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MLS 공식 소셜 미디어](https://file.osen.co.kr/article/2025/11/22/202511220917778506_6921039908d5f.png)
[OSEN=정승우 기자] LAFC와 밴쿠버 화이트캡스 라커룸 한가운데에 공통점이 생겼다. 들어온 지 몇 달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팀의 '분위기 메이커'이자 절대적인 중심이 된 슈퍼스타가 있다는 점이다. 그 주인공이 바로 손흥민(33, LAFC)과 토마스 뮐러(36, 밴쿠버 화이트캡스)다.
'디 애슬레틱'은 21일(이하 한국시간) "손흥민과 뮐러는 MLS가 꿈꾸던 '월드클래스 빅사이닝'의 모범 사례"라며 두 선수가 새 팀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는지를 집중 조명했다.
디 애슬레틱은 LAFC의 훈련 상황의 묘사했다. LA에서는 특유의 햇살 아래 훈련 전 시간이면 선수들이 야구공이나 미식축구공을 던지며 장난을 친다. 어느 날 새로 합류한 선수가 미식축구를 던지다가 엉성한 폼으로 동료들 웃음을 자아냈다. 그런데 공을 잡는 순간 표정이 바뀌더니, 아예 러닝백처럼 공을 겨드랑이에 끼고 동료들을 들이받으며 뛰어다녔다. 모두가 배를 잡고 웃었다. 그 새 얼굴은 이미 팀 안에서 '장난꾸러기'로 통하고 있었다. 그 선수가 바로 LAFC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를 기록한 손흥민이다.
LAFC 수비수 은코시 타파리는 "이 친구는 정말 남다른 사람"이라며 "성격이 워낙 밝고, 노는 걸 좋아한다. 늘 농담을 한다. 나도 팀에서 장난 많기로 유명한데, 손흥민 때문에 경쟁자가 생겼다. 늘 누군가를 약 올리고 있다"라고 웃었다.
서부 해안을 따라 캐나다 밴쿠버로 올라가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올 시즌 최고의 성적을 내며 라커룸 분위기 자체가 좋았던 밴쿠버는 여름 이적시장 이후 잠시 균열이 생길 수도 있었지만, '엄청난 여름 영입' 한 명이 그 걱정을 지워버렸다. 바이에른 뮌헨 레전드 뮐러가 합류하자마자 팀 안에서 존재감을 드러냈고, 특유의 익살스러운 캐릭터로 곧바로 녹아들었다.
미드필더 랄프 프리소는 "뮐러는 진짜 '장난꾸러기'다. 좋은 의미로"라며 "훈련에서 이기면 반드시 기억시킨다. 세바스티안 버할터와 가장 많이 붙는데, 자기 팀이 세바 팀을 이기면 라커룸에 들어와 '버할터 어디 있어? 오늘 너 별로였지?'라고 떠들고 다닌다"라고 밝혔다.
구단 관계자들을 붙잡고 물어보면 LAFC와 밴쿠버에서 돌아오는 대답은 거의 같다. 경기장에서 플레이 스타일은 전혀 다르지만, 팀에 합류하자마자 안팎 모두에서 '즉시전력 + 리더십 + 인간미'를 동시에 보여줬다는 것이다. 인터뷰마다 빠지지 않는 키워드는 '리더십', '친절함', '팀워크', '오만함이 없음'이다.
프리소는 "뮐러는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슈퍼스타'의 이미지와 정반대다. 오히려 신선하다"라고 했고, LAFC 스태프들은 손흥민을 두고 "인간 자체가 보석 같은 선수"라고 표현했다.
두 슈퍼스타는 올여름 MLS에 입성한 뒤 처음으로 같은 무대에 선다. 밴쿠버 BC플레이스에서 열리는 서부 콘퍼런스 준결승 단판 승부, 약 5만 4천 명이 들어차는 매진 경기에서 둘이 정면으로 맞부딪힌다. '디 애슬레틱'은 "MLS가 손에 넣은 두 명의 완벽한 여름 영입이 한 경기 안에 모두 시선을 빨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흥민이 LAFC에 도착한 건 올여름이다. 스코틀랜드 출신 센터백 라이언 포티어스가 8월 4일 LAFC에 합류한 지 이틀 뒤, 구단은 토트넘에서 손흥민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이적료는 리그 역대 최고액인 2,650만 달러로 알려졌다.
