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고 무대 정복한 '핸드볼 여제' 류은희의 화려한 귀환

스포츠

이데일리,

2025년 12월 29일, 오전 12:05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유럽 선수들과 뛰다가 아는 동료들과 함께 하니 더 재밌어요”

류은희(35)는 한국 여자 핸드볼을 대표하는 슈퍼스타다. 여자배구에 김연경이 있다면 여자 핸드볼에는 류은희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노장이지만 여전히 대표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에이스’다.

유럽 무대 생활을 마치고 친정팀 부산시설공단에 복귀한 류은희. 사진=KOHA
류은희는 2012년 런던부터 2024년 파리까지 네 차례나 올림픽 무대에서 활약했다.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금메달 주역이다.

유럽 무대에서도 잔뼈가 굵다. 부산시설공단에서 뛰다가 2019년 프랑스 리그에 진출했다. 2021년부터는 헝가리 명문 교리에 입단, 최근 2년 연속 유럽핸드볼연맹(EHF)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세계 최정상 무대를 누볐던 류은희가 친정팀 부산시설공단으로 돌아왔다. 5년 만의 국내 복귀다. 복귀하자마자 첫 공식 대회인 지난 10월 전국체전에서 만년 중하위팀이었던 부산시설공단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류은희가 돌아왔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결과였다.

181cm 76kg의 압도적인 피지컬을 바탕으로 빠른 스피드와 강력한 슈팅이 일품인 류은희는 5년 만에 다시 선 국내 코트는 낯설면서도 익숙했다.

류은희는 “처음에는 복귀가 실감 나지 않았다”며 “전국체육대회에서 부산시설공단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뛰다 보니 현실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 선수들과 경쟁하다가 다시 아는 동료들과 함께 뛰니 재미있다는 감정이 먼저 들었다”고 전했다..

여전히 선수로서 전성기다. 귀국을 선택한 결정은 쉽지 않았다. 류은희는 “신창호 부산시설공단 감독이 팀을 재건하고 싶다고 했다. 마음에 크게 와 닿았다”면서 “부산에서 전국체육대회가 열린 점도 복귀를 결심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류은희의 유럽 무대 경험은 개인의 커리어를 넘어 한국 여자 핸드볼 전체에 의미 있는 자산으로 평가된다. 그는 “훈련 방식부터 선수들의 태도, 경기 준비 과정까지 모든 것이 새로웠다”며 “왜 그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인지 현장에서 직접 느낄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시스템과 팀워크, 경기 운영 방식까지 체득했다는 설명이다.

대표팀에서는 후배 선수들에게 유럽 선수들의 장단점과 경기 스타일을 조언해 왔다. 하지만 소속팀 후배들에게는 보다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있다. 류은희는 “비교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어 말을 아끼게 된다”며 “팀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함께 맞춰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시설공단은 류은희가 없었던 지난 시즌 핸드볼 프로리그 H리그에서 12승 9패로 8개 팀 중 4위에 그쳤다. 하지만 내년 1월 10일부터 시작되는 새 시즌에선 단숨에 우승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당연히 ‘류은희 효과’ 때문이다. 다른 팀들은 류은희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벌써부터 고민이 깊다.

류은희는 “선수들 모두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면서도 “하지만 팀에 젊은 선수들이 많다 보니 실책이 잦다는 점은 분명한 보완 과제”라고 지적했다..

류은희 말대로 부산시설공단은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는 팀이다. 류은희는 팀의 맏언니자 경기 조율자 역할에 무게를 두고 있다. 눈앞의 1승도 중요하지만 어린 후배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안정감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지고 있을 때 어떻게 비기고, 비길 때 어떻게 이길지, 이기고 있을 때는 어떻게 흐름을 유지할지를 연습 경기에서 계속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국내 무대에서 이룰 수 있는 모든 걸 이뤘다. 그는 “개인적인 것보다는 팀으로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게 먼저”라며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니지만, 팀을 정상에 올려놓고 싶다”고 말했다.

핸드볼 팬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류은희는 “경기장에 직접 찾아와 응원해 주시면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겠다”며 “현장에서 함께 호흡해 주셨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류은희. 사진=KO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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