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고성환 기자] 토트넘 홋스퍼의 현 주장과 전 주장이 다시 만났다. 크리스티안 로메로(27)가 손흥민(33, LAFC)과 뜨거운 포옹으로 재회했다.
토트넘은 1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6라운드 홈 경기에서 슬라비아 프라하를 3-0으로 제압했다.
이날 승리로 토트넘은 3승 2무 1패, 승점 11을 기록하며 9위로 점프했다. 그 덕분에 16강 직행 티켓이 주어지는 8위 진입 희망을 되살렸다.
시원한 승리였다. 토트넘은 전반 26분 상대의 자책골로 앞서 나갔고, 후반 5분 페드로 포로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모하메드 쿠두스가 마무리하며 2-0을 만들었다. 그리고 손흥민의 등번호 7번을 물려받은 사비 시몬스가 후반 34분 직접 얻어낸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서 득점하며 쐐기를 박았다.


경기를 앞두고 특별한 손님이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방문했다. 바로 토트넘에서 10년간 활약하며 454경기 173골 101도움을 기록한 전설 손흥민이 돌아온 것. 그는 '집'으로 돌아와 영국 현지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 트로피를 끝으로 토트넘과 작별했다. 지난 8월 한국에서 열린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프리시즌 친선 경기를 통해 토트넘과 작별을 고했고, 양 팀 선수들의 '가드 오브 아너'를 받았다. 벤치에서 눈물을 흘린 손흥민은 헹가래를 받으며 토트넘과 동행에 마침표를 찍었고,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손흥민도 이 점을 언제나 아쉬워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 9월 "토트넘은 가장 추억이 많은 곳이다. 지난 10년간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이 많이 스쳐갔다.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이었지만, 팀원들에게 즐겁고 행복한 추억만 남기고 싶었다. 기회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작별 인사할 수 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손흥민의 꿈은 현실이 됐다. 토트넘은 슬라비아전에 손흥민을 초청하며 전설의 귀환을 준비했다. 단순히 그를 경기장으로 초대했을 뿐만 아니라 경기장 앞 하이 로드 인근 건물 외벽에 손흥민을 주제로 한 대형 벽화까지 제작했다. 손흥민의 트레이드마크인 찰칵 세리머니와 UEL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 태극기 등이 담겼다.


이후 손흥민은 회색 롱코트에 검은 목도리를 두르고 경기장에 나타났다. 토트넘 팬들은 기립 박수와 뜨거운 환호로 그를 맞이했다. 부상으로 재활 중인 제임스 매디슨과 굴리엘모 비카리오 등 옛 동료들도 손흥민과 포옹하며 약 4개월 만의 재회를 나눴다.
토트넘이 준비한 기념패를 건네받은 손흥민은 마이크를 쥐고 토트넘 팬들에게 직접 작별 인사를 남겼다. 그는 벅차오르는 듯 잠시 한숨을 내쉰 뒤 밝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손흥민은 "안녕하세요. 쏘니가 여기 있다. 여러분이 저를 잊지 않았길 바란다"라며 "정말 놀라운 10년이었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난 항상 스퍼스일 거고, 여러분과 함께할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곳은 항상 내 집일 거다. 절대로 여러분을 잊지 못할 거다. 계속 나와 함께해 주시고 언제든 LA를 방문해 달라. 정말 기쁠 거다. 여러분 모두 사랑한다. 가자, 토트넘(Come on your Spurs)!"라고 외쳤다. 관중석에서도 손흥민의 이름을 연호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토트넘의 또 다른 전설 레들리 킹도 등장했다. 그는 토트넘 엠블럼 모양 트로피로 제작된 감사패를 손흥민에게 전달한 뒤 힘껏 끌어안았다. 토트넘 팬들은 다시 한번 기립 박수를 보냈다. 2008년 리그컵 우승을 이끌었던 킹과 2025년 UEL 트로피를 들어 올린 두 전설의 만남이었다.


손흥민은 현재 토트넘을 이끌고 있는 로메로와도 만났다. 로메로는 지난 시즌까지 부주장으로서 손흥민을 보좌했지만, 이번 시즌부터 주장 완장을 물려받았다. 토트넘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손흥민은 경기 후 로메로와 히샬리송을 찾아갔다.
로메로는 다가오는 손흥민을 발견하자마자 활짝 웃었다. 둘은 서로를 꽉 안았고, 이후로도 몇 차례나 손을 꽉 쥐며 반가워했다. 손흥민과 함께 미국 무대에서 뛰고 있는 리오넬 메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로메로는 경기 후 소셜 미디어에도 손흥민과 다정히 찍은 사진을 공유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엄청난 홈 승리! 모두 정말 열심히 해줬다"라며 "다시 만나서 너무 반갑다, 레전드. 형제여, 정말 많이 보고 싶었다"라고 적으며 여전한 우정을 드러냈다.
손흥민과 로메로는 2021년 여름부터 지난 8월까지 4년간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둘은 각각 토트넘의 공격과 수비의 핵심으로 활약하며 팀을 이끌었다. 특히 로메로는 지난 시즌 UEL 대회 최우수 선수에 빛나는 활약을 펼치며 손흥민에게 커리어 첫 우승을 선물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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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토트넘, 디 애슬레틱, 로메로 소셜 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