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연속 득점에 40분 완파… 안세영, 세계 1위 클라스 또 증명하면 시즌 10회 우승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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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2025년 11월 22일, 오후 08:04

[OSEN=이인환 기자] ‘세계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이제는 너무 익숙하다. 안세영(삼성생명)이 호주오픈 결승에 올랐다. 올 시즌 10번째 우승까지 이제 단 한 걸음만 남았다. 누가 상대라도 큰 의미가 없다. 지금의 안세영은 그저 정상으로 향하는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을 뿐이다.

세계 랭킹 1위 안세영은 22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500 호주오픈 여자 단식 준결승에서 태국의 강호 랏차녹 인타논(세계 8위)을 2-0(21-8, 21-6)으로 완파했다.

스코어만 보면 일방적이고, 흐름을 보면 사실상 ‘경기’라기보다 ‘연습’에 가까웠다. 40분 만에 승부를 끝내며 장르가 다른 선수처럼 압도적인 격차를 보여줬다.

경기 내용은 더 충격적이었다. 1게임부터 2게임까지 안세영은 단 한 순간도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다. 시작과 동시에 리드를 잡고, 연속 득점으로 흐름을 틀어쥐었다. 상대의 추격은 아예 차단됐고, 점수판은 차갑게 벌어지기만 했다.

특히 2게임에서는 무려 ‘9연속 득점’을 기록하며 인타논의 체력과 집중력을 완전히 빼앗아버렸다. 상대가 무너진 게 아니라, 안세영의 레벨이 그만큼 달랐다.

사실 이번 대회 내내 시나리오는 똑같았다. 32강부터 준결승까지 단 한 게임도 내주지 않았다. 이 정도면 ‘우승 경쟁’이라는 표현조차 어울리지 않는다. 안세영이 정상에 오르는 것이 자연스럽고, 누가 이를 막을지 계산하는 일이 오히려 부자연스럽다.

안세영은 2022년 호주오픈 우승자다. 말 그대로 이 코트의 주인이었다. 이제 또 한 번 같은 자리로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 결승에서는 캐나다의 미셸 리를 꺾고 올라온 인도네시아의 푸트리 쿠수마 와르다니 중 승자와 맞붙는다. 하지만 상대가 누구든 스토리는 변하지 않는다. 안세영이 코트에 서는 순간, 중심은 이미 정해져 있다.

이번 우승이 더 특별한 이유도 있다. 호주오픈에서 정상에 오른다면 시즌 10승을 달성하게 된다. 이는 지난 2023년 안세영 본인이 만들어낸 단일 시즌 여자 단식 최다 우승 기록(9승)을 스스로 넘어서는 순간이다. 그야말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올해 안세영이 만든 발자취도 경이롭다. 그는 올해 총 14개의 국제 대회에 출전해 무려 9개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말레이시아오픈, 전영오픈, 인도네시아오픈 등 슈퍼 1000 시리즈 3개 대회를 모두 제패했다.

심지어 인도오픈·일본오픈·중국오픈·덴마크오픈·프랑스오픈 등 슈퍼 750 시리즈에서도 무려 5개를 우승했다. 슈퍼 300 오를레앙 마스터스까지 합하면 이미 ‘한 시즌 최다 우승자’라는 타이틀마저 부족할 정도다.

지난 9월 코리아오픈 결승에서 야마구치 아카네에게 패한 뒤 눈물을 머금고 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던 장면은 이제 먼 기억이 됐다. 당시의 좌절은 오히려 안세영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후 그는 매 대회마다 폭발적 상승세를 이어가며 자신이 왜 ‘세계 1위’인지 그 존재 이유를 증명해왔다.

이제 남은 건 우승컵 하나. 안세영에게 호주오픈 결승은 새로운 기록을 쓰는 무대이자, ‘10승 챔피언’으로 올라서는 역사적 순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누가 올라오든 그녀의 질주는 멈출 기미가 없다. 이미 정점에 서 있는 선수지만, 또 다른 정점을 직접 개척하며 배드민턴 역사에 새로운 기준을 쓰고 있다. /mcad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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