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이인환 기자] 안세영(23·삼성생명)이 또 하나의 절대 지배를 완성했지만, 정작 ‘올해의 선수상’ 앞에서는 뜻밖의 불안감이 감돈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은 지난 12개월(2024년 12월 1일~2025년 11월 30일) 동안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들을 선정해 ‘2025 올해의 선수상’ 후보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 발표 직후 중국 현지 반응은 도를 넘을 정도로 과도했다. 중국 넷이즈 등 주요 매체는 여자 단식 후보 소개에서 안세영의 이름을 철저히 삭제하며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만 ‘유력 후보’로 띄웠다. 중국 선수들에 대한 언급은 과하게 부각했고, 안세영은 단 한 줄도 등장하지 않았다.

이 침묵은 우연이 아니다. 안세영은 이번 시상식에서 사실상 확정급으로 불리는 선수다. 중국 언론도 이를 모를 리 없다. 오히려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여자 단식 논의에서 안세영을 뺄 순 없다”는 사실을. 그래서 정반대로, 후보 기사에서 그녀를 지워버리는 선택을 했다. 인정하기 싫은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시즌 기록을 보면 중국 언론의 ‘침묵 전략’이 왜 나타났는지 명확해진다. 안세영은 2025 시즌 세계 배드민턴을 완전히 장악했다. 시즌 10회 우승(여자 단식 최다)을 차지하면서 세계랭킹 1위 단 하루도 흔들리지 않았다. 시즌 58승 4패, 승률 93%로 결승 10전 10승을 거뒀다.
특히 야마구치, 천웨이, 왕즈이를 상대로 연달아 승리를 챙기며 ‘절대자 모드’를 구축했다. 중국 SNS에서도 시즌 내내 “안세영은 지금 여자 배드민턴의 기준점”, “안세영의 안정성은 이미 다른 차원”이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그만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지배력이었다.

그런데도 시상식 후보 발표 기사가 나오자 태도가 돌연 급변했다. ‘올해의 선수상 유력 후보’라고 앞장서 언급하던 중국 매체들이 하루아침에 안세영 언급을 없던 일로 만들었다. 그리고 세계 선수권 수상을 이유로 야마구치를 유력 후보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 올해의 선수상 여자 단식은 사실상 승산이 없다. 같은 후보로 오른 왕쯔이·천웨이는 성적 면에서 안세영을 따라갈 수 없다. 그래서 중국 언론은 오히려 남자 단식 스우치, 복식·혼합복식 선수들 위주로 보도를 돌려 “중국 배드민턴의 부활”이라는 프레임을 강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여자 단식은 ‘없는 종목’ 취급이다.
하지만 BWF의 평가 기준인 최근 52주 누적 랭킹 포인트와 전문가 패널 점수 (월드투어 파이널·S1000·S750·세계선수권 중심), 월드투어 파이널 & 세계선수권은 더블 포인트 적용를 고려한다면 여전히 안세영이 압도적 1순위라는 사실이다.

안세영의 시즌을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야마구치가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한 것은 분명 큰 상징이지만, 시즌 전체 지배력·성적 생산성·누적 포인트 등을 종합하면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둘 중 어떤 철학을 BWF가 택하느냐가 핵심이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사례를 보면, 세계선수권 우승이 없더라도 시즌 전체 지배력만으로 수상한 경우는 충분히 존재한다.
게다가 안세영은 이미 2023 세계선수권 우승과 2024 파리올림픽 금메달을 품에 안은 선수다. 만약 올해까지 수상하면 BWF 사상 최초 ‘3년 연속 올해의 선수’라는 기록까지 탄생한다. 여자 단식 역사에 남을 위업이다.
이제 남은 질문은 단 하나. “안세영이 ‘올해의 선수’를 못 탈 가능성이 정말 있는가?”이다. 객관적 평가와 시즌 기록을 기준으로 하면 대답은 명확하다. 설마 못 타겠는가. 아니, 오히려 왜 받지 못하느냐고 묻게 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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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호주 오픈, BWF, 안세영, 대한배드민턴협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