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손흥민이 떠난 뒤 토트넘 홋스퍼의 균열이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 단순한 전력 약화가 아니다. 경기력 이전에 팀을 지탱해야 할 규율과 통제, 그리고 리더십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현지에서 쏟아지고 있다.
토트넘 전담 기자 알렉스데어 골드는 23일(한국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리버풀전에서 포착된 한 장면을 문제 삼았다.
전반 종료 후 선수단이 함께 퇴장하기로 내부적으로 합의했음에도 모하메드 쿠두스가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혼자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동료들이 뒤늦게 그를 불러 세우며 상황은 정리됐지만, 골드는 “현재 토트넘 선수단의 소통 부족과 조율 실패를 그대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꼬집었다.
이 장면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기기 어렵다. 토트넘은 지난 21일 리버풀과의 프리미어리그 17라운드 홈 경기에서 1-2로 패하며 승점 22(6승 4무 7패)에 그쳤고, 순위는 14위까지 내려앉았다. 성적 부진과 함께 팀 내부의 균열이 경기장 안팎에서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특히 주장 크리스티안 로메로를 향한 시선은 날카롭다. 손흥민의 뒤를 이어 완장을 찬 로메로는 리더십 측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리버풀전 후반 추가시간, 토트넘이 공격적으로 유리한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은 직후 로메로는 이브라히마 코나테를 발로 차며 두 번째 경고를 받아 퇴장당했다. 흐름과 수적 균형을 스스로 무너뜨린 결정적 장면이었다.
영국 매체 ‘풋볼 팬캐스트’는 이 장면을 두고 “로메로가 주장 완장을 찰 자격이 있는지 다시 묻게 만드는 경기였다”고 혹평했다. 감독 교체를 반복해온 구단 구조적 문제를 언급하면서도, “현 시점에서 토트넘에 가장 필요한 것은 감독이 아니라 선수단 내부에서 나오는 강력한 리더십”이라고 지적했다.
비판은 해설진으로도 이어졌다. 조 하트는 ‘TNT 스포츠’를 통해 “로메로가 첫 경고를 받을 때부터 이미 불안했다. 결국 상대의 유도에 넘어갔다”며 “토트넘은 싸우긴 했지만 규율과 통제가 너무 엉망”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모습은 손흥민이 주장 완장을 찼던 시절과 자연스럽게 대비된다. 주장 선임 당시 의문과 비판이 공존했지만, 손흥민은 선수단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수행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감정 통제와 규율 유지 측면에서 팀은 안정감을 유지했고, 그 결과 토트넘은 2024-2025시즌 UEFA 유로파리그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으며 41년 만에 유럽 대항전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리그 성적이 흔들리던 시기에도 지금과 같은 혼선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반면 현재의 토트넘은 주장 교체 이후 팀을 안정시키기는커녕, 주장 스스로가 변수가 되고 있다. 토트넘 소식에 정통한 폴 오 키프 역시 “지금 토트넘에는 리더가 없다. 로메로나 반 더 벤 같은 선수들이 책임져야 하지만 전혀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풋볼 팬캐스트는 장기적인 대안으로 함부르크 SV로 임대 중인 루카 부슈코비치를 언급하며 “타고난 리더십을 지닌 수비수”라고 평가했다. 이는 곧 현재 토트넘 내부에서 ‘누가 이 팀을 이끌 것인가’라는 질문이 얼마나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는지를 보여준다.
손흥민이 떠난 자리는 단순히 한 명의 공격수가 빠진 공백이 아니었다. 지금의 토트넘은 그 사실을 경기 결과와 팀 내부 혼란으로 동시에 증명하고 있다.
/mcadoo@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