방으로 끝내고 싶다”고 잘라 말했다.

호리구치는 한국을 찾은 인연도 있다. 그는 “딱 한 번, 아내와 신혼여행으로 한국에 갔었다”며 “간장게장이 정말 맛있었다. 길거리 음식도 여러 가지 먹었는데 맛있는 게 많았다”고 떠올렸다. 이어 “아내가 매일같이 유튜브로 K팝을 듣는다. 여러 그룹을 듣는데 블랙핑크를 가장 좋아한다”며 “나는 솔직히 K팝은 잘 모른다”며 웃었다. 호리구치의 아내는 전 라이진 링걸 출신 배우로, 지금은 남편의 매니저이자 유튜브 영상 촬영까지 돕고 있다.

호리구치 쿄지. 사진=UFC
한때 호리구치는 ‘아시아 남성 최초 UFC 챔피언’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 적도 있다. UFC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량급 챔피언 존슨과 맞붙어 력을 증명했다. 그럼에도 그는 9년 전 UFC 챔피언 도전을 멈추고 일본 무대로 돌아갔다. 이유는 사적인 곳에 있었다.

호리구치는 “가라테 스승님이 암에 걸리셨고, 동시에 MMA 스승인 야마모토 ‘키드’ 선수도 암 진단을 받았다”며 “내가 싸우는 모습을 가까운 곳에서 보여드리면서, 내 경기로 기운을 드리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내가 전력으로 싸우는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나도 이렇게 열심히 싸우고 있으니 같이 회복하자’는 용기를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허리구치는 그 사이 라이진과 벨라토르에서 모두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둘렀다. 호리구치는 “라이진과 벨라토르, 두 단체에서 챔피언이 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라며 “그 점은 스스로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그의 시선은 다시 UFC 벨트로 향한다. ‘왜 지금 다시 UFC인가라’는 질문에 호리구치는 “최강의 격투가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UFC가 역시 세계에서 가장 강한 무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UFC 챔피언이 되기 위해 돌아왔다”고 강조했다.

올해로 35살이 된 호리구치는 ‘나이’도 불안한 변수가 됐다. 라이트급 이하 체급에서 35세를 넘긴 챔피언이 타이틀전에서 승리하는 경우는 손에 꼽힌다. ‘35세 저주’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러나 호리구치는 “딱히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제 움직임이 나빠졌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UFC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담담하게 받아쳤다.

플라이급 챔피언 알렉산드리 판토자는 이미 여러 차례 “호리구치와 타이틀전을 해보고 싶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호리구치는 그같은 제안에 대해 “이번 경기에서 확실히 이기고 나서 바로 타이틀전을 하면 좋겠다”며 “어쨌든 최단 시간 안에 챔피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타이틀전을 할 즈음에도 아마 판토자가 여전히 챔피언 벨트를 지키고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훈련 환경에 대한 시각도 분명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 전체가 완전히 다르다기보다는, 지금 제가 소속된 메리칸탑팀(ATT)과 일본 체육관 사이에 차이가 있다”며 “미국은 기술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반면 일본은 ‘정신력으로 노력하면 강해질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미국에 오면 확실히 기술적인 부분을 많이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호리구치는 한국 팬들에게도 각별한 인사를 전했다. 그는 “아시아에도 강한 파이터들이 있다는 걸 꼭 세상에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이어 “한국 팬 여러분도 꼭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아시아인이 세계 무대에서 질 거라고 미리 생각하지 말고, 계속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응원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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