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손흥민(33, LAFC)을 향한 수준 낮은 비난에 팬들이 뿔났다.
LAFC는 22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BC 플레이스에서 열린 2025 MLS컵 서부 컨퍼런스 4강전에서 밴쿠버 화이트캡스와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패했다. 손흥민의 환상적인 멀티골은 기적에 가까웠지만, 팀 전체의 허약한 경기력은 끝내 버티지 못했다.
2025년 MLS컵 서부 컨퍼런스 4강전. 밴쿠버 원정에서 2골을 몰아친 손흥민은 그라운드 위에서 모든 에너지를 쏟아냈다. 그러나 LAFC는 집요한 밴쿠버의 수비, 엇갈린 팀 전술, 그리고 끝내 시도조차 해보지 못한 역전골로 무너졌다. 승부차기의 첫 번째 키커로 나서던 손흥민의 빈 골문을 벗어나버린 슈팅은, 압도적 활약 만큼이나 잔인한 운명을 암시했다.
손흥민을 둘러싼 진짜 이슈는 경기가 아니라 경기장 바깥에서 터졌다. 캐나다 언론인 벤 슈타이너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손흥민, 알잖아? 그는 토트넘을 떠날 수는 있지만 토트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멘트를 남겼다. 토트넘 시절 준우승을 통해 그를 조롱한 것.
패배 직후, 한 선수의 분투와 진심 대신 과거 클럽의 농담, 색안경 낀 비하가 소셜네트워크에서 퍼졌다. 2025 MLS 대회는 물론, 북미 축구 팬덤까지 들끓게 만들었다. 이 한 줄의 메시지는 90분 넘게 홀로 투혼을 불태운 선수에게 건넬 말인가. 현장에선 동료들조차 경기에서 일찍 포기했지만, 손흥민은 누구보다 먼저 움직이고 마지막까지 골찬스를 만들었다.
결과가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끝내 역전골마저 시도하지 못한 LAFC의 조직력, 체력 한계가 패인으로 작용했다. 손흥민은 팀 전체의 80%에 달하는 공격 작업을 이끌었다. 유효슈팅의 절반 이상이 그의 발끝에서 나왔다. 반면 LAFC의 다른 선수들은 결정적 찬스에서 침묵했다.
경기 후 현지 해설진은 “손흥민이 있는 동안만 LAFC에 승산이 있었다”며 극찬을 보냈다. 이런 상황서 나온 슈타이너의 조롱은 축구팬들의 분노를 샀다. “두 골을 넣은 선수를 비난하냐”라거나 “동양인 스타를 향한 편견과 열등감이 깔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손흥민이 유럽 최대 클럽 토트넘에서 오랜 ‘무관’ 징크스를 깨고 UEFA 유로파리그 우승까지 이끌었던 사실마저 외면한, 맥락 없는 비하로 받아들여졌다. 사실 슈타이너가 빗댄 ‘토트넘 무관’ 농담은 이미 끝난 이야기다. 손흥민은 토트넘에 142년 만에 유럽 타이틀을 안겼던 주역이었다.
실제로 영국 내에서는 이미 “클럽 레전드”로 존경받는 선수다. 하지만 해외 일부 언론인은 과거의 틀에 박혀 업적보다 실패만을 반복적으로 언급한다. 더욱이 이런 시선은 손흥민 개인을 넘어 아시아 선수 전체로 확장된다. 유럽이나 북미에서 압도적인 활약을 펼쳐도, 결정적 순간이 실패하면 반복적으로 폄훼한다.
스타 케인 역시 유사한 농담의 대상이 되지만, 결과만이 강조되는 동양인 스타에게는 더 날카롭고 냉정한 시선이 드리워진다. 경기 내내 손흥민은 동료들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팀 전체를 이끌며 리더십을 보여줬지만, 팬들에게도 또 다른 상처를 남겼다. 영어권 언론에서도 “스포츠맨십을 저해하는 행위” “투혼을 비하하는 저급 저널리즘”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승부차기에서 고개를 숙인 손흥민은 경기 후 “결과적으로 내 책임”이라며 팀 전체의 짐마저 혼자 지려 했다. 승자와 패자 사이, 품격은 리더의 몫이었다. 이날 밤, 손흥민은 결과를 넘어 진심과 헌신의 의지를 증명했지만, 이중 잣대와 편견의 벽은 또 한 번 드러났다. 그는 팀과 국가를 넘어, 세계 축구 저널리즘에 “진정한 스포츠맨십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남기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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