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합계 7언더파 209타를 기록하고 후지이 미우(일본)와 연장전에 진출한 황아름은 연장 2차전에서 파를 기록, 짧은 파 퍼트를 놓친 후지이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우승 기쁨은 10분도 채 가지 않았다. 협회에서 10분 만에 우승자를 번복했기 때문이다.
황아름(사진=JLPGA 스텝업투어 SNS)
이에 JLPGA 경기위원회는 연장전에서 경기한 황아름과 후지이, 캐디에게 사정 청취를 실시했다. 캐디가 최종 3라운드 18번홀에서 함께 플레이하던 다른 선수(오쿠야마 준나)의 클럽을 황아름의 백에 실수로 넣었다고 증언했다고 JLPGA는 밝혔다.
◇황아름 “협회, ‘상황 추정’만으로 우승자 바꿔”
JLPGA의 설명은 이렇다. “플레이오프 시작 시 선수가 클럽 수를 확인하지 않았다. 연장 2번째 홀을 종료하고 클럽 개수를 초과한 것이 발견될 때까지 황아름의 캐디 백에 해당 클럽을 넣은 사실은 없었다.
이에 JLPGA는 황아름이 연장 첫 홀부터 15개 클럽으로 플레이하고 있었다고 전제했다. 플레이오프 첫 홀의 ‘4’(파) 스코어에 2벌타를 더해 황아름의 스코어를 ‘6’(더블보기)으로 정정했다
황아름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황아름은 27일 이데일리에 “클럽이 발견된 건 연장전 이후로 제 것이 아닌 클럽이 언제 제 백에 들어가 있었는지 중요한데 그 시점이 확실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은 “‘공백의 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증언했는데 협회는 갤러리 증언, 비디오 판독 등 적극적인 증거 수집 없이 ‘추정’으로만 우승자를 바꿨다”면서 “연장 2번홀에서 클럽이 발견됐으니 1번홀에서도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결정이 납득이 가지 않아 재협의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쟁점은 2가지다. △15번째 클럽이 언제 황아름의 백에 들어갔는지 시점이 불분명하다는 것 △또 협회가 허위 사실을 바탕으로 입장문을 냈다는 것이다.
개인 캐디와 함께 경기하는 1부투어와 달리 2부투어는 골프장 소속 캐디가 한 조 선수들의 백을 담당하는 ‘3인 1캐디’ 제도다. 선수들은 클럽을 사용한 뒤 캐디에게 클럽을 반납한다. 캐디는 받은 골프채를 해당 선수의 백에 넣는다. 캐디가 클럽을 착각해 다른 선수 백에 골프채를 넣는 일이 빈번하다. 문제는 협회가 이에 대해 명확하게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이다.
JLPGA 입장문에는 ‘캐디가 18번홀에서 다른 클럽을 실수로 넣었다고 증언했다’고 돼 있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 있었던 선수 및 관계자들에 따르면 실제로 캐디는 “몇번 홀에서 클럽을 잘못 넣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아름은 “연장 2차전을 치르고 홀아웃한 뒤 클럽이 15개인 것이 확인됐기 때문에 이 부분은 인정한다”며 “하지만 연장 첫 홀부터 다른 선수의 클럽이 들어가 있었던 증거를 보여달라고 요구했지만 경기위원은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결정을 번복하지 않는다는 입장만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결국 연장 첫 홀에서 더블보기로 스코어가 바뀐 황아름은 파를 기록한 후지이에게 우승을 내줬고 준우승으로 내려 앉았다. 대회 생중계 화면에는 황아름이 우승을 확정한 뒤 기뻐하는 모습과 ‘황아름 우승’이라는 자막이 나갔다.협회 홈페이지에도 황아름이 우승을 차지했다는 결과가 공지됐다. 그렇지만 결국 10분 만에 우승자가 바뀌는 촌극이 벌어졌다.
◇일본 여자 골프계 전체 불신으로 퍼질 가능성
이 대회는 황아름에게 매우 중요했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JLPGA 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QT) 응시 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황아름은 “연장전 전 클럽 개수를 확인할 의무는 당연히 선수 측에도 있다”면서도 “나도, 후지이도, 캐디도 모두 백을 확인하지 않았으니 재연장전을 치르거나 QT라도 재검토를 하도록 회의를 해달라고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번 사건은 황아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일본 여자 골프계 전체에 대한 불신 문제로 퍼질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누군가 몰래 클럽을 넣으면 벌타를 받는다’는 식의 악용이 일어날 수 있다. JLPGA 투어의 공정성과 신뢰성까지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스포츠 포털 사이트 야후스포츠 재팬에서도 이 문제와 관련해 500개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주로 ‘향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룰을 만들 필요가 있다’, ‘황아름이 고의로 한 일이 아니고 캐디 실수이기 때문에 구제받아야 한다’, ‘JLPGA가 제대로 된 협의를 해야 한다’ 등 JLPGA의 대책을 강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황아름은 “전대미문의 상황에 저도 억울하고 황당한 입장이다. 그 와중에도 함께 항의해준 동료 선수들에게 고맙다”며 “우승 타이틀은 번복이 안 된다고 하니 차치하더라도 QT 진출 등 제 권리를 돌려받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대책을 강구하려고 한다. 일단 KLPGA 2부투어에 참가할 자격이 돼 참가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아름(사진=JLPGA 스텝업투어 SNS)
‘황아름 우승’으로 일본 현지 생중계에 자막으로 나간 장면.(사진=황아름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