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FC 손흥민이 골을 터뜨린 뒤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0-2로 끌려가던 LAFC는 손흥민의 멀티골에 힘입어 연장전까지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지만 승부차기에서 3-4로 무릎을 꿇었다. 이날 결과로 손흥민의 MLS 데뷔 시즌도 막을 내렸다.
이날 경기는 무려 5만4000명의 대관중이 운집했다. 경기 전부터 손흥민과 토마스 뮐러(밴쿠버)의 맞대결에 모든 관심이 집중됐다. 손흥민과 뮐러는 이날 나란히 스타팅으로 나서 팀을 이끌었다.
전반전은 밴쿠버의 일방적인 흐름이었다. 밴쿠버는 전반전 볼 점유율 67%대33%로 LAFC를 압도했다. 유효슈팅에서도 5-0으로 월등히 많았다. 반면 LAFC는 돔구장인 BC플레이스의 인조잔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고전했다.
밴쿠버의 선제골은 전반 38분에 나왔다. 골키퍼 다카오카 요헤이의 롱킥을 받은 엠마누엘 사비가 LAFC 골키퍼 위고 요리스의 키를 넘기는 로빙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어 전반 추가시간에 밴쿠버의 추가골이 이어졌다. 뮐러의 헤더를 요리스가 쳐냈지만 떨어진 세컨볼을 마티아스 라보르다가 밀어넣어 2골 차로 달아났다.
0-2로 뒤진 채 전반을 마친 LAFC는 후반전 들어 본격적인 추격을 시작했다. 그 중심에 손흥민이 있었다. 손흥민은 후반 15분 만회골을 터드리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앤드루 모런의 헤딩 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문전에서 잇따라 슈팅을 때렸다. 첫 두 차례 슈팅은 상대 골키퍼와 수비수에게 막혔지만 세 번째 찬 슈팅이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손흥민은 세리머니 없이 곧바로 공을 집어 들고 하프라인으로 뛰어간 뒤 동료들을 응원했다.
손흥민은 경기 종료를 앞둔 후반 추가시간에 또 한 번 극적인 순간을 만들어냈다. LAFC는 상대 페널티 지역 외곽 왼쪽에서 상대 파울로 프리킥 기회를 얻었다. 키커로 나선 손흥민은 오른발로 강하게 감아찼다. 공은 상대 수비벽을 넘어 골문 오른쪽 상단 구석에 정확히 꽂혔다. 밴쿠버의 일본인 골키퍼 다카오카가 몸을 날렸지만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지난 14일 볼리비아와의 대표팀 경기에서 기록한 프리킥과 꼭 닮은 명장면이었다.
연장전에 돌입한 LAFC는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파상공세를 펼쳤다. 밴쿠버는 퇴장과 부상으로 9명만이 그라운드에 남은 상황이었다. LAFC는 연장 후반 추가시간에만 세 차례나 골대를 때렸지만 끝내 동점 균형을 깨지는 못했다.
승부차기에서는 안타까운 장면이 나왔다. 첫 번째 키커로 나선 손흥민이 그만 실축을 한 것. 손흥민이 오른발로 찬 공은 골키퍼를 완전히 속였지만 정작 골포스트를 맞고 튀어나왔다.
설상가상으로 LAFC는 3번 키커 델가도의 슛마저 크로스바를 넘어가며 승리 희망을 접어야 했다. 요리스가 밴쿠버의 4번 키커 슈팅을 막았지만, 5번 키커 라보르다가 마지막 킥을 성공시키면서 경기는 밴쿠버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이날 경기를 끝으로 손흥민의 2025시즌은 공식적으로 마무리됐다. 손흥민은 올해 5월 토트넘 홋스퍼 소속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17년 만에 팀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당시 주장으로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그는 “레전드라고 하죠. 안 될 게 뭐가 있겠어요”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손흥민은 시즌을 마치고 지난 8월 10년간 몸담았던 토트넘을 떠나 MLS 역대 최고 이적료인 2650만 달러(약 368억 원)에 LAFC로 이적했다. 이날 경기 포함, LAFC에서 약 3개월 동안 뛴 13경기에서 12골을 몰아치는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손흥민이 가는 곳마다 화제의 중심이 됐다. LAFC는 홈, 원정을 가리지 않고 엄청난 팬들을 몰고 다녔다. 유니폼 판매도 기록적인 수치를 찍었다.
손흥민은 대표팀에서도 제 몫을 해냈다. 주장으로서 2026 북중미월드컵 본선 진출과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이끌었다. 지난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나와 A매치를 마친 뒤 곧바로 장거리 이동 끝에 소속팀에 복귀했다. 피로를 무릅쓰고 이날 경기에서 시즌 11·12호골을 기록했다.
손흥민은 당분간 휴식을 취하면서 다음 시즌을 준비할 예정이다. LAFC는 내년 2월 22일 LA 메모리얼 콜리세움에서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인터 마이애미를 상대로 2026시즌 MLS 개막전을 치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