포티어스는 "나한테는 오히려 좋았다. 주목을 한 몸에 받는 새 얼굴이 따로 생겼으니까. 나보다 손흥민 비자가 훨씬 빨리 나왔다. 그게 더 급했을 거다"라고 농담했다. 실제로 손흥민은 합류 3일 만에 비자 문제를 해결했고, 8월 9일 시카고전에서 곧바로 데뷔했다. 포티어스가 첫 경기를 뛰기까지는 3주 가까이 더 걸렸다.
두 선수와 여름 이적생들은 팀 단체 채팅방과 판타지풋볼 리그에 함께 초대됐다. 손흥민과 포티어스는 판타지 성적이 썩 좋진 못한 편이지만, 단체 채팅방 활약만큼은 단연 톱이다. 타파리는 "단톡방이 살아 움직이는 날이면, 손흥민도 반드시 끼어 있다. 누가 한 마디만 던져도 바로 밈을 퍼 올린다. 도대체 언제 그 모든 걸 다 하는지 모르겠다. 분명 쌍둥이가 있는 것 같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라커룸에서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손흥민은 연습 도중이든 물 한 모금 마시는 시간에도 동료들을 골려 먹는다. 물병을 들고 앞에서 마시는 척하다가, 뒤에 서 있는 선수에게 물을 뿜어버리는 식이다. 들킨 뒤에는 특유의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설마 내가 그런 짓을 하겠냐"고 능청을 떨고 지나간다.
포티어스는 "솔직히 난 손흥민이 있는 론도(원터치 패스) 서클은 피하려고 한다. 얘는 사람만 보면 터널링(가랑이 사이로 패스)만 노린다. 나는 그게 웃기지 않아서, 그냥 멀리 서 있는 게 마음 편하다"라고 웃었다.
뮐러 쪽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특유의 호탕한 웃음은 경기장 밖에서도 거의 끊이질 않는다. 버할터와 훈련장에서 티격태격하는 장면은 이제 일상이다. 어느 날 통산 300번째 골을 넣자 구단은 경기 후 그라운드에서 그에게 케이크를 건넸다. 뮐러는 케이크를 들고 경기장을 한 바퀴 돌며 팬들과 함께 웃었다.
기자회견장에서도 늘 화제를 만든다. '염소 울음소리'로 자기소개를 했다가 모두를 폭소하게 만든 데 이어, 최근에는 실수로 동료 트리스탄 블랙먼의 미국 대표팀 발탁 사실을 먼저 말해버리기도 했다. 아직 공식 발표 전이라는 걸 듣고는 잠시 민망한 표정을 짓다, "방금 했던 말 취소"라며 되감기 시늉을 해서 또 한 번 웃음을 자아냈다.
뮐러는 바이에른 떠나면서 "새로운 모험"을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밴쿠버를 선택한 뒤 그는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완전히 새로운 삶을 즐기고 있다. NHL 밴쿠버 커넉스 경기를 여러 차례 찾았고, 거기서도 단순 관람을 넘어 아이스하키 전술을 끊임없이 질문하며 공부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자신이 뛰지 못하는 날에는 조용히 스포츠바를 찾아가 팬들과 어울리며 화이트캡스 경기를 함께 보기도 했다.
구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런 모든 외부 일정의 주도권도 뮐러에게 있다. 팀에 들어온 이후 각종 행사 요청이 급증했지만, 정작 먼저 "같이 가자"고 팀 단톡방을 두드리는 사람도 뮐러다. 프리소는 "뮐러가 '오늘 어디 가자', '이 도시 좀 더 알아보자'며 단체 채팅에 계속 메시지를 올린다. 이렇게 큰 프로파일을 가진 선수가 그냥 동료들과 어울리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 참 멋지다"라고 했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어느 날 저녁식사 자리에서는 옆 테이블과 즉석 '합석 토크'도 했다. 테이블 간 거리가 가까운 식당이었는데, 옆자리 사람이 "당신 누군지 알아요"라고 말을 건네자 뮐러는 "아니요, 모를걸요"라며 능청을 떨었다. 이후 식사 내내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매체는 "손흥민도 새 도시를 빠르게 자기 것으로 만들고 있다"라며 손흥민의 사례를 소개했다. LA 다저스 경기에서 시구를 했고, LA 램스 경기장에서도 그라운드를 밟았다. 포티어스는 "나는 소파에서 TV로 보고 있었다"라고 농담했지만, 타파리는 "그래도 넌 경기장에 있었지, 나는 집에서 보고 있었다"고 받아쳤다. LA 레이커스는 집까지 '웰컴 패키지'를 보내며 정식으로 도시 입성을 환영했다. 타파리는 "이쯤 되면 진짜 레벨 차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뭐, 언젠간 내 것도 오겠지"라며 웃었다.
