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서 행복한 축구를 되찾은 기성용.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계획이었으나 지금은 커리어 연장도 고민 중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2025시즌 파이널 라운드를 앞둔 지난 10월 만난 기성용(포항스틸러스)은 "이제 올 시즌 마지막 5경기 남았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해서 뛰고 싶다"면서 "이후 행보는 잘 모르겠다. 일단, 현재를 즐길 것"이라고 했다.
애초 기성용은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나 제2의 축구 인생, 또 다른 삶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6개월 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벌어지면서 기로에 섰다.
해외에서 활약하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FC서울 유니폼만 입었던 기성용은 지난여름 포항스틸러스로 전격 이적하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자신이 김기동 감독의 구상에서 제외됐다는 믿기 힘든 현실을 파악한 기성용은 서울 구단에 이적을 요청했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포항행이 발표됐다.
한국 축구사에 큰 획을 그은 선수의 마지막이 자칫 초라해질 수도 있던 상황에서 박태하 포항 감독은 "기성용이 우리 팀에 오게 된다면 두 팔 벌려 환영"이라며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강철 전사'로 변신한 기성용은 젊은 선수들이 많은 포항 중원에 노련함을 심으며 리그 4위 호성적에 일조했다. 기성용도, 포항도 행복했던 6개월이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고려 중인 기성용은 자신이 어려웠을 때 손 내밀어준 박태하 감독에 대한 감사한 마음에 고민이 깊다고 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제 '2025년 포항과 기성용'은 마지막 1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포항은 11일 오후 9시15분 필리핀 뉴 클락 시티 육상경기장에서 카야FC를 상대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2 H조 조별리그 6차전을 치른다. 3승1무1패(승점 10)로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포항 입장에서는 큰 부담 없는 경기지만 올해 마지막 일정인 만큼 '유종의 미'를 거둬야할 경기다.
현재 기성용은 필리핀 현지에서 선수들과 카야전을 준비하고 있다. 만약 애초에 자신이 세운 계획을 수정하지 않는다면, 카야전이 기성용 커리어의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포항과 박태하 감독 그리고 여전한 기성용의 플레이를 지켜본 많은 팬들은 그가 선수 생활을 더 이어가길 원하고 있다.
기성용의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애초 기성용은 올해가 끝이라고 마음먹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힘들고 어려웠을 때 손잡아 준 사람과 팀에 대한 마음이 있기에 지금 굉장히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기성용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포항과 박태하 감독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그는 "처음 이적했을 때, 사람이다 보니 마음이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포항에서 다시 축구를 할 수 있어 감사하다. 포항 팬들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날 정말로 반겨주신다. 박태하 감독님을 비롯해 포항의 모든 동료들도 나를 많이 배려해주고 있다. 덕분에 축구에 다시 집중할 수 있었다"는 마음을 전한 바 있다.
포항 팬들도 기성용과의 동행을 원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팀 성적도 좋았고 무엇보다 대선수 옆에서 함께 훈련하고 경기하는 것만으로 젊은 선수들이 얻는 것이 많기에, 포항과 박태하 감독은 기성용과의 동행을 더 기대하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아무래도 '박수칠 때 떠나라'를 생각할 시기다. 기성용 스스로도 떠나야할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야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다만 힘들 때 도와준 사람에 대한 '보은'의 마음으로 고민하는 것"이라며 "생각이 많은 것으로 안다. 지금 시점에서는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전했다.
lastuncl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