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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정승우 기자] 한 시즌의 성공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손흥민(33, LAFC)의 첫 클럽 우승은 결과보다 과정이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그래서 더 오래 남았다.
유럽 축구 데이터 매체 트랜스퍼마크트는 최근 '2025년 축구계를 뒤흔든 8가지 기적'을 선정했다. 인구 15만 명에 불과한 퀴라소의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 볼로냐의 코파 이탈리아 제패,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리그컵 우승처럼 대부분은 팀 단위의 이변이었다. 그런데 목록 한가운데, 유독 다른 결의 이름이 있었다. 구단이 아닌 선수, 손흥민이었다.
트랜스퍼마크트는 2024-2025시즌 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토트넘의 성공’이 아니라 ‘손흥민의 기적’으로 분류했다. 우승 트로피의 주체를 팀이 아닌 주장 개인에게 돌린 셈이다. 흔치 않은 선택이었다.
토트넘은 지난 5월 스페인 빌바오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1-0으로 꺾었다. 전반 브레넌 존슨의 득점이 승부를 갈랐고, 손흥민은 후반 교체로 투입돼 수비 가담과 압박으로 남은 시간을 책임졌다. 마지막 휘슬이 울렸을 때, 주장 완장은 그에게 있었다.
이 우승이 특별하게 다뤄진 이유는 손흥민의 커리어 궤적 때문이다. 그는 2010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후, 긴 시간 동안 클럽 무대에서 트로피와 인연이 없었다. 대표팀에서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경험했지만, 유럽 클럽 축구에서는 늘 문턱에서 멈췄다.
시간은 쌓였다. 토트넘에서만 10년. 그 사이 가레스 베일, 루카 모드리치, 크리스티안 에릭센, 해리 케인 등 팀을 대표하던 스타들은 하나둘씩 우승을 찾아 떠났고, 실제로 정상에 올랐다. 손흥민에게도 같은 선택지는 늘 열려 있었다. 그러나 그는 남았다. 팀이 흔들릴 때도, 무관의 상징처럼 불릴 때도 방향은 바뀌지 않았다.
2023년 주장에 오른 뒤에도 상황은 쉽지 않았다. 리그 성적은 기복을 보였고,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 상위 경쟁에서 멀어졌다. 대신 유로파리그에서 목표는 분명해졌다. 손흥민은 그 무게를 받아들이고 팀의 중심을 지켰다.
마침내 도착한 우승은 단순한 한 시즌의 성과가 아니었다. 손흥민은 토트넘 역사상 유럽대항전 트로피를 들어 올린 세 번째 주장으로 기록됐다. 1970~80년대 이후 40년 넘게 이어진 공백을 끊은 이름이었다.
트랜스퍼마크트는 손흥민을 ‘선수 개인의 기적’으로 묶었다. 퀴라소의 월드컵 진출, 4부 리그 그림즈비 타운의 맨유 격파, 바이에른 뮌헨의 연승 행진과 나란히 놓였지만 결은 달랐다. 한 시즌의 반전이 아니라, 10년을 통과한 끝에 도착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이 우승을 끝으로 LAFC행을 택했다. 커리어의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 전, 그는 마침내 ‘무관’이라는 꼬리표를 지워냈다. 팀의 역사에 흔적을 남겼고, 자신의 선택을 증명했다. 그래서 손흥민의 첫 우승은 기적이라 불렸다. 우연이 아니라, 버텨낸 시간의 결과였기 때문이다. reccos2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