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인 라크로스의 결집...KHLA가 세우는 새로운 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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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2025년 11월 25일, 오후 01:50

[OSEN=정승우 기자] 미주 한인 라크로스계가 조용하지만 단단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미국 곳곳에서 활동 중인 한인 선수들과 학부모들이 뜻을 모아 ‘KHLA(코리안 헤리티지 라크로스 협회)’를 설립하며, 한국 라크로스의 기반을 새롭게 세우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KHLA 출범의 계기는 지난해 보스턴에서 열린 헤리티지컵이었다. 그 대회에서 한인 선수들과 가족들은 “우리만의 커뮤니티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깊이 공유했고, 자연스럽게 독립된 조직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협회는 전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 미주 지역 고교·대학 선수, 한인 학부모들까지 폭넓게 구성되며 단순한 친목을 넘어 실질적인 지원 체계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협회가 이어가고 있는 활동도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라크로스를 발판으로 미국 대학 진학을 경험한 이들이 후배 선수들과 가족들에게 현실적인 정보와 조언을 제공하고 있으며, 현지 대학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을 차세대 유망주들과 연결해 자연스러운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에서 성장한 유학생 선수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라크로스 발전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KHLA의 큰 그림이다.

미국 라크로스 환경의 특성도 이러한 움직임을 뒷받침한다. 라크로스는 여전히 백인 중심의 인기 종목으로 소수인 한인들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다. 하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재능을 갖춘 한인 선수들이 꾸준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고교·대학 팀에서 한인 비율이 높지 않음에도 헤리티지컵에서는 같은 배경을 지닌 선수들이 하나의 팀으로 모여 강한 소속감과 의미 있는 경험을 얻고 있다.

바로 이 헤리티지컵이 2026년 5월 뉴저지에서 다시 열린다. 기존 참가국들은 모두 참여 의사를 확정했지만, 한국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지만 해결은 쉽지 않다. 헤리티지컵은 월드라크로스 공식 대회가 아니라 혈통만으로도 출전할 수 있는 친선 성격의 행사지만, 팀 이름에 ‘한국’을 사용하는 만큼 한국 라크로스 협회(NGB)의 허가가 필요하다. 협회는 미국 개최에 따른 현실적 부담을 이유로 결정을 미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KHLA는 손을 들었다. “현지 운영은 모두 우리가 책임진다”는 입장을 전하며 참가 준비의 모든 실무를 맡겠다고 제안했다. 펀드레이징 수익을 한국 라크로스 발전에 전액 기부하겠다는 약속까지 내놨지만, 협회는 여전히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라크로스에 빠져 있는 미국 한인들이 직접 나섰다. 적극적인 온라인 청원을 바탕으로 한국 라크로스 협회에 대회 참가의 필요성을 차분하지만 강하게 전달하고 있다. 헤리티지컵은 매년 메모리얼 데이 주말에 열리며 같은 기간 NCAA 챔피언십이 펼쳐져 미국 라크로스 팬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시기다. 자연스럽게 한인 선수들을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결집할 수 있는 드문 기회이기도 하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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