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발언이 인종차별? 피부색-생김새도 아닌데? [유구다언]

스포츠

OSEN,

2025년 11월 23일, 오전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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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우충원 기자]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가 전북 현대의 타노스 코치에게 5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2000만 원이라는 강한 조치를 내렸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8일 전북과 대전의 K리그1 36라운드 후반 추가시간. 대전의 핸드볼 의심 상황이 선언되지 않자 벤치가 들끓었고, 타노스 코치는 거친 항의를 이어가다 경고와 퇴장을 연달아 받았다.

논란의 핵심은 퇴장 이후의 제스처였다. 타노스 코치가 주심을 향해 두 눈을 가리키는 동작을 했고, 주심은 이 행동을 인종차별적 비하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경기 보고서에 기록했다. 상벌위는 영상 분석 끝에 해당 손짓이 흔히 알려진 ‘슬랜트아이’ 형태와 외형상 유사하다고 결론 내렸다. 연맹은 “특정 행동의 의미는 행위자의 의도보다 외부에서 받아들여지는 보편적 상징성이 우선한다”는 이유를 덧붙였다.

그러나 이 조치가 곧바로 합리적인 판정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축구계에서는 비슷한 손짓이 경기 중 항의 과정에서 자주 등장한다는 반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판정을 똑바로 보라”는 의미로 같은 동작을 사용한 적이 있으며, 안토니오 콘테 전 토트넘 감독 역시 경기 흐름을 탓하며 선수들에게 유사한 표현을 보인 사례가 있어 인종차별 의도와 연결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타노스 코치도 제출한 진술서에서 “오심 장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의미로 눈을 가리켰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영상에서도 검지를 눈 중앙에 대고 옆으로 당기는 동작은 확인됐지만, 이를 동양인을 조롱하는 제스처로 단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견이 갈리고 있다. 상징 해석이 충돌하며 혼란이 커진 셈이다.

 상벌위는 징계 근거로 타노스 코치가 경기 중 "racista(인종차별자!)"라는 표현을 반복했다는 사실도 포함했다. 그러나 전북 측은 “연이은 판정 오류에 격앙된 상황에서 심판에게 항의하는 표현으로 보이며, 이를 인종차별 의도와 직결해 해석하는 건 과도하다”고 반박했다.

당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는 23000 명이 넘는 관중이 몰렸고 소음이 극심한 가운데 외침의 정확한 의미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타노스 코치의 발언이다. 일반적으로 인종차별은 상대를 깔보는 행위로 이어진다. 손흥민, 이강인 등 유럽에서 활약한 선수들의 경우 피부색이나 인종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인종차별을 하면서 "인종차별자!"라는 발언을 하는 경우는 찾아보지 못햇다. 

이번 징계는 K리그에서 인종차별 제재 기준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사건으로 남았다. 현장 분위기, 제스처의 원래 의미, 관중 소음, 심판의 주관적 판단이 하나로 맞물리지 못하면서 논란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 10bir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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