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이인환 기자] 손흥민(33, 로스앤젤레스 FC)의 ‘멱살 캐리’마저 무너졌다. 12월까지 달릴 것 같던 시즌은 결국 밴쿠버에서 멈췄다.
LAFC는 22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BC 플레이스에서 열린 2025 MLS컵 서부 컨퍼런스 4강전에서 밴쿠버 화이트캡스와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패했다. 손흥민의 환상적인 멀티골은 기적에 가까웠지만, 팀 전체의 허약한 경기력은 끝내 버티지 못했다.
2025년 MLS컵 서부 컨퍼런스 4강전. 밴쿠버 원정에서 2골을 몰아친 손흥민은 그라운드 위에서 모든 에너지를 쏟아냈다. 그러나 LAFC는 집요한 밴쿠버의 수비, 엇갈린 팀 전술, 그리고 끝내 시도조차 해보지 못한 역전골로 무너졌다. 승부차기의 첫 번째 키커로 나서던 손흥민의 빈 골문을 벗어나버린 슈팅은, 압도적 활약 만큼이나 잔인한 운명을 암시했다.
경기는 개막 전부터 ‘스타 매치’로 화제를 모았다. 뮌헨의 아이콘 뮐러와 토트넘 레전드 손흥민의 미국 무대 격돌. 단 1분 만에 53,000석 티켓이 매진됨은 ‘손흥민 효과’가 그만큼 강력하다는 증거였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자 LAFC는 전반부터 밴쿠버의 강한 압박에 질질 끌려가며, 0-2로 뒤처졌다. 전반 40분과 45분 연속으로 골을 내주며 실망을 안겼다.
후반전, 손흥민은 반전을 써 내려갔다. 후반 15분 세 차례 슈팅 시도 끝에 한 골을 만회했고, 후반 추가시간 프리킥까지 작렬하며 2-2 동점을 만들었다. 그림 같이 꽂힌 궤적은 ‘월드클래스’의 진수를 보여줬다.
연장으로 넘어간 경기는 LAFC가 수적 우위(11-9)까지 점했음에도, 끝내 추가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승부차기에 돌입한 순간, 1번 키커 손흥민이 실축했고, 3번 키커 델가도까지 실패하며 LAFC는 다음 라운드 진출이 좌절됐다.
경기 후 손흥민은 “경련이 다시 올라왔고, 승부차기도 힘들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무득점 참패로 끝날 수도 있던 팀을 승부차기까지 버티게 한 건 손흥민의 만회골, 프리킥, 그리고 집요한 리더십이었다.
현지 ‘스퍼스 웹’ 등 토트넘 매체는 손흥민의 압도적 활약에 “그가 LAFC에서 MLS를 너무 쉽게 접수한다”, “13경기 12골 4도움이라는 괴물 스탯을 쌓았다”며 팬심을 드러냈다.
특히 “손흥민이 왜 토트넘에서 프리킥을 맡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거나 “에릭센 이적 이후 이미 수 차례 프리킥 골을 넣었고, MLS 올해의 골 상도 받았다”며 아쉬움을 곱씹었다.
경기 자체는 밴쿠버의 승리로 끝났지만, LAFC 공식 계정에는 팀 경기력에 대한 비판이 쇄도했다. 한 팬은 “11명이 9명을 뚫지 못한 건 시스템의 문제”라는 자조부터 “손흥민만이 자랑스러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팬은 “그가 이겼고 팀만 진 것”이란 응원을 하거나 “손흥민이 뛰기에 LAFC가 아까운 팀”이라는 말하기도 했다.
LAFC는 이날로 2025시즌을 마감했고, 내년 코첼라 밸리 인비테이셔널을 준비하며 프리시즌에 돌입한다. 손흥민의 캐리에도 팀은 무너졌지만, 그의 한 방이 MLS의 역사를 새로 쓴 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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