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등번호 '51번'을 대표팀 후배 문현빈(한화 이글스)에게 양보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정후는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라움아트센터에서 열린 '2025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시상식에서 취재진과 만나 "나는 진짜 등번호 욕심이 없다. (문)현빈이가 대표팀에서 자기 번호로 뛰는 경험을 꼭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표팀 '단골손님' 이정후는 소속팀에서 쓰던 51번을 대표팀에서도 써왔다. 메이저리그(MLB) 진출 후에도 샌프란시스코에서 51번을 달고 뛴다.
그런데 최근 체코, 일본과 평가전을 위해 소집된 선수 중 문현빈이 51번을 달면서 향후 교통 정리가 불가피해졌다. 문현빈도 한화에서 51번을 달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 후배가 선배에게 등번호를 양보하지만, 이정후는 달랐다.
그는 "보통 선배들에게 우선권이 있다 보니 비슷한 나이대의 후배들은 자기 번호를 한 번도 못 달고 국가대표 생활이 끝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9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6 WBC 대비 평가전 '2025 네이버 K-베이스볼 시리즈(K-BASEBALL SERIES)' 체코와의 2차전 경기. 6회초 대한민국 공격 2사 만루때 문현빈이 2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2025.11.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이어 "나를 대표하는 번호를 달고 국가대표로 경기를 나가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잘 알고 있다"면서 "나는 이미 경험을 해봤으니 현빈이도 같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번호를 양보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염두에 둔 등번호가 있다고 밝힌 이정후는 "뜻대로 안 될 경우를 대비해 플랜 B, C도 준비해 놓았다"며 웃었다.
이날 '특별상'을 받은 이정후는 오랜만에 KBO리그에서 뛰는 선후배 선수들과 해후했다.
이정후는 "예전에는 매년 시상식에 다니느라 떨리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오니까 긴장이 됐다"면서 "과거엔 시상식 막내여서 선배들에게 인사하러 다니기 바빴는데, 이제는 인사하러 오는 동생들이 생겼다. 3년 전과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키움 히어로즈 시절 동료이자 이날 최고타자상을 받은 송성문(키움)에 대한 애정도 표현했다.
이정후는 "형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 시상식에서 같이 이야기 나누고 축하해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송성문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 중인 것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같은 언어를 쓰는 선수들을 보면 부럽고 그립다. 그래서 상대 팀이어도 한국 선수와 경기하면 그 자체로 즐겁다. 성문이 형이 오면 너무 재미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올해 빅리그 진출 후 처음으로 풀타임을 보낸 이정후는 내년 시즌을 향한 강한 자신감을 표출했다.
이정후는 "풀시즌을 소화한 것이 만족스럽다. 아쉬운 점도, 좋은 점도 있는데 올해 경험을 발판 삼아 더 철저히 내년 시즌을 준비할 것"이라며 "작년엔 어깨 재활 때문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못 했는데, 지금은 괜찮아서 비중을 늘렸다. 배팅 훈련도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일찍 시작했다"고 말했다.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라움아트센터에서 개최된 '2025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시상식에서 이정후가 특별상을 수상하고 소감을 말하고 있다. (일간스포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2.2/뉴스1
내년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비에 대해서는 "일정상 내년 1월 사이판 캠프나 2월 일본 오키나와 캠프 합류는 어렵다. 미국에서 시범 경기를 치른 뒤 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소집된 대표팀 선수들을 찾기도 했던 이정후는 진심 어린 격려와 조언도 건넸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WBC에 바로 가면 긴장될 텐데, 이번 기회를 통해 만원 관중이 모인 도쿄돔의 분위기를 경험한 것은 엄청나게 큰 차이다. 평가전에서는 도쿄돔 경기가 처음인 선수들이 많아 본 실력이 안 나왔다고 생각한다. 앞서 경험해 봤기 때문에 본선에서는 더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uperpower@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