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신지애를 ‘고수’라고 한다. 실제 신지애가 필드에서 동반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골프를 간단하게 친다”는 것이다. 신지애는 간단해 보이기까지 과정은 절대 간단하지 않았다고 했다.
신지애가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의 매드캐토스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2006년 KLPGA 투어에 데뷔해 올해로 20번째 프로 시즌을 마무리한 신지애는 한국·미국·일본·유럽·호주 등 전 세계 투어에서 개인 통산 67승(아마추어 1승 포함)을 올렸다. JLPGA 투어에선 29승(입회 전 2승을 포함하면 31승)을 달성해 영구 시드 조건인 30승에 1승만 남겼다.
최근 의류 후원사인 매드캐토스 서울 플래그십스토어에서 취재진과 송년 인터뷰를 가진 신지애는 “매년 ‘골프에 미치자’고 다짐한다”며 “이기는 게 가장 재미있고 즐겁다. 그러다 보니 힘든 과정도 즐겁다”고 밝혔다.
◇웨지 샷 연습 1000개씩…“훈련이 가장 재밌다”
신지애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노력’과 ‘열정’이다. 신지애는 “지난달 JLPGA 투어 최종전에서도 100m 이내 웨지 샷 연습만 1000번은 했을 것”이라고 했다. 만 37세, 여자 골프 선수로는 결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최고의 자리를 지키는 비결이다.
신지애는 매년 동계 훈련을 해가 가장 늦게 지는 호주 멜버른에서 진행한다. 오전 6시부터 밤 9시까지 골프에만 몰두할 수 있어서다.
신지애는 “내년 1월 4일 호주로 출국해 2월 중순께까지 전지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며 “차로 이동하는 시간도 아까워 골프장 안에 숙소를 잡는다. 골프장에 갇혀 산다”고 말했다. 이어 “오롯이 저에 대해 연구하고 감각을 올리는 시간이어서 전지훈련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전지훈련은 더욱 벼르고 있다. 5월 메이저 대회 이후 우승이 나오지 않아 아쉬움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신지애는 “여름 내내 어두운 터널 안에 갇힌 느낌이 들 정도로 힘들었다”며 “막판에 우승을 하고 끝내고 싶었지만 안타깝게 이뤄지지 않았다. 아쉬웠지만 내년에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돌아봤다.
더불어 “겨울 동계 훈련부터 5개월 동안 살롱파스컵 하나만 바라보고 준비했다”면서 “결국 우승을 차지했고 ‘하는 만큼 이뤄지는구나’라는 자만심이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신지애는 “원래는 과정에 즐거워하고 스스로를 연구하고 파악하는 걸 즐거워했는데 5월에 우승한 후에는 그런 과정을 놓쳤다”며 “무모하게 결과만 만들려고 시도했다는 걸 느끼고 나니 경기 흐름이 다시 보였고 안정적인 플레이가 나왔다”고 스스로를 돌아봤다.
신지애의 내년 1차 목표는 빨리 1승을 하는 것이다. 1승만 추가하면 JLPGA 투어 역대 7번째로 30승을 채워 영구 시드를 받는다.
신지애는 “눈앞에 있는 경기에만 집중하다 보니 우승이 이만큼 쌓였다. 1승을 빨리한 뒤 더 많은 우승을 만들어내고 싶다”며 “올해는 저에게 졌다는 느낌이 들어서 많이 속상하다. 내년에는 저와의 싸움에서 다시 이겨보겠다”고 다짐했다.
◇“20년 전보다 더 행복한 지금…은퇴 생각 없다”
투어 생활을 한 지 20년이나 흘렀지만 신지애의 골프 인생은 번 아웃은커녕 열정으로 가득하다. 1988년생 동갑내기 친구들인 박인비, 최나연, 이보미, 김하늘 등이 은퇴하거나 투어 생활을 무기한으로 쉬고 있지만 신지애는 아직 은퇴 생각이 없다.
신지애는 “현역으로 스스로를 괴롭히는 게 좋다”며 “힘든 과정을 견디고 우승하는 즐거움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신지애는 여고생 아마추어 시절이었던 2005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엔크린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하면서 ‘천재 소녀’로 주목받았다. 2007년 KLPGA 투어 한 시즌 최다승(9승)을 비롯해 2008년 국내 7승, 2009년 LPGA 투어 상금왕, 2010년 한국 선수 최초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등을 써낸 ‘기록의 소녀’였다.
신지애는 당시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했다. “20대 초반에는 2, 3등만 해도 우승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우승 즐거움을 느낄 여유도 없었고, 우승을 많이 하면 다음 해에 타이틀 방어를 해야 한다는 걱정을 할 정도였다”고 돌아봤다.
여전히 골프 열정이 식지 않은 신지애는 내년 시즌 비상을 다짐하면서 활짝 웃었다.
“그때는 컷 탈락을 하면 ‘땅 파고 숨어 들어가야 하나’ 생각했어요. 지금은 창피하긴 해도 다음을 준비하는 걸 알게 됐습니다. 오히려 다음 해가 기대된달까요. 다 해봐서 무서울 게 없어요”
신지애가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의 매드캐토스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신지애가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의 매드캐토스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