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조추첨이 아니라 ‘트럼프 추대식? 인판티노&FIFA 찬양에 비판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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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2025년 12월 06일, 오후 06:32

[OSEN=이인환 기자] “왜 노벨평화상보다 작아야 하느냐.” 국제축구연맹(FIFA)이 스스로 던진 이 질문은, 동시에 더 큰 논란의 불씨가 됐다. 그리고 그 중심엔 도널드 트럼프(79) 미국 대통령이 있었다.

FIFA는 6일(한국시간) 트럼프 대통령을 올해 처음 제정한 ‘FIFA 평화상(FIFA Peace Prize)’ 역사적인 첫 수상자로 선정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추첨을 앞두고 열린 시상식에서 지안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직접 트럼프에게 트로피·메달·인증서를 건넸다. 그 자체로 ‘이례적인 장면’이었다.

FIFA가 설명한 제정 취지는 명확하다. “평화를 위해 비범하고 탁월한 행동을 보여 전 세계를 하나로 묶은 인물에게 수여한다”라는 이유였다.

문제는 이 문장을 듣자마자 전 세계가 떠올린 이름이 바로 트럼프였다는 사실이다. 최근 인판티노 회장과 유독 자주 동행한 데다, 공개 석상에서 트럼프를 극찬해온 흐름이 이미 ‘그림’을 완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워싱턴DC 케네디 센터 행사장에서 열린 조 추첨식에서 공식 수상이 확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상 연설에서도 특유의 ‘자기 확신’을 드러냈다. 그는 “외교적 개입으로 수천만 명의 생명을 구했다. 전쟁이 시작되기 직전 이를 막아냈다”고 주장하며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영예 중 하나”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2026년 월드컵은 역대 최다 티켓 판매를 기록했다. 미국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나라”라며 미국 중심의 서사를 강조했다.

행사 연출도 사실상 ‘트럼프 쇼’였다. 조추첨은 미국·멕시코·캐나다의 공동 개최 일정과 함께 성대하게 진행됐는데, 트럼프는 멕시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 캐나다 마크 카니 총리와 함께 개막 퍼포먼스를 수행했다.

인판티노 회장과는 시상·포토타임·셀피 촬영까지 이어지며 ‘절친 모드’를 아낌없이 펼쳤다. 미국은 D조, 멕시코는 A조, 캐나다는 B조에 각각 배정됐다.

특히 조추첨 장소가 백악관에서 불과 1.6km 떨어진 워싱턴DC 케네디 센터였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올해 이사진 개편 이후 트럼프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어, 행사 전반의 구성에서 그를 중심에 둔 퍼포먼스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의 선거 유세 음악인 ‘빌리지 피플’의 ‘YMCA’가 울려 퍼진 것도 상징적이었다.

사실상 ‘정치 행사’라는 평가까지 나올 만큼 강렬한 메시지였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인판티노 회장은 최근 트럼프에 대해 “이스라엘-가자 휴전 중재로 노벨평화상 받을 자격이 있다”고 공개 지지를 보냈다.

FIFA 회장이 특정 국가 지도자를 이렇게 노골적으로 평가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비판론자들은 “FIFA가 정치적 중립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심지어 FIFA 내부에서도 평화상 제정 당시 이사회 동의를 제대로 받지 않았다는 폭로가 나오며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영국 ‘BBC’도 날을 세웠다. “조추첨과 시상식 모두 정치적 분위기가 짙게 깔려 있었다. 세계 축구 행정 기구가 특정 정치 세력의 홍보 도구로 보일 위험이 있다.” FIFA가 그동안 강조해온 ‘정치적 독립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FIFA 내부 고위 관계자는 아예 정면 돌파에 나섰다. 한 관계자는 “축구는 세계인의 언어다. 평화를 위한 노력은 어떤 형태로든 인정받아야 한다. 왜 노벨평화상보다 작아야 하느냐"고 주장했다.

이는 곧 FIFA가 앞으로도 트럼프를 비롯한 정치 지도자들에게 ‘상징적 훈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비판과 옹호가 정면 충돌한 가운데, 첫 수상자가 트럼프라는 사실은 피할 수 없는 논쟁을 예고한다. 축구의 순수성과 글로벌 정치가 정면으로 맞붙은 현장. FIFA의 선택은 과연 ‘평화를 위한 결정’이었을까, 아니면 ‘정치에 휘둘린 모험’이었을까. 앞으로의 후폭풍이 더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mcad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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