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했던 LG를 우승팀으로 바꾼 김현수, 8년 만에 유광잠바와 작별

스포츠

이데일리,

2025년 11월 25일, 오후 03:32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LG트윈스 선수단의 ‘정신적 지주’로 불릴 정도로 리더로서 큰 몫을 차지했던 ‘타격기계’ 김현수(36)가 8년 만에 정들었던 줄무늬 유니폼과 유광잠바를 벗게 됐다. 그의 새 둥지는 KT위즈다.

KT위즈는 25일 “자유계약선수(FA) 외야수 김현수와 3년 50억원(계약금 30억원·연봉 총액 20억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KT위즈와 FA 계약을 맺은 김현수. 사진=KT위즈
2006년 두산베어스에 육성 선수로 입단한 김현수는 프로 데뷔 후 곧바로 리그를 대표하는 왼손 강타자로 발돋움했다. KBO리그에서 활약을 발판삼아 2016년에는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진출,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두 시즌을 보냈다.

미국 생활을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김현수는 2018년 4년 115억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LG에 입단했다. 김현수가 온 뒤 LG의 팀 컬러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전까지 패배의식과 개인주의에 쩔었던 선수단에 김현수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김현수는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단숨에 팀 리더 자리를 꿰찼다. 스스로 하는 ‘훈련 분위기’를 만들면서 팀의 변화를 이끌었다. 때로는 오버스러운 리액션으로 팀 사기를 끌어올렸고, 때로는 뼈아픈 쓴소리로 후배들에게 일침을 놓았다. 리더로서 동료의 존경을 한몸에 받았고 이는 팀 성적으로 직결됐다.

김현수가 2018년 온 뒤 LG는 이듬해인 2019년부터 올해까지 7년 연속 가을애구 무대를 밟았다. 2023년에는 무려 29년 만에 통합우승을 이뤘고 2년 뒤인 올해도 다시 정상에 복귀했다. 그야말로 LG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LG의 구단 역사는 김현수 입단 전과 입단 후로 나눈다’라는 우스개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김현수는 어느덧 30대 후반으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쌩쌩하다. 올해 한국시리즈(KS)에서 17타수 9안타(타율 0.529), 1홈런, 5볼넷, 8타점을 올려 처음으로 KS MVP를 차지했다. 정규시즌에서도 140경기에 출전, 타율 0.298 12홈런 90타점을 올렸다.

2022시즌을 앞두고 LG와 4+2년 최대 115억원에 계약한 김현수는 ‘계약 연장 조건’을 채우지 못해 FA가 됐다. 당시 계약기간 2년을 더하는 조건은 25억원이었다. 비록 ‘+2년’ 옵션을 채우지 못했지만 김현수의 주가가 하늘을 찔렀다. 결국 3년 전액 보장 50억원이라는 호조건으로 KT위즈와 세 번째 KBO리그 FA 계약을 맺었다.

또다른 FA 박해민과 계약기간 4년 총액 65억원에 계약을 맺은 LG는 김현수에게 3년 총액 35억원 정도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LG 입장에선 경쟁균형세(샐러리캡) 초과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 박해민의 계약도 경쟁팀 KT가 제시한 총액 금액(약 75억원)보다 10억원 가량 낮은 액수였다.

김현수도 마지막까지 LG와 재계약을 염두에 뒀다. 최종 결정이 계속 늦어진 이유다. 하지만 15억원이라는 금액 차이를 외면하기는 어려웠다. KT가 꺼낸 제안이 월등히 좋았다. 박찬호(두산과 4년 최대 80억원 계약), 박해민 영입에 실패했고 ‘내부 FA’ 강백호(한화와 4년 최대 100억원) 마저 붙잡지 못한 KT는 그동안 쌓아둔 실탄을 김현수에게 쏟아부었고 끝내 그의 마음을 잡는데 성공했다.

김현수는 “가치를 인정해준 KT에 감사하다. 협상이 길어져서 LG와 KT에 죄송하다”며 “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겠다. 정말 많은 응원을 보내주신 LG팬들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나도현 KT 단장은 “김현수는 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으로, 타선 강화를 위해 영입했다. 잠실구장이 아닌 수원구장에서는 더 좋은 성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그라운드에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베테랑으로, 구심점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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