손흥민은 동료와 팬들을 대하는 데도 늘 성실하다. 누가 친구 선물로 사인 좀 해달라고 부탁해도 마다하지 않고 해준다. 원정 경기마다 호텔 앞에 찾아오는 팬들이 있어도, 최대한 모두에게 다가가 사인과 사진 요청에 응하려 한다. 타파리는 "팬들이 부탁하면 10번 중 10번은 들어준다. 같은 팬이 4번 연속 원정을 따라와도, 손흥민은 또 웃으면서 사인을 한다. 그 정도 팬덤이면 사람을 지치게 만들 수도 있는데, 그는 늘 같은 태도"라며 감탄했다.
디 애슬레틱은 "LAFC와 밴쿠버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장점은 하나 더 있다"라며 "이 모든 행동이 '연기'가 아니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밴쿠버 스태프들은 뮐러를 두고 "자기 위치를 잘 알고, 본인을 둘러싼 환경을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프리소는 "뮐러 옆에 있으면, 이 사람이 그 '토마스 뮐러'가 맞나 싶을 때가 있다. 그만큼 겸손하고, 우리와 똑같은 사람처럼 행동한다. 진짜로 모든 사람과 대화하려 한다"라고 했다.
LAFC 쪽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 구단 관계자들은 "카메라가 꺼진 뒤 태도가 달라지는 스타들도 있지만, 손흥민은 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입을 모았다. 포티어스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손흥민은 좋은 사람'이라는 얘기가 많지 않느냐. 실제로 함께 지내보니, 정말 그대로다"라고 전했다. 타파리는 "그는 그냥 팀의 한 명이 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더 많이 농담을 던지고, 라커룸을 웃게 만들려 한다. 억지로 밝게 구는 게 아니라, 정말로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두 선수는 이제 구단의 얼굴이 됐다. 자연스럽게 미디어·마케팅 일정도 많다. 두 클럽은 손흥민·뮐러 측과 긴밀히 협조해 인터뷰와 일정 조율을 진행하는데,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두 선수 모두 MLS 기준으로 봐도 굉장히 적극적인 편이라고 한다.
밴쿠버는 뮐러 데뷔 이후 정규리그 마지막 라운드 FC댈러스전 패배를 제외하고 단 한 번만 졌다. 대부분의 스타들은 경기 전 인터뷰만 소화하는 경우도 많지만, 뮐러는 패한 그 경기에서도 스스로 나서서 경기 후 인터뷰까지 책임졌다. 구단 관계자들은 "리더로서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토트넘과 바이에른, 함부르크, 레버쿠젠, 독일 대표팀, 한국 대표팀까지… 손흥민과 뮐러는 이미 여러 차례 서로를 상대해왔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클럽과 A매치를 통틀어 두 사람이 함께 그라운드에 선 경기는 12번이나 된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한국이 독일을 2-0으로 꺾으며 디펜딩 챔피언을 탈락시킨 그 경기 역시 둘의 맞대결이었다.
지금까지 상대 전적은 뮐러 쪽이 훨씬 앞선다. 그의 팀은 손흥민이 뛴 팀을 상대로 진 적이 없다. 손흥민의 유일한 1승이 바로 그 러시아월드컵 한국 대표팀 시절이었다. 토트넘과 바이에른 유니폼을 벗고 LAFC와 밴쿠버에서 다시 마주 서는 이 순간, 두 사람의 긴 역사는 MLS라는 새로운 무대 위에서 또 한 장의 페이지를 더하게 된다. /reccos2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