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민
◇상금왕으로 5년 만에 꽃피워…“체력 훈련이 비결”
아마추어 국가대표 출신으로 프로 데뷔 후 승승장구할 것 같던 홍정민은 의외로 많은 시련을 겪었다. 2021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한 홍정민은 2년 차에야 첫 우승을 거뒀다. 그후 성적 부진 등과 겹치며 2023년 초에는 자율신경계 기능 장애와 공황 장애에 시달렸다. 홍정민은 올 들어서야 메이저 대회인 크리스에프앤씨 제47회 KLPGA 챔피언십을 제패 등 3승을 거뒀고 총상금 13억 4000만 원으로 상금왕, 공동 다승왕을 거머쥐었다.
홍정민은 “정규투어 데뷔하자마자 신인상을 받고 다음 연도에 대상을 받는 루트를 밟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첫해 신인상을 놓쳤고 이후 아프면서 계획이 틀어졌다”면서 “부상, 아픔 등을 겪은 뒤에는 건강하게 투어 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이 바뀌었다”며 웃었다.
올해 홍정민은 비상했다. 올 시즌 거둔 3승 모두 의미가 컸다. 지난 5월 KLPGA 챔피언십은 데뷔 후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이자 2년 만에 거둔 우승이었고, 8월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에서는 KLPGA 투어 최소타인 29언더파 기록을 세웠다.
지난 10월 K푸드 놀부·화미 마스터즈에서는 그의 시상식 세리머니가 큰 화제를 모았다. 왕이 연상되는 용포 우승 재킷을 입은 홍정민이 주최사 놀부가 준비한 보쌈 한상을 받고 복스러운 먹방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유튜버처럼 손바닥을 내밀어 보쌈을 보여주는 그의 장난기 가득한 모습은 평소 ‘돌부처’ 같은 이미지를 깨기에 충분했다. 홍정민은 “대회를 열어준 스폰서의 콘셉트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프로다운 면모를 보였다.
홍정민은 올해 활약의 비결로 체력을 꼽았다. 그는 “전지훈련 때 하루에 8km씩 뛰면서 체력 훈련을 열심히 했다. 확실히 체력이 좋아졌다”며 “체력이 좋아지니 시즌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알레르기 증상 때문에 9월 한 달간 주춤했지만, 더할 나위없이 좋은 성적을 냈다”고 흡족해했다.
◇“메이저 퀸이 좋더라…내년 목표는 한국여자오픈”
홍정민은 골프 철학이 뚜렷하다. 최근 필수처럼 여겨지는 트랙맨도 신뢰하지 않는다. “의심이 많아서 기계의 숫자도 믿지 않는다”는 홍정민은 “골프는 자연에서 하는 운동이다. 잔디에 공이 놓인 상황이 다 다른데 어떻게 기계가 이런 걸 고려하겠나”라며 “나의 감을 믿는다”고 말했다.
가장 부러운 선수는 ‘필드 위 과학자’로 불리는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다. 이유가 특이하다. 디섐보는 클럽 각도과 샤프트 길이를 직접 조정하는 등 클럽으로 다양한 실험을 하는데, 장비를 갖춰 실험을 실행에 옮기는 게 부럽단다. 홍정민은 “언젠가는 꼭 피팅을 배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짝스타가 아닌 ‘골프의 대명사’로 성장하고 싶다는 그는 “올해 체력이 받쳐줘야 기술이 가능하다는 걸 실감했다”며 “겨울 전지훈련 동안 체력을 확실하게 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홍정민은 스스로 한계를 두지 않으려 내년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여자오픈만은 반드시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올해 처음 메이저 대회 우승을 해보니 “‘메이저 퀸’ 타이틀이 명예로운 걸 깨달았다”면서 “한 번 더 그 타이틀을 갖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크리스에프앤씨 제47회 K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을 때 홍정민의 셀피.(사진=KLPGT 제공)









