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손흥민 있을 땐 안 이랬는데..."팬들이 무례해서 좌절했다" 토트넘, 또 패배 후 '라커룸 직행'→동료 박수도 말렸다

스포츠

OSEN,

2025년 12월 02일, 오전 08:47

[OSEN=고성환 기자] 토트넘 홋스퍼의 균열이 심상치 않다. 손흥민(33, LAFC)을 떠나보낸 뒤 팬들과 선수단 사이에 갈등이 커지는 모양새다.

토트넘은 지난달 3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에서 풀럼에 1-2로 패했다. 시즌 5패째를 기록한 토트넘은 승점 18에 머무르며 12위로 내려앉았다.

첼시, 아스날에 이어 풀럼에도 패하며 런던 더비 3연패에 빠진 토트넘. 사실상 스스로 무너진 경기였다. 토트넘은 경기 시작 6분 만에 두 골을 얻어맞았다. 전반 4분 허술한 수비로 케니 테테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문장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대참사를 일으켰다. 그는 전반 6분 골문을 비우고 나와 공을 먼저 따냈지만, 어설픈 걷어내기로 공을 뺏겼다. 해리 윌슨이 이를 놓치지 않고 빈 골문에 슈팅을 날려 골망을 흔들었다. 

실점 직후 비카리오는 수비진을 향해 두 팔을 크게 휘두르며 불만을 터트렸다. 동료들의 골문 커버도 아쉬울 수 있지만, 자신이 가장 큰 잘못을 범하고도 고함부터 내지른 것. 이를 본 토트넘 팬들은 야유로 화답했다. 비카리오가 공을 잡을 때마다 관중석에선 야유가 터져나왔다.

결국 이 골이 양 팀의 희비를 가르는 결승골이 됐다. 토트넘은 후반 14분 모하메드 쿠두스의 멋진 득점으로 한 골 따라잡았지만, 거기까지였다. 비카리오의 치명적 실수로 허용한 골 덕분에 풀럼이 승점 3점을 챙겨갔다. 

팬들의 인내심이 바닥난 모습이다. 토트넘 3년 차인 비카리오는 뛰어난 반사 신경으로 놀라운 선방을 많이 보여주기도 했지만, 불안한 발밑 능력이라는 약점도 여러 번 노출했다.

여기에 비카리오는 이따금 나오는 실수까지 겹치면서 야유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는 이달 초 경기 중 야유가 악영향을 끼친다며 응원을 바란다고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는 모습.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우측 수비수 페드로 포로가 경기 종료 후 팬들에게 인사를 하지 않고 곧바로 라커룸으로 향한 것. 하프타임부터 터져나온 야유에 분노한 것처럼 보였다.

영국 '풋볼 런던'은 "포로는 종료 휘슬과 함께 터널로 내려갔다가 잠시 후 다시 나타났다. 그는 경기장을 가로질러 루카스 베리발에게 무언가 외쳤다. 마치 팬들에게 박수를 보내지 말라고 소리치는 듯했다. 이후 포로는 터널로 다시 내려가면서 셔츠를 벗어던졌다"라고 전했다.

팬들의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포로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입장을 남겼다. 그는 "축구는 감정이다. 인생에서처럼 축구에서도 실수는 항상 있을 수 있다. 내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것은 팬이 제 팀 동료들에게 무례하게 구는 것"이라며 "그래서 경기가 끝날 때 좌절감을 느꼈다"라고 적었다.

이어 포로는 "우리는 다시 일어설 것이다. 6개월 전 모든 것이 너무 나빴다는 것을 상기시켜 드리겠다. 결국 중요한 건 시작이 아니라 끝이다. 진정한 토트넘 팬들에게, 사랑을 전한다"라고 덧붙였다.

토마스 프랭크 감독과 비슷한 주장이다. 그 역시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팬들이 비카리오에게 야유를 보낸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공을 오직 몇 번 터치했을 뿐이다. 그런 행동을 한 사람들은 진정한 토트넘 팬이 될 수 없다. 경기장 위에선 모두가 서로를 응원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프랭크 감독은 "그리고 우리는 최선을 다한다. 경기 후에는 야유를 보내고 괜찮다. 전혀 문제없다. 하지만 경기 도중엔 아니다. 내 생각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우리는 이번 경기에서 시작 5분 만에 졌다. 우리는 계속 나아가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토트넘의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구성원들 간 갈등도 커지는 상황. 지난달 첼시전에선 패배 직후 미키 반 더 벤과 제드 스펜스가 팬들에게 인사하지 않고 터널로 향했을 뿐만 아니라 불러세우는 프랭크 감독까지 패싱하며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번이 두 번째 사례인 셈.

다시 한번 '캡틴' 손흥민의 리더십 공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손흥민은 토트넘 시절 분노한 팬들의 야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팬들에게 사과하며 격앙된 분위기를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동료들이 인사하길 꺼리며 먼저 들어가려 하자 화를 내며 관중석 앞으로 데려가기도 했다. 지금은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주장 완장을 물려받았으나 중심을 잘 잡아주지 못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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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스카이 스포츠, 월드와이드 스포츠 스탠다드, ESPN 소셜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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