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이승엽'과 만남을 열망하던 요미우리 유망주는 왜 갑자기 팀에서 쫓겨났나

스포츠

OSEN,

2025년 12월 09일, 오전 08:40

OSEN DB

[OSEN=백종인 객원기자] 지난 10월 말이다. 한 일본 매체의 기사가 눈길을 끈다. 이런 제목이다.

‘거인 오코에가 이승엽 임시 코치에 대흥분, “묻고 싶은 게 산처럼 많다”라며 임시 캠프에서의 가르침을 열망한다.’

보도한 곳은 스포츠호치(スポーツ報知)다. 요미우리 신문 그룹의 계열사다. 그러니까 요미우리 자이언츠와는 뿌리가 같다. 흔히 ‘기관지’라고 불리기도 한다.

기사는 대략 이런 내용이다.

‘아시아의 대포 이승엽이 가을 캠프에 임시 코치를 맡는다는 소식에 외야수 오코에 루이(28)가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소개된 멘트가 심정을 보여준다.

“대단한 강타자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놀랐다. 어릴 적부터 TV에서 보며 동경하고 있었다. 위대한 선수는 타석에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치는 방법은 어떤지. 하나에서 열까지 힌트를 얻었으면 좋겠다.”

그는 긁지 않은 복권 같은 존재였다. 탁월한 신체 조건(185cm, 90kg)을 갖췄다. 게다가 자질도 뛰어나다. 5툴을 갖춘 재목이다. 하지만 아직 2%가 부족하다. 특히 타격이 문제다. 그래서 이승엽과의 만남이 주목됐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다. 돌연 구단의 오피셜이 떴다. 오코에 루이를 자유계약으로 풀어준다는 발표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요미우리 자이언츠 SNS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쿨하다. 요미우리의 발표 내용이다.

‘구단과 선수 쌍방이 합의 하에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하게 됐다. 오코에는 일본의 다른 구단을 포함해 해외 어느 리그로 가도 무방한 상태가 됐다.’

사실 선수 쪽의 문제라면 임의탈퇴로 처리된다. 원 소속 구단의 동의 없이는 이적이 불가능한 상태다. 그런데 자유계약으로 풀어줬다. 어느 정도 ‘호의’가 작용했다는 의미다.

아베 신노스케 감독도 말을 보탠다.

“만나서 작별 인사도 했다. 새로운 팀이 결정되면 또 연락을 달라고 했고, 본인도 그렇게 하겠다며 헤어졌다.”

원만한 이별임을 강조하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럴 리 없다. 멀쩡한 20대 유망주다. 아무 이유도 없이 갑자기 이런 일이 생길 리 만무하다. 더구나 그는 팀의 가을 캠프 명단에도 포함돼 있었다. 잘릴 선수라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 말이다.

몇몇 매체가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럴듯한 추론이 몇 가지 등장한다. 대강 이런 내용이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SNS

아베 감독이 가을 캠프를 야심 차게 준비했다. 부진한 올해를 반성하고, 내년 반등을 위해 열심히 하자는 각오가 담겼다. 절친 이승엽을 임시 코치로 초빙했다.

그러면서 이름이 생겼다. ‘지옥의 가을 캠프’라는 별칭이다. 요미우리 팬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이다. 나가시마 감독 시절의 ‘지옥의 이토 캠프’가 유명했다. 새벽부터 밤까지 혹독한 훈련이 악명 높았다.

가뜩이나 아베 감독은 스파르타식으로 잘 알려졌다. 2군 감독 때의 일화도 있다. 대학 팀에게 패하자, 선수들의 버스 탑승을 금지시켰다. 그리고 구보(달리기)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이런 방식이 가을 캠프 초반부터 진행됐다. 여기에 자유분방한 오코에가 부딪힌 것 같다는 게 주변 관계자들의 짐작이다.

오코에는 일단 캠프에 참가는 했다. 그런데 훈련 3일 차부터 보이지 않았다. 오매불망하던 이승엽 (임시) 코치와 만남도 잠깐이었으리라. 이후 모습이 사라졌다.

캠프뿐만이 아니다. 나가시마 감독 영결식, 팬 페스트, 납회 골프, 시즌 납회식…. 이후 구단의 공식 행사에 나타나지 않았다. 한 매체는 ‘실종설’을 보도하기도 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SNS

이런 일련의 과정 끝에 팀을 떠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단도, 감독도 조용히 무마하려는 쪽이다. 괜히 일을 키워봐야 얻을 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의탈퇴가 아닌 자유계약이라는 방식을 택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오코에는 아버지가 나이지리아, 어머니가 일본인이다. 고교시절부터 고시엔 대회의 스타로 이름을 날렸다.

프로 첫 팀은 라쿠텐 골든이글스였다. 2016년 드래프트 1번으로 입단했다. 계약금 8000만 엔(약 7억 5000만 원)을 받았다. 고졸 신입으로 개막전 엔트리에 들기도 했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높았다. 1, 2군을 오가는 신세가 계속됐다. 그러면서 잦은 구설에 시달렸다. 머리 염색, (정장이 아닌) 사복 차림, 고급 외제차 이용…. 등등이 싸늘한 시선을 받았다.

그러던 차에 현역 드래프트(KBO의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요미우리로 이적했다(2023년). 당시 하라 다쓰노리 감독은 “정신만 차리면 외야 한 자리를 맡길 수 있는 재목”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나마 2024~2025년이 가장 바쁜 시즌이었다. 각각 68, 61게임에 출전했다. 타율은 0.261, 0.246 정도였고, 홈런은 3개가 전부였다.

요미우리 이적 후에는 야쿠자 모임에 참석한 사진이 보도되기도 했다. 또 온라인 도박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로 인해 구단의 징계 처분(사회봉사)도 받았다.

라쿠텐 골든이글스 SNS

/ 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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