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고성환 기자] 역시나 3연승이다. 남자복식 세계랭킹 1위 김원호-서승재(이상 삼성생명) 조가 3전 전승을 달리며 가뿐하게 월드투어 파이널 4강에 올랐다.
김원호-서승재 조는 19일(한국시간)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파이널 2025 남자복식 조별리그 A조 3차전에서 세계 4위 만웨이총-카이운티(말레이시아) 조를 2-1(25-23 14-21 21-19)로 눌렀다.
이로써 김원호-서승재는 치우 샹 치에-왕 치린(대만) 조와 사바르 카르야만 구타마-모하마드 레자 팔레비 이스파하니(인도네시아) 조를 꺾은 데 이어 말레이이사 팀까지 무너뜨리며 조 1위로 준결승에 안착했다.
만웨이총-카이운티 조는 세계 4위답게 만만치 않았다. 김원호와 서승재는 1게임 시작과 동시에 4점을 내리 빼앗기며 끌려갔고, 9-11로 뒤진 채 인터벌을 맞이했다. 둘은 이후 10-14에서 연속 6득점을 올리며 흐름을 뒤집었고, 치열한 듀스 접전 끝에 서승재의 강력한 스매시로 1게임 승자가 됐다.

2게임도 쉽지 않았다. 만웨이총-카이운티가 초반부터 점수를 쌓으며 앞서 나갔다. 김원호-서승재도 저력을 발휘하며 따라잡는가 싶었지만, 역부족이었다. 14-18에서 잇달아 실점하며 게임 포인트를 내줬고, 서승재의 마지막 리턴이 벗어나면서 게임 스코어는 1-1 원점으로 돌아갔다.
마지막 게임도 팽팽하게 흘러갔다. 김원호와 서승재는 8-5로 리드를 잡았고, 11-8로 앞서며 휴식시간에 들어갔다. 둘은 17-12로 더욱 격차를 벌리며 손쉽게 승기를 잡는가 싶었다.
하지만 만웨이총-카이운티 조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17-12에서 18-17까지 따라잡으며 순식간에 1점 차를 만든 것. 그럼에도 김원호-서승재 조의 막판 집중력이 조금 더 강했다. 둘은 20-19에서 상대 공격 범실로 마지막 포인트를 따내며 치열했던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로써 김원호-서승재는 안세영과 마찬가지로 3승을 수확하며 조 1위로 준결승 무대를 밟게 됐다. 안세영 역시 같은 날 열린 A조 3차전에서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세계랭킹 3위)를 상대로 게임 스코어 2-1(14-21 21-5 21-14) 역전승을 거두며 조 1위를 확정했다. 각각 전 세계 배드민턴 남자 복식과 여자 복식을 대표하는 '세계 최강'다운 행보다.


나란히 '단일 시즌 11승'이라는 배드민턴 역사에 도전하고 있는 김원호-서승재 조와 안세영이다. 김원호-서승재는 이번 시즌 안세영보다도 빠르게 10승을 달성했다. 지난 1월 7년 만에 재결성한 둘은 말레이시아 오픈을 시작으로 독일 오픈, 전영 오픈, 인도네시아 오픈, 일본 오픈, 세계선수권대회, 중국 마스터즈, 코리아 오픈, 프랑스 오픈, 일본 오픈까지 모두 제패했다.
이는 복식 기준 단일 시즌 최다 우승 타이 기록이다. 2018년 BWF의 현행 월드 투어 체제가 시작된 뒤로 1년에 복식 10승을 달성한 듀오는 남자, 여자, 혼합을 통틀어 중국의 정쓰웨이-황야총 조(2022년)뿐이었다. 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전설적인 리융보-티안 빙이의 1988년 남자 복식 우승 기록과 동률이다.
남자 복식으로만 좁혀서 보면 무려 37년 만의 기록. 지난달 BWF는 "김원호와 서승재는 구마모토 협립 체육관의 불빛 아래서 역사의 문턱을 용감하게 넘어섰다. 둘은 시즌 10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이는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것 이상의 성과다. 그들은 배드민턴 역사에 자신들의 이름을 새겼다"라고 강조했다.
이제는 이들의 역사적인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특히 서승재는 올해 초 태국 마스터스에서 진용(요넥스)과 함께 우승을 합작했기에 올 시즌 개인 12번째 우승을 겨냥 중이다. "인류의 업적이 확장되는 모습만큼 짜릿한 건 없다.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기록을 세우거나 아무도 가보지 못한 곳에 도달하려는 인류의 노력을 탐구하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라며 기대를 감추지 못한 '배드민턴 전설' 질리언 클라크의 말대로 역사에 다가서고 있는 김원호-서승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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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한배드민턴협회 소셜 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