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힐 골프단 선수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사진=메디힐 제공)
◇지난해 ‘큰손’은 메디힐, 올해는 삼천리·한국토지신탁·롯데 등 주목
지난해 스토브리그의 주인공은 단연 메디힐이었다. 메디힐은 FA 최대어였던 박현경과 이예원을 한꺼번에 품었고, 배소현에 이어 LPGA 투어에서 활동 중인 김아림까지 영입하며 시장을 뒤흔들었다. 업계에선 이 4명에게 쏟아부은 금액만 연봉 기준 30억 원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시즌 중 조용히 영향력을 넓힌 기업도 있었다. 신한금융그룹은 LPGA에서 뛰는 임진희와 이소미를 동반 영입해 ‘깜짝 후원’을 성사시켰다. 신한은 그동안 김경태·강성훈·장유빈 등 남자 유망주 위주 후원을 이어오다가 LPGA 투어 선수를 동시에 2명 영입하면서 전략 변화를 알렸다.
올해 스토브리그에서는 삼천리, 한국토지신탁, 롯데가 ‘지갑을 여는 기업’으로 꼽힌다.
삼천리 골프단은 전속 계약이 끝나는 유현조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최소 3명 영입 계획을 세웠다. 일부 선수와는 사실상 합의가 끝나 최종 사인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간판 선수 황유민이 내년 LPGA로 떠나는 만큼 국내 스타급 선수 보강이 필수다. 골프업계에선 올해 KLPGA 투어 대상을 받은 유현조와 협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소문이다.
유현조는 지난해 데뷔해 신인상, 올해 대상을 받으면서 성장했다. 2년 차 신예지만, 지금까지의 성적과 앞으로 활약에 대한 가치 등을 따졌을 때 연봉 기준 최소 5억 원 이상은 받을 것이라는 평가다.
한국토지신탁은 박현경 등이 떠난 뒤 팀의 무게감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아 상금랭킹 최상위급 선수 영입에 나선다. 상금왕을 차지한 홍정민과 상금 2위로 마무리한 노승희 등이 올해 스토브리그 시장에 나와 있어 1~2명은 영입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최정상급 여자 선수의 연봉 상한선은 10억 원 정도로 예상한다. 기업들이 쓸 수 있는 가장 큰돈이라는 게 매니지먼트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다만, 기업 전략에 따라 대형 이적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기업들이 여자 골프에 ‘쓸수록’ 남는 이유
기업들이 앞다퉈 여자 골프에 투자하는 이유는 투자 대비 좋은 효율 때문이다. 2010년대 후반 골프단을 창단해 지금까지 운영 중인 L사는 연간 60~70억 원을 투자했지만, 방송 노출 효과와 언론 기사 노출을 광고 단가로 환산했을 때 200억 원 이상 효과가 있었다는 자체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10명이 넘는 선수를 후원하는 M사도 골프단 운영에 연간 80억 원 정도 투자하면서 200억 원 이상의 광고 및 홍보 효과를 봤고 기업 이미지 향상에도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부가 가치도 크다. 특히 대기업보다 일반에 덜 알려진 중견·중소기업에게 더 큰 효과가 나타난다. 기업명이 새겨진 모자와 의류를 착용한 선수가 TV로 노출되거나 우승 후 인터뷰하는 모습은 소비자에게 ‘믿을 수 있는 브랜드’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KLPGA 투어의 높아진 인기와 유튜브를 비롯한 SNS 기반 콘텐츠 확산은 골프마케팅의 가치 상승을 더욱 가속시키고 있다. 이런 변화는 스토브리그의 계약 규모를 더 키울 가능성이 크고, 기업 간 경쟁도 치열해지는 분위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여자 골프는 스타 효과와 콘텐츠 확산 속도가 빠르다. 기업 입장에선 비용 대비 효율이 가장 높은 스포츠 분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라며 “스타를 잡기 위한 경쟁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스토브리그에서 대박의 주인공이 누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하나의 흐름은 분명하다. 여자 골프는 더이상 단순한 스포츠 후원이 아니라, 가장 효율적인 마케팅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다.
삼천리 스포츠단 소속 선수와 코치진이 2025시즌 개막에 앞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삼천리 스포츠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