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고성환 기자] 손흥민(33, LAFC)이 다시 만난 토트넘 홋스퍼 팬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손흥민은 10일(한국시간) 소셜 미디어를 통해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과 경기장 인근 자신의 모습이 그려진 벽화에서 찍은 사진을 공유했다. 그리고 "지난여름 이곳을 떠난 이후로 다시 돌아와 여러분과 함께하는 건 내가 정말 간절히 바라던 일 중 하나였다"라며 토트넘 팬들을 위한 인사를 남겼다.
미국으로 건너간 지 약 4개월 만에 영국 현지 팬들 앞에 섰던 손흥민. 그는 "모든 일이 너무 갑자기 일어나서 제대로 작별 인사를 하지 못했다. 어제 이렇게 다시 돌아올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다"라고 적었다.
끝으로 손흥민은 "이제 여러분은 이 클럽이 저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여러분이 나를 지금의 선수로 만들어주기 위해 해준 모든 걸 알 수 있을 거다"라며 "그 모든 일들은 내가 영원히 잊지 못할 것들이다. 곧 다시 만나자, 쏘니"라고 다음을 기약했다.


손흥민은 같은 날 친정팀 토트넘의 홈구장인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방문했다. 자신이 활약했던 경기장에서 정식으로 작별 인사를 건네기 위함이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 트로피를 끝으로 토트넘과 작별했다. 지난 8월 한국에서 열린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프리시즌 친선 경기를 통해 토트넘과 작별을 고했고, 양 팀 선수들의 '가드 오브 아너'를 받았다. 벤치에서 눈물을 흘린 손흥민은 헹가래를 받으며 토트넘과 동행에 마침표를 찍었고,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토트넘 팬들뿐만 아니라 손흥민도 이 점을 언제나 아쉬워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 9월 "토트넘은 가장 추억이 많은 곳이다. 지난 10년간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이 많이 스쳐갔다.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이었지만, 팀원들에게 즐겁고 행복한 추억만 남기고 싶었다. 기회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작별 인사할 수 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손흥민의 꿈은 현실이 됐다. 토트넘은 슬라비아전에 손흥민을 초청하며 전설의 귀환을 준비했다. 단순히 그를 경기장으로 초대했을 뿐만 아니라 경기장 앞 하이 로드 인근 건물 외벽에 손흥민을 주제로 한 대형 벽화까지 제작했다. 손흥민의 트레이드마크인 찰칵 세리머니와 UEL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 태극기 등이 담겼다.


이후 손흥민은 회색 롱코트에 검은 목도리를 두르고 경기장에 나타났다. 토트넘 팬들은 기립 박수와 뜨거운 환호로 그를 맞이했다. 부상으로 재활 중인 제임스 매디슨과 굴리엘모 비카리오 등 옛 동료들도 손흥민과 포옹하며 반가워했다.
토트넘이 준비한 기념패를 건네받은 손흥민은 마이크를 쥐고 토트넘 팬들에게 직접 작별 인사를 남겼다. 그는 벅차오르는 듯 잠시 한숨을 내쉰 뒤 밝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손흥민은 "안녕하세요. 쏘니가 여기 있다. 여러분이 저를 잊지 않았길 바란다"라며 "정말 놀라운 10년이었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난 항상 스퍼스일 거고, 여러분과 함께할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곳은 항상 내 집일 거다. 절대로 여러분을 잊지 못할 거다. 계속 나와 함께해 주시고 언제든 LA를 방문해 달라. 정말 기쁠 거다. 여러분 모두 사랑한다. 가자, 토트넘(Come on your Spurs)!"라고 외쳤다. 관중석에서도 손흥민의 이름을 연호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토트넘의 또 다른 전설 레들리 킹도 등장했다. 그는 토트넘 엠블럼 모양 트로피로 제작된 감사패를 손흥민에게 전달한 뒤 힘껏 끌어안았다. 토트넘 팬들은 다시 한번 기립 박수를 보냈다. 2008년 리그컵 우승을 이끌었던 킹과 2025년 UEL 트로피를 들어 올린 두 전설의 만남이었다.


토트넘은 손흥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안방에서 기분 좋은 대승까지 거뒀다. 슬라비아 프라하와 UEFA 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6라운드에서 3-0으로 이기며 클린시트 승리를 거둔 것. 그 덕분에 3승 2무 1패, 승점 11을 기록하며 9위로 점프했다. 16강 직행 티켓이 주어지는 8위 진입 희망도 되살렸다.
이날 토트넘은 전반 26분 상대의 자책골로 앞서 나갔고, 후반 5분 페드로 포로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모하메드 쿠두스가 마무리하며 2-0을 만들었다. 그리고 손흥민의 등번호 7번을 물려받은 사비 시몬스가 후반 34분 직접 얻어낸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서 득점했다. 경기는 그대로 토트넘의 3-0 완승으로 막을 내렸다.
경기 종료 후 손흥민은 크리스티안 로메로, 히샬리송과도 만났다. 그는 선발 출전한 뒤 쿨다운 중인 둘을 찾아갔다. 로메로는 다가오는 손흥민을 발견하자마자 활짝 웃은 뒤 꽉 끌어안았다. 손흥민과 함께 미국 무대에서 뛰고 있는 리오넬 메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손흥민은 "올해는 메시가 우승하게 해줬다. 내년엔 내가 우승하겠다"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옆 침대에 누워있던 히샬리송도 손흥민을 반겼다. 그는 손흥민을 보자마자 카메라를 향해 "이 남자는 내 덕분에 트로피를 들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손흥민은 "아니다. 브레넌 존슨(UEL 결승전 득점자) 덕분이다"라며 투닥거렸다. 히샬리송은 손흥민이 계속해서 존슨 덕분이라고 반박하자 "결승에서 메시나 만나라"라고 말해 모두를 웃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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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토트넘 소셜 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