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조형래 기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이 한층 더 젊어졌다. 젊어진 선수단 내에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베테랑 정훈(38)이 16년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이제 이 쓴소리마저 그리워지게 될 수도 있다.
정훈 현역 마지막 스프링캠프였던 지난 2월, 미야자키 연습경기 도중 정훈이 선수단을 불러 모았다. 해이해진 선수단에 기강을 잡기 위해 경기 도중에 집합을 시켰다.
당시 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정훈의 일갈이 전해졌다. 정훈은 “모습이 안 좋다. 결과를 떠나서 악착같이 붙어야 하는데…”라며 윤동희 나승엽 황성빈 등 젊은 선수들을 콕 찝어서 질타했다. 이어 그는 “나온나, 내가 미친놈 같이 나가서 할게”라며 혼쭐을 냈다.
정훈이 군기반장 역할을 하던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최고참 전준우가 주장을 맡는 상황에서 그 다음 연차로서 선수단 내에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젊은 선수들의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했다. 또한 출전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주전은 나이에 상관 없이, 실력 순이라고 생각하면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렇게 젊은 선수단에 긴장감을 불어 넣었다. 젊은 선수들에게 ‘당연한 주전은 없다’라는 마음가짐을 언제나 상기시켰다. 정훈의 커리어 자체가 고난과 역경, 그리고 버팀의 연속이었다.
말로든, 행동으로든 정훈은 롯데의 군기반장이었다. 최고참 전준우(39)가 주장을 맡고 있는데 중참급 선수들이 부족한 롯데 상황에서 두 번째로 고참인 정훈이 팀의 기강을 잡았다. 때로는 카리스마 있게, 때로는 선수들이 의지할 수 있는, 기댈 수 있는 큰형이 되어줬다. 롯데의 베테랑 라인의 중심이었다.
2026시즌 역시 주장은 전준우가 유력하다. 매일 경기에 나서며 안정적인 중참급 선수들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장감도 마땅치 않다. 그리고 정훈이 맡아왔던 군기반장 역할을 선수도 많아보이지 않는다. 김민성, 김상수 등이 전면에 나서며 그 역할을 해줘야 한다. 다만 김상수는 올해 FA 자격을 얻은 상황이다.
정훈이 그리워질 수 있는 순간들이 올 수 있다. 그럴 때 어떻게 선수단이 헤쳐나가고, 또 어떤 베테랑들이 전면에 나설지 다가올 시즌 롯데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정훈은 지난 15일, 은퇴를 선언했다. 우여곡절 많았던 16년 커리어를 마감했다. 2006년 현대 유니콘스에 육성선수로 입단했지만 방출 당했다. 이후 현역으로 군 문제를 해결한 뒤 모교인 마산 양덕초등학교 코치로도 재직하는 등 프로 커리어가 끝날 위기였다. 하지만 롯데에 다시 육성선수로 입단해 현역 커리어를 이어갔고 이후 올해까지 활약했다.
통산 1476경기 타율 2할7푼1리 1143안타 80홈런 532타점 637득점의 기록을 남겼다. 커리어 하이 시즌은 2021년으로 볼 수 있다. 135경기 타율 2할9푼2리(486타수 142안타) 14홈런 79타점 OPS .818의 기록을 남겼다.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 최다 타점 기록을 남겼다. 이 시즌이 끝나고는 생애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취득했고 롯데와 3년 18억원의 FA 계약을 맺으면서 인간승리 드라마의 정점을 찍었다.
올 시즌에는 내야 백업 및 우타 대타 자원으로 77경기 타율 2할1푼6리(185타수 40안타) 2홈런 11타점 OPS .576의 성적을 남기는데 그쳤다. 서서히 입지가 줄었고 결국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 소식이 발표된 이후, 정훈은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자필 편지로 소회를 전했다. 그는 “안녕하세요 정훈입니다. 오랫동안 제 인생의 전부였던 야구를 이제 내려 놓으려 합니다”고 운을 뗐다.
이어 “2010년 처음 롯데 유니폼을 입었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한 팀에서 뛰며 팬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었습니다”라며 “잘한 날보다 부족했던 날이 더 많았을지도 모르지만 항상 최선을 다해 그라운드에 서려 노력했습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6년 동안 한결같이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팬분들의 응원과 박수는 언제나 저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었습니다”면서 “함께했던 동료들 믿어주신 코칭스태프,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과 함께한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고 고개를 숙였다.
마지막으로 “이제 선수로서 시간은 마무리되지만, 롯데 팬 여러분은 제 인생에서 절대 지워지지 않을 이름입니다”라며 “앞으로도 제가 받은 사랑을 조금이나마 다시 돌려드릴 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그동안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며 은퇴 소회를 밝히는 편지를 마무리 지었다.

/jh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