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 뜨거운 감자' 김재환 사태...FA 제도 개편 신호탄되나

스포츠

이데일리,

2025년 12월 02일, 오전 12:05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프로야구 스토브리그가 갑작스레 등장한 자유계약선수 한 명으로 뜨겁다. 주인공은 최근 두산베어스에서 전격 방출된 ‘왼손거포’ 김재환(37)이다.

김재환은 최근 두산의 구단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방출 선수 신분이 됐다. 표면적인 이유는 ‘합의에 따른 방출’이다. 하지만 실상은 4년 전 FA 계약에 포함된 이례적 옵션이 작동한 결과였다. 전례가 없는 경우로 KBO 리그 자유계약선수(FA) 제도 전반을 뒤흔드는 시도라는 점에서 더 눈길이 간다.

4년 전 FA 계약을 통해 비공개 옵션 계약을 맺은 뒤 결국 두산베어스에서 방출된 김재환. 사진=연합뉴스
김재환은 2008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4순위로 두산베어스에 지명된 뒤 줄곧 한 팀에서만 뛴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지난 10년 이상 두산을 대표하는 강타자로 이름을 날렸다.

투수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통산 276홈런을 기록했다. 2018년에는 홈런왕(44개), 타점왕(176개)에 오르면서 정규시즌 MVP까지 차지했다. 그가 기록한 개인 통산 홈런 276개는 최정(518), 최형우(419), 강민호(350), 나성범(282), 양의지(282)에 이어 현역 선수 기준 6위에 해당한다.

그런데 두산베어스는 핵심 타자였던 김재환을 아무런 보상 없이 놓아주기로 했다. 바로 4년 전 맺은 FA 계약에 따른 ‘비공개 옵션’ 때문이었다.

두산은 지난 2021년 12월 17일 김재환과 4년 최대 115억 원(계약금 55억 원·총 연봉 55억 원·인센티브 5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이때 ‘4년 계약이 끝난 2025시즌 뒤 구단과 우선 협상을 진행하고,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준다’는 비공개 이면 계약이 포함됐다.

두산은 보류권을 포기할 수 있는 이 불리한 조건을 수용했다. 대신 계약 총액 규모를 다소나마 줄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옵션은 4년 뒤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원래 김재환은 올 겨울 FA 자격을 얻은 B등급 FA였다. 하지만 그는 FA 권리를 신청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시즌 중 부진(올 시즌 103경기 타율 0.241, 13홈런, 50타점)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는 4년 전 두산과 맺은 계약 속 비공개 옵션을 활용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임이 뒤늦게 드러났다. 김재환은 옵션을 실제로 발동했고, FA 신청 없이 ‘보상 의무가 없는 방출 선수’ 신분이 돼 시장에 나왔다.

KBO 규약에 따르면 B등급 FA를 영입할 경우 원소속 구단에 전년도 연봉의 200% 상당의 금액을 내거나, 연봉 100%와 25인 보호선수 외 1명을 내줘야 한다. 김재환의 2025년 연봉이 10억 원이었으니, FA로 이적했다면 두산은 최대 20억 원 또는 10억 원+보상선수 1명을 받을 수 있었다.

반대로 김재환을 영입하는 구단은 보상금과 보상선수 부담이 없어졌다.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김재환이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새 팀을 찾을 수 있는 구조가 됐다.

문제는 이번 사례가 FA 제도 자체의 근간을 흔들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앞으로 선수는 장기 FA 계약 협상에서 ‘계약 종료 후 협상 결렬 시 보상 없는 자유계약 방출 조항을 넣어달라’는 요구가 빈번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KBO리그 FA 제도의 보상 제도 자체가 무력화된다. 한 구단 관계자는 “사실상 꼼수나 다름없다”면서 “김재환의 계약 사례가 다시는 나올 수 없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김재환 사태’를 계기로 과도한 FA 보상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FA 제도는 선수들의 자유로운 팀 선택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현재의 보상 제도는 취지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특급 FA를 제외한 상당수 준척급 선수들은 ‘보상의 덫’에 걸려 계약을 따내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경우 FA 보상제도는 ‘시장 결정’에 따른다. 우선 메이저리그 상위 125명의 평균금액으로 기준금액을 정한다, 구단이 이 금액으로 FA 대상 선수에게 1년 계약안(퀄리파잉오퍼)을 제시한다. 선수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시장에 나오면 구단은 드래프트 지명권으로 보상을 받는 게 전부다,

야구계 관계자는 “김재환이 선수·구단 간 자유 계약의 영역과 KBO 규약이 정한 FA·보류선수 제도 사이의 경계가 얼마나 허술하게 설계돼 있는지 보여줬다”면서 “규정 위반은 아니지만, 제도 손질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근찬 KBO 사무총장은 “보류권이나 FA 보상제도를 무력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규약에 더 상세한 내용을 명시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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