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놀라운 시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한 해에 10개의 타이틀을 획득하는 꿈만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여러분의 지지가 없었다면 이 자리까지 오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BWFWorldTourFinals에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셔틀콕 여제' 안세영(23)이 26일 자신의 SNS에 남긴 글이다. 스스로의 놀라움 이상, 배드민턴사에 큰 획을 긋는 대단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여자단식 세계 1위 안세영은 지난 23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500 호주오픈 결승에서 인도네시아의 푸트리 쿠수마 와르다니(7위)를 2-0(21-16 21-14)으로 제압하고 정상에 섰다.
호주오픈 우승으로 안세영은 시즌 10번째 국제대회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2년 전 자신이 세웠던 단일 시즌 여자단식 최다 우승 기록(9승)을 경신하는 뜻깊은 이정표였다.
전 세계 배드민턴계의 찬사가 쏟아졌고, 이재명 대통령도 "세계 최초 배드민턴 여자 단식 한 시즌 10승을 달성한 안 선수는 자신이 세운 기존 기록을 뛰어넘으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며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압도적 경기력과 집중력으로 '적수가 없다'는 찬사를 받으며 세계 최강임을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 참으로 자랑스럽다"고 박수를 보냈다.
이미 '놀라운 시즌'을 만든 안세영이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올 시즌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8명의 선수들만 출전하는 '월드투어파이널스'가 남았다.
2025 월드투어파이널스 여자단식 출전 선수(BWF 홈페이지)
BWF는 26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다음 달 17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시작하는 'HSBC BWF 월드투어 파이널 2025' 참가 선수를 발표했다.
월드투어파이널스는 올해 남자단식, 남자복식, 여자단식, 여자복식, 혼합복식 종목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8명(팀)만 참가하는 '왕중왕전' 성격 대회다. 4명씩 2조로 나뉘어 리그전을 펼친 뒤 상위 2명이 토너먼트에 진출, 준결승과 결승을 거쳐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2025시즌 여자단식 종목에는 안세영을 비롯해 왕즈이(2위), 한웨(4위·이상 중국), 아카네 야마구치(3위· 일본), 푸트리 쿠수마 와르다니(6위), 폼파위 초추옹(7위), 랏차녹 인타논(8위·이상 태국), 미야자키 도모카(9위·일본)가 출전한다.
당해 세계선수권 혹은 올림픽 챔피언에게는 자동으로 출전 자격이 주어진다. 지난 8월 파리 세계선수권 패자 야마구치가 안세영보다 먼저 소개된 이유다. 또 나라별로 최대 2명만 출전할 수 있어 안세영의 천적인 천위페이(5위)는 나설 수 없다.
안세영이 월드투어파이널스까지 우승한다면 일본의 남자 배드민턴 스타 모모타 겐토가 보유하고 있는 단일 시즌 최다우승(11회)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역사에 이름을 새길 수 있는, 그야말로 '화룡점정'이 될 무대다. 그리고 자신에게 아픔을 안긴 야마구치에게 빚을 갚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안방에서 열린 '코리아오픈' 우승을 가로막은 야마구치(오른쪽)에게 빚을 갚을 기회다. © News1 김영운 기자
안세영은 지난해 월드투어 파이널스에서 아쉬운 결과를 냈다. 조별리그 2차전에서 일본의 야마구치에 패했고 조 2위로 진출한 4강에서는 왕즈이에게 패해 결승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왕즈이에게는 올해 완벽히 복수했다. 안세영은 1월 말레이시아 오픈을 시작으로 2025년에만 왕즈이와 7번 결승에서 만났는데 모두 이겼다. 랭킹 2위 왕즈이 입장에서는 '멘붕'에 빠질 수 있는 전적이다. 다만 야마구치는 올해 유일한 오점으로 남아 있는 선수다.
안세영은 호주오픈까지 올해 14개 대회에 출전해 68승4패라는 무시무시한 기록을 남겼다. 그 4패 중 2번이 호적수 천위페이에게 당한 것이다. 7월 중국오픈 준결승에서는 한웨에게 졌는데, 당시는 부상으로 인한 기권패였다.
가장 쓰라린 패배가 9월 '코리아오픈' 결승에서 야마구치에게 당한 일격이다. 오랜만에 안방에서의 대회라 팬들도 안세영도 기대가 컸으나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
요컨대 올해 '왕중왕전' 참가자 중 안세영이 '제대로' 패한 선수는 야마구치가 유일하다. 무적행보의 막바지 오점을 지울 기회를 잡았다. 지난해 아픔까지 잊지 않고 있을 안세영이기에, 이번 대회는 더더욱 특별하다.
lastuncl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