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이한민 인턴기자) 초반 대형 계약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2026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연말에 접어들며 일주일 넘게 정체에 빠지며 냉각 기류가 짙어지고 있다.
큰 계약이 잇달아 터진 초반 분위기와 달리 최근 일주일 넘게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각 구단과 선수들이 신중모드로 전환하면서 시장의 속도도 멈춘 듯한 모습이다.
올해 FA 명단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총 21명.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2명이 이미 계약을 마무리했다.
시장의 문을 연 선수는 최대어로 평가받았던 박찬호였다. 박찬호는 KIA를 떠나 두산과 4년 80억 원에 합의하며 FA 1호 계약의 주인공이 됐다.
뒤이어 두산 외야수 조수행(4년 16억 원)이 잔류했고, KIA의 포수 한승택은 4년 10억 원에 KT 유니폼을 입었다.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은 역시 강백호였다. 강백호는 KT를 떠나 한화와 4년 100억 원에 합류하며 이번 FA 시장 최대 금액을 기록했다.
이어 2025 우승팀 LG의 ‘주장’ 박해민 역시 여러 구단의 관심을 뿌리치고 4년 65억 원에 잔류했고, KIA 좌완 이준영은 3년 12억 원에 팀에 남았다.
한국시리즈 MVP의 주인공 김현수는 LG를 떠나 KT와 3년 50억 원에 계약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어 KT는 NC 외야수 최원준까지 4년 48억 원을 투자하는 등 전력 보강에 속도를 냈다. 두산도 이영하(4년 52억 원)와 최원준(4년 38억 원)을 잡으며 투수진 안정을 택했다.
예상과 달리 시장을 뜨겁게 달군 인물은 바로 최형우였다. KIA의 베테랑 타자 최형우는 9년 만에 친정 삼성으로 복귀했다. 삼성은 만 43세가 되는 최형우에게 2년 26억 원이라는 조건을 내밀며 승부수를 던지며 왕조시대 4번 타자를 복귀 시켰다.
KIA의 대투수 양현종은 2+1년 구조의 총액 45억 원으로 사실상 ‘종신 타이거즈’의 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양현종이 계약한 지난 4일 이후, 시장은 조용하다. 계약을 마치지 못한 선수는 9명이며 협상 전망은 밝지 않아 보인다. 특히 A등급 선수들은 보상 규정 탓에 이적 문턱이 높다. 타 구단이 데려가려면 20인 보호 외 선수 1명과 전년도 연봉 200~300%라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A등급의 김태훈(삼성), 조상우(KIA)는 올해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남기면서 구단들이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조상우는 2025시즌 72경기에 나섰지만 평균자책점 3.90으로 예전의 압도적인 셋업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투고타저 흐름 속에서 존재감이 희미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승현(삼성), 김상수(롯데), 김범수(한화), 장성우(KT) 등 B등급 선수도 상황은 비슷하다.
특히 2025시즌 73경기 48이닝 2승 1패, 2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2.25로 커리어 하이를 찍은 김범수(한화)는 좌완 불펜이 귀한 시장에서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구단들은 "올해 한 시즌 성적으로 고액을 안기긴 어렵다"는 분위기다.
장성우는 현 시점에서 KT에 잔류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여러 해 동안 팀의 주전 포수로 활약한 핵심 자원인 만큼, 내부에서도 “대체 불가능한 전력”이라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KT는 장성우를 대신할 뚜렷한 카드가 없는 상황이다.
보상 부담이 없는 C등급 역시 조용하다. 그나마 시장에서 예상 가능한 위치에 있는 선수는 베테랑 포수 강민호 정도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리그 최상위권 포수로 평가 받고 있는 강민호는 삼성에 잔류할 것으로 보이지만 계약 기간이 관건으로 보인다.
강민호와 함께 롯데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손아섭과 황재균 역시 소속팀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황재균은 2018년부터 함께한 KT로부터 제안은 받은 상태이며, 여러 조건을 놓고 숙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아섭은 2025시즌 트레이드 마감 직전 NC에서 한화로 이동해 한화의 7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과 19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끄는 데 기여했지만, 재계약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화가 이미 시장에서 100억 원을 투자해 강백호를 영입하면서 지명타자 자원이 겹쳤고, 이는 손아섭에게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초반 대형 계약으로 빠르게 끝날 듯했던 이번 FA 시장은 예상을 뒤엎고 잔잔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남은 선수들이 언제, 어떤 조건에 새 팀을 찾을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두산 베어스, 삼성 라이온즈, 한화 이글스, KIA 타이거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