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홈런왕' 김재환 어디로?…'보상없는 FA' 몸값 협상 유리

스포츠

뉴스1,

2025년 11월 28일, 오전 11:42

자유계약선수로 시장에 나온 김재환. /뉴스1 DB © News1 김기태 기자

프로야구 스토브리그 대어급 계약이 마무리돼가는 시점에 예상치 못한 또 한명의 '대어'가 추가됐다. '잠실 홈런왕' 출신의 거포 김재환(37)을 보상 없이 데려갈 수 있게 되면서 그의 행선지와 계약 규모에 관심이 집중된다.

두산은 지난 26일 김재환을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고 발표했다.

김재환은 2021년 시즌을 마치고 FA가 되면서 두산과 4년 총액 115억 원에 계약했다. 해당 계약이 올해로 끝났고 김재환은 FA를 신청하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4년 전 계약 당시 '옵션'이 달려 있었다.

두산과 김재환은 4년 계약이 종료된 후 우선협상을 진행하고, 협상이 결렬되면 조건 없이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준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옵션으로 넣었다. 두산과 김재환의 협상은 결렬됐고, 두산은 약속대로 김재환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해 풀어줬다.

김재환은 냉정히 말해 지난 4년간 두산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 FA 이전 잠실을 홈으로 쓰면서도 홈런왕에 오르는 등 4시즌이나 30홈런 이상을 기록했는데, FA 계약 이후엔 2024년의 29홈런이 최고치였다.

올해도 부상 등으로 고전하면서 0.241의 타율에 13홈런 50타점에 그쳤다. 여기에 내년이면 만 38세가 되는 많은 나이까지 감안하면, 올해 FA 시장에 나왔을 때 좋은 대우를 받기는 사실상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FA가 아닌 '자유계약선수' 신분이 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FA 신청을 했을 때 적용되는 보상 규정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만일 김재환이 FA를 신청했다면 B등급으로 분류됐을 것이다. 이 경우 두산이 아닌 다른 구단에서 김재환을 영입하려면 25인 외 보호선수와 10억 원의 보상금, 혹은 보상선수 없이 20억 원의 보상금을 두산에 줘야 한다.

김재환. / 뉴스1 DB © News1 장수영 기자

'에이징 커브' 우려가 있는 베테랑 타자에게 쓰기엔 부담스러운 지출이었는데, '자유계약선수'로 영입할 수 있게 되면서 그 고민이 사라졌다.

타격이 약한 팀에선 김재환의 '한방'을 기대하고 과감한 베팅을 할 만한 상황이 됐다. 최근 노쇠화가 눈에 띄지만 잠실을 홈으로 쓰면서도 홈런왕을 차지하고 통산 275홈런을 때려낸 경험은 나이를 이유로 상쇄할 수 없는 김재환의 강점이다.

특히 SSG 랜더스, KT 위즈 등 '타격 친화적' 구장을 홈으로 쓰는 구단들은 김재환의 홈런 생산 능력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문제는 계약 규모다. 김재환과 동갑내기인 김현수가 KT로 이적하면서 3년 최대 50억 원 계약을 맺었는데, 김재환은 올해 부진했고 김현수는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를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이상의 계약은 어려워 보인다.

다만 복수의 팀이 영입전에 가세해 경쟁이 과열되면 몸값이 치솟을 수도 있다. 앞서 언급했듯 보상 없이 영입할 수 있는 FA이기 때문에 지갑을 좀 더 열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김재환 입장에선 4년 전처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관철하며 다시금 몸값을 끌어올릴 기회를 잡았다.

단 리그 전체의 시각에서는 '꼼수 계약', '물 흐리기' 비판도 없지 않다. 너도나도 '김재환 옵션'을 추가한다면 FA 보상 제도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진다. 이번 기회로 FA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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