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의 2인자’ 왕즈이, 8전 8패 또 눈물… 안세영의 벽은 너무 높았다

스포츠

OSEN,

2025년 12월 23일, 오후 11:59

[OSEN=이인환 기자] 숫자가 말해준다. 2025년 상대 전적 8전 8패. 이쯤 되면 악몽이다. 또 한 번 안세영(23·삼성생명)의 벽에 막힌 여자 단식 세계랭킹 2위 왕즈이(중국)는 끝내 눈물을 삼켰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21일(한국시간) 중국 항저우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열린 BWF 월드투어 파이널스 2025 여자 단식 결승에서 왕즈이를 게임스코어 2-1(21-13, 18-21, 21-10)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경기 시간만 1시간 36분. 결승전다운 혈투였다.

안세영 역시 쉽지 않았다. 마지막 3게임 매치 포인트를 앞두고 왼쪽 허벅지에 경련이 찾아왔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투혼의 마무리였다. 이 우승으로 안세영은 올 시즌 11번째 정상에 오르며, 일본의 전설 모모타 겐토가 2019년 세운 단일 시즌 최다 우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시즌 흐름은 압도적이었다. 말레이시아 오픈을 시작으로 인도 오픈, 오를레앙 마스터스, 전영 오픈, 인도네시아 오픈, 일본 오픈, 중국 마스터스, 덴마크 오픈, 프랑스 오픈, 호주 오픈까지 10관왕을 달성했고, 시즌 최종 무대인 월드투어 파이널까지 정복하며 2025년을 자신의 해로 봉인했다.

결승전 내용 역시 명확했다. 1게임은 안세영의 완벽한 흐름이었다. 안정적인 수비와 정확한 공격 전개로 인터벌 이후 격차를 벌리며 21-13으로 손쉽게 가져왔다. 2게임에서는 왕즈이가 반격했다. 초반부터 몰아붙이며 안세영을 흔들었고, 끝내 게임 포인트를 지켜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하지만 마지막 3게임에서 차이가 드러났다. 안세영은 홈 코트의 이점을 안은 왕즈이를 상대로도 체력과 집중력에서 한 수 위였다. 11-6으로 인터벌을 맞은 뒤 연속 득점으로 흐름을 완전히 장악했다. 허벅지 경련이라는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았고, 14차례 랠리 끝에 마지막 포인트를 따내며 트로피를 품었다.

왕즈이에겐 유독 가혹한 한 해였다. 그는 지난해 월드투어 파이널 준결승에서 안세영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강자다. 그러나 2025년에는 안세영과 8번 만나 8번 모두 패했다. 특히 그중 7번이 결승 무대였다는 점에서 상처는 더 깊다.

중국 매체 ‘넷이즈’는 “왕즈이는 시상식에선 웃으며 안세영의 우승을 축하했지만, 인터뷰에선 끝내 눈물을 쏟았다”며 “3게임에서 무너진 순간을 이야기하다 등을 돌려 눈물을 닦았다”고 전했다. 왕즈이는 “체력과 에너지가 머리를 따라가지 못했다. 긴 랠리에서 너무 많은 것을 소모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BWF 공식 인터뷰와 웨이보를 통해 “올해는 기대 이상이었다. 내년에도 최고를 목표로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반면 안세영은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 단일 시즌 11승, 상금 24만 달러 추가로 시즌 누적 상금 100만 달러 돌파. 배드민턴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77경기 73승 4패, 승률 94.80%라는 수치 역시 린단과 리총웨이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그는 담담했다. “아직 전성기는 오지 않았다”라는 말처럼 안세영의 시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mcad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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