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차기 실축보다 뼈아픈 건 조롱...손흥민을 둘러싼 이중 잣대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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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2025년 11월 26일, 오전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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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정승우 기자] 손흥민(33, LAFC)이 남긴 두 골의 충격은 패배를 넘어 MLS와 영국 언론, 그리고 팬덤 전반을 흔들었다. 경기장은 패색이 짙었지만, 경기 밖에서는 전혀 다른 논쟁이 시작됐다. 손흥민의 존재가 다시 한 번 과소평가됐고, 동시에 다시 한 번 증명됐다.

LAFC는 23일(한국시간) 밴쿠버 BC 플레이스에서 열린 2025 MLS컵 플레이오프 4강전에서 밴쿠버 화이트캡스와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3-4로 탈락했다. 토너먼트의 문턱에서 물러났지만, 경기의 중심엔 손흥민이 있었다. 후반 중반 혼전 상황에서의 침착한 추격골, 그리고 후반 추가시간 5분 극적인 다이렉트 프리킥. 경기 흐름을 뒤흔든 두 골이었다.

문제는 경기 밖에서 터졌다. 캐나다의 한 언론인이 경기 후 소셜 미디어에 "손흥민은 토트넘을 떠날 수는 있어도 토트넘에서 벗어날 수 없다"라며 조롱 섞인 멘트를 남긴 것이다. 오래된 '무관 농담'에 손흥민을 끌어다 쓴 발언이었다. 그러나 경기력만 놓고 보면 조롱의 대상이 아닌 선수였다. 이날 LAFC 전체 공격의 절반 이상이 그의 발끝에서 나왔고, 승부차기 1번 키커로 나섰지만 골대를 맞힌 순간을 제외하면 누구보다 팀을 살린 선수였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팬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두 골 넣은 선수를 비하하냐", "동양 선수에게만 기준이 따로 적용된다", "90분 내내 뛰어다닌 선수에게 건넬 말이냐"는 비판이 쇄도했다. 손흥민의 경기력과 리더십을 무시한 '저급한 조롱'이라는 여론이 현지에서도 퍼졌다.

흥미로운 건 같은 날 영국에서는 정반대의 평가가 나왔다는 점이다. 토트넘 팬 커뮤니티 '스퍼스웹'은 "손흥민이 또다시 멋진 골로 토트넘을 어리석게 만들었다"라고 전하며, 손흥민의 프리킥 능력이 뒤늦게 재조명되고 있다고 전했다. 스퍼스웹은 "손흥민의 프리킥 능력이 이 정도였다면 토트넘이 왜 그를 전담 키커로 쓰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며, 손흥민이 프리킥을 맡았다면 "15~20골은 더 넣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10년 동안 단 한 번의 프리킥 득점만 기록했다. 에릭센, 해리 케인, 페드로 포로 등 지정 키커가 줄줄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LAFC로 이적하자마자 손흥민은 다이렉트 프리킥으로만 시즌 두 골을 기록했다. 데뷔 후 터뜨린 댈러스전 프리킥 골은 MLS 올해의 골로 선정됐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결과적으로 토트넘의 판단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손흥민이 떠난 뒤 손흥민의 대체자로 고려했던 사비뉴, 에제 등이 합류하지 못했고, 영입한 사비 시몬스와 랑달 콜로 무아니는 아직 확실한 대체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스퍼스웹은 "토트넘은 손흥민을 내보낸 뒤 공격력의 큰 축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MLS에서도 손흥민은 이미 라그난을 뒤흔드는 효율성을 보여주고 있다. 13경기 12골 4도움. 데니스 부앙가와 함께 ‘흥부 듀오’를 결성하며 단숨에 리그 최고 공격수 반열에 올랐다. 이적 당시 일부 영국 언론이 제기한 “손흥민은 하락세”라는 평가도 완전히 뒤집혔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이번 경기에서의 실축은 뼈아팠다. 하지만 손흥민은 경기 후 "결과적으로 내 책임"이라며 팀 전체의 짐을 혼자 짊어지려 했다. 그는 패배의 순간에도 품격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외부의 부적절한 조롱이 스포츠 저널리즘의 기준과 편견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로 남았